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김용규
  • 조회 수 1655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5년 6월 11일 09시 11분 등록

 

 

새들의 노래가 빚는 형언불가 아름다움의 극치는 이제 숲에서 그 절정을 마친 듯 보입니다. 지금은 대부분 짝짓기를 끝내고 오히려 새끼를 양육하는 데 집중하는 시점입니다. 새소리가 빚는 앙상블의 절정이 하향 곡선을 그린다는 것은 한편 다른 생명들의 성장이 절정의 지점을 통과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숲의 나무와 풀들은 제 잎을 한껏 뽑아내어 녹음으로 깊어가는 시간이고, 연중 피는 전체 꽃 중에 절반을 차지하는 여름 꽃들의 향연이 바야흐로 펼쳐질 참입니다. 당연히 나비와 나방, 그리고 온갖 종류의 벌레들 역시 가장 풍성한 꽃 잔치의 전령이 되기 위해 여름 들머리 즈음에서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우화를 준비하거나 시작하고 있습니다. 산뽕나무나 참나무, 환삼덩굴이나 개망초, 어느 근처에라도 서면 애벌레들이 그 잎을 열심히 갉아먹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는 때입니다. 계류나 강가에 가만히 서면 물고기를 구하는 새들이 펼치는 하강과 상승의 에어쇼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는 때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애벌레들의 시대, 애벌레들을 만나는 일이 참 많은데도 나는 그 애벌레들이 어떤 곤충인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다시 말해 나비나 나방을 보고 저 녀석의 애벌레 모습이 어땠는지를 연상 기억하는 일을 잘 못한다는 것이지요. 애벌레들의 생김새가 너무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우화하여 성충이 되는 과정을 만나고 성충의 생활상을 연속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나 같은 건달의 생활사로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애벌레도감이나 곤충도감을 이따금 들춰보긴 하지만, 곤충의 이름을 나무나 풀의 그것처럼 잘 알지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벌레들의 활동이 본격 전개되는 이즈음에 나는 늘 궁금함이 있었습니다.

 

어떤 애벌레들은 잎의 몸을 군데군데 뽕뽕 뜯어 먹어 망사스타킹처럼 만드는데 반해 또 다른 어떤 애벌레들은 잎을 반드시 잎몸의 가장자리부터 도려내어 마치 먹지 않은 듯 먹는 패턴을 보여줍니다. 몇 년간 이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했는데, 얼마 전 미국의 생물학자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David George Haskell) 선생의 관찰로부터 그 해답을 얻었습니다. 해스컬의 관찰에 따르면 망사스타킹 패턴으로 뜯어먹는 녀석들은 몸에 털을 지닌 애벌레들이고, 가장자리부터 갉아먹는 패턴의 녀석들은 몸에 털이 없거나 미약하게 지닌 애벌레들이라는 것입니다.

 

해스컬 선생은 털의 유무에 따라 애벌레들이 잎을 독특한 패턴으로 갉아먹는 이유를 새와의 관계에서 찾습니다. 아시다시피 애벌레들은 이즈음 제 자식들을 양육하느라 겨를이 없는 새들을 조심해야 합니다. 나뭇잎이나 풀잎을 갉아먹다가 느닷없이 새들의 먹이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애벌레들의 표면은 다양한 형태의 색깔과 무늬, 그리고 패턴을 그려 새들에게 맛이 없어 보이게 하거나 나뭇잎, 또는 나뭇가지처럼 위장하는 식으로 위험을 회피합니다. 물론 표면으로 물질을 분비하여 독성으로 방어를 하는 종류의 애벌레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새들은 그 발달한 시선으로 나뭇잎이나 풀잎이 뜯긴 모양을 보고 녹음 속에서 애벌레들이 있는 자리를 찾아내기도 합니다. 따라서 털이 별로 없거나 아예 없는 애벌레들은 통상 잎을 가장자리부터 정교하게 갉아먹음으로써 잎이 훼손 받지 않은 것처럼 위장하면서 자신을 지킨다는 것입니다. 반면 털을 키워온 애벌레들은 새가 먹이로써 매력 없는 애벌레가 될 수 있었고 아무 자리나 잎을 뜯어먹어 그 흔적과 제 위치를 노출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명들이 저마다 제 꼴을 만들어 사는 그 깊은 까닭을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 나의 질문이고 주된 공부인데, 하나씩 답을 찾을 때마다 나는 늘 생각합니다. ‘참 위대하다. 저 작은 꽃, 새 한 마리, 나무 한 그루, 애벌레 한 마리에 어찌 눈물겹도록 위대한 힘이 담겨 있을까!’ 그리고 매번 나 역시 그런 놀라운 힘이 왜 없겠는가! 애벌레 한 마리에게도 그것이 깃들어 있으니!’ 생각하며 살아갈 힘을 얻곤 합니다. 당신이요? ‘당신 역시 왜 아니겠습니까? 그 힘 어찌 곱게 접혀 있지 않겠습니까?’

 

 

______________________

2015년 변경연 가을 예술기행 접수 안내

* 지역과 내용 : 프랑스 파리 + 프로방스 예술기행

* 기행 기간 : 2015. 10. 8 ~ 10. 17

* 접수 가능한 인원 : “현재 5자리 남았습니다.”

* 주관 : 변경연 연구원 로이스 이한숙

* 자세한 안내 : http://cafe.naver.com/morningpage/6610 참조

IP *.120.7.2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16 나는 어디까지 행복할 수있는 인간일까? file 한 명석 2015.01.14 2097
2215 하나에 함몰되는 여행 file 연지원 2014.12.22 2098
2214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 깨져야만 알게 되는 것들 file 알로하 2021.01.10 2101
2213 저 꽃을 누가 피라 했나? 김용규 2015.04.02 2102
2212 현실인식의 비결 하나 연지원 2015.03.30 2104
2211 나는 중산층입니다 [3] 차칸양(양재우) 2014.10.28 2105
2210 [용기충전소] 여행은 삶을 바꿔주지 않는다, 다만 file [1] 김글리 2020.12.11 2105
2209 챔피언과 칼잡이의 차이 [2] 한 명석 2014.11.05 2106
2208 "너의 별은 어디에 있니?" [1] 차칸양(양재우) 2015.04.07 2118
2207 정말 그대로일까? 박미옥 2014.10.09 2119
2206 올라갔으면 내려와야 합니다 書元 2015.03.20 2122
2205 노안을 겪으며 알게 되는 이치 김용규 2015.03.26 2122
2204 [화요편지]요가, 몸으로 그리는 신화 file 아난다 2020.12.08 2122
2203 마흔다섯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몰입 file 재키제동 2016.03.11 2132
2202 중년 부부 사랑 재생법, 4편 차칸양(양재우) 2016.05.17 2132
2201 자기 고유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주하는 과정 김용규 2015.03.12 2156
2200 무엇이 인문학 공부인가 연지원 2015.03.02 2161
2199 스물두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결혼기념일 재키제동 2015.09.25 2161
2198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3] 김용규 2015.05.29 2167
2197 숲의 길을 보며 사람의 길을 생각하다 김용규 2015.01.22 2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