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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25일 15시 33분 등록
'한 상인이 말했다. 우리에게 사고 파는 일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그가 대답했다.
대지는 그대들에게 자신의 모든 열매를 허락한다. 그러므로 그대들이 다만 어떻게 손에 넣을지만 안다면 결코 부족함이 없으리라.
풍요와 만족이란 대지의 선물을 서로 바꾸는 데 있는 것.
그러나 그 바꿈이 사랑과 부드러운 정의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다만 어떤 자의 탐욕으로, 어떤 자는 굶주림으로 이끌 뿐.
그대들 바다와 들과 포도밭에서 일하는 이들이 장에 나가 옷 만드는 이, 그릇 만드는 이, 향료 모으는 이를 만나거든
간절히 빌라, 대지를 주관하는 영에게. 그대들 가운데 와서 저울과 서로의 값을 매기는 셈을 성스럽게 해주시길.
또 빈손으로 와서 말로써 그대들의 수고를 사려는 자가 있다면 결코 그대들의 거래에 끼지 못하게 하라.
그런 자에게 그대는 이렇게 말하라.
'자, 우리와 함께 들로 나가자. 아니면 우리 형제와 함께 바다로 가서 그물을  던지자.
대지와 바다는 우리에게처럼 그대에게도 넉넉히 줄 것이니.'

그리고 만일 그곳에 노래하는 자, 춤추는 자, 피리 부는 자가 오거든 그들의 선물도 팔아주라.
그들 역시 열매와 향료를 모으는 자들이며, 그들이 가져온 것은 비록 꿈으로 만든 것이긴 해도 그대들 영혼의 옷이며 양식이기 때문에.

그러므로 그대들이 장터를 떠나기 전에 보라, 누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이가 없는가를.
대지를 주관하는 영은 그대들 중 지극히 작은 자에게까지도 그 필요한 것이 채워지기 전에는 바람 위에 평화롭게 잠들지 않을 것이므로.
'

==
낮에 우연히 집은 책을 넘기다가 보게된 시입니다.
칼릴지브란의 예언자(열림원 출판) '사고 파는 일에 대하여'라는 시입니다. 

1인기업 마케팅 연구에 참여하고 있으니 제목이 눈에 띄였나 봅니다.  이 책은 얼마전에 꿈그림을 그려준 이가 사준 것입니다. 꿈그림을 받는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해서, 꿈그림을 그려주는 값으로 자신의 주변에서 본 멋진 그림 이나 사진 한장을 메일로 보내주거나, 신문이나 잡지를 찢은 것을 달라고 요청했었습니다. 제 취향대로 그림을 보다보면 한정될 우려가 있어서 저를 깨줄 수 있는 그림을 한장 달라고 했었지요. 그 친구는 책을 선물해 주었어요. 막상 책을 받았을 때는 저는 심드렁했습니다. 읽어야 할 것도 많은데... 하면서 말이죠. 그림이 많이 나오는 책이긴 했는데,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요구했으면서도 그림이 역시 제 취향이 아니고, 눈길을 확 끌만한 것이 아니라서 미뤄두고 있었는데...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말이죠.

오늘 제 머리를 깨버리는 군요.

이 서사시는 읽을 때마다 음미하는 구절이 달라지고, 의식이 확장됩니다. 
처음에는 '사고 파는 일'이라는 구절에, 다음에는 예술가의 '선물을 팔아주라'는 부분에,
그리고, 그 다음에는 '거래의 조건'들에 
그리고 그 다음에는... '자, 우리와 함께 들로 나가자. 아니면 우리 형제와 함께 바다로 가서 그물을  던지자.
대지와 바다는 우리에게처럼 그대에게도 넉넉히 줄 것이니.'

라는 구절에,
그리고는...'그대들이 장터를 떠나기 전에 보라, 누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이가 없는가를'  이라는 구절에.

이 시의 앞에는 '옷에 대하여'라는 것이 나옵니다.
'그대가 옷을 좀 덜 입고 살을 좀더 내놓아 태양과 바람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기를.
왜냐하면 생명의 숨결은 태양 속에 있고, 생명의 손길은 바람 속에 있으므로.
 
그대들 중 누군가는 말한다. '우리에게 옷을 지어 입힌 이는 북풍이다.'
나도 말한다. 그렇다. 그것은 북풍이었다.

시가 저에게는 너무나 도발적입니다.
저는 서사시를 읽으면 흥분하는데, 이번시도  그렇네요.
그런데 그 흥분이... 대지 속에서 편안하면서도 가슴이 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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