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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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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18일 22시 31분 등록


 

[짧은 소설] 오래 전, 집 앞 꽃집에 갔다. 작은 꽃이 든 화분을 하나 사 왔다. 나는 꽃 이름을 잊었고, 화분이 놓인 곳은 어지러웠다. 가지각색의 화분이 나란히 놓인 것도 아니고, 화분 주변을 깨끗이 정돈하지도 못했다. 책과 종이 자료가 쌓인 데다 필기구와 메모지가 흩어져 있는 책상 위에, 화분을 놓아둔 것이다. 일상에 작은 생기를 더하기 위함일 뿐, 꽃이 자라날 만한 환경이나 책상 정돈에 대해서는 무지했고 무심했다. 어머니께서 보시고서 “이렇게 책상이 지저분한데 화분이 있다고 뭐가 달라지긴 하니?”라고 물으셨다. 핀잔이 아닌 호기심이었다. 22년 동안 키웠다는 이유로, 아들을 다 안다고 여기지 않는 점이 어머니의 훌륭함이다. 변화를 궁금해 하시고 작은 노력에도 기대를 가지신다. “꽃처럼 아름답게 살려고요.” 꽃이 아직 피지도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이렇게 대답하고 말았다. 꽃에게 거는 기대는 없다. 연약한 꽃이 내 젊은 날의 혼돈에 작은 균열이라도 내어줄 리 없다. 그런데 (생기지도 않은) 그 균열이 커지어 내 나태함에 단절이나 절단을 내어주면 고마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아침, 문득 화분을 보았더니, 꽃이 피었다. 작은 꽃을 보고 또 보았다. 그 날로 나는 다시 태어났다. (끝)

 

 

 

 

 

 

 

 

[사족]

1.
꽃은 아름답기보다 위대하다. 자기 이름을 몰라주는 들풀마저도 날마다 자라나 꽃을 피워낸다. 이것이 꽃의 위대함이다. 사람들의 무심함에도, 세상의 혼돈 속에서도 결국엔 꽃을 피우고 씨앗을 남긴다. 아! 모든 꽃들의 강인함이여.

 

2.
변화는 바다 건너 먼 나라가 아닌 집 앞에서 사온 꽃이 계기가 됐다. 놀랍다! 일상적인 작은 계기로도 인생이 바뀔 수 있음이. 유감스럽다! 수많은 기회를 놓치면서도, 하늘의 특명을 기다려온 날들이. 삶은 행하는 만큼 진짜가 되리라.

 

3.
부모의 신뢰는 자존감을 심어준다. 부모가 아니더라도, 한 사람 정도는 믿어주는 이가 있어야 한다. 신뢰의 힘은 강하고, 인간은 나약하다. 신뢰마저 없는데도 피어나는 꽃이라니! 자연은 늘 인간보다 강하다. 무섭고도, 경이로운, 자연!

 

4.
꽃은 타자를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생의 목적을 이룬 것이지만, 아름다운 목표는 자기 소명을 이루는 동시에 세상을 향기롭게 한다. 목표를 품고 새로운 태도로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삶의 변화가 일어난다. 양식은 길 위에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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