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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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구본형
쪼다 구본형
그래서 아이들은 나를 미숙이라 부른다
여자 이름이 아니라
미숙한 그대라는 뜻이다
뭐 그러면 어떠냐
생긴 대로 살면 되지
구본형은 무지 재미없다
노래도 못하고 춤도 못 춘다
그것만 못하면 말도 안 한다
그러니까 잘하는 게 별로 없다
하나님도 무심하지
어째서 그렇게 만들어 주셨을까
그래도 요즘은 좀 나아졌다
다른 사람 열 개씩은 받은
탈렌트 1개로도 그럭저럭 잘 살고 있으니
마치 우리집 멍칭이 개
돌구가 가죽 옷 하나로 일 년을
잘 살아가듯이
여름이 너무 더워
혀를 내밀고 헥헥 대지만
아이스깨끼 하나 먹다 입에 넣어주면
더운 여름은 스르르 지나고 만다
구본형은 대머리
속알머리도 모자란다
머리털을 휘날리는 백산의 흰 머리도 부러워한다
흰머리면 어떠냐 숱만 많다면
가슴 갑빠를 만들고 싶어하지만
음식 맛이 너무 좋아 배퉁구리만 나온다
나이 들어 잘한 일 딱 하나다
젊은 애들 꼬셔서
뭐 가끔 젊다고 말할 수 없는 주책들도 있긴 하지만
그들과
즐겁게 노는 것이다
그러니까 구본형은 건달
그러면 어떠냐
난 건달이 좋더라
(2008.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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