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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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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2일 07시 34분 등록

 

역병을 차단하고 그 확산을 막지 못한 결과는 너무 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병을 얻은 당사자부터 가족은 물론이고 의료진과 현장의 관계자 등이 겪고 있는 고난이 짐작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차마 건넬 위로의 말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 어려움은 다른 영역, 다른 차원으로 삽시간에 확산되었습니다. 손님과 함께 내가 가끔 가는 근처 계곡의 식당 및 펜션을 경영하는 사장님은 깊게 시름했습니다. “관광차가 안 와유. 작년에도 힘들었잖어유! 올해는 낫겠지 했는데 웬걸유, 더 해유. 이러다 식당 주인이 밥 굶게 생겼시유!”

 

15조의 추경예산을 편성한다는 뉴스를 들으며 무능과 안일과 불감의 결과가 저렇게 영혼 없는 숫자로 표현되는 것이구나. 그 숫자는 또한 우리가 감당할 짐으로 되돌아 올 테고이렇게 개탄하게 됩니다. 생활인으로서 나 역시 그 식당 주인의 심정이었습니다. 지난 한 달 잡혀 있던 강연의 90% 가까이가 취소 또는 무기 연기 됐습니다. 엊그제는 남쪽에 계시는 어느 선생님이 모처럼 안부를 물으시며 당신 역시 사정이 그렇다고 했습니다. ‘강연자들은 무엇도 보장이 안 되는 임시직이니 어쩌겠어요? 엎어진 김에 잘 쉬는 것이지요.’라고 서로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넸습니다.

 

돌발한 고통을 겪고 있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한 번 뭉쳤습니다. 소주 한 잔 나누며 공감의 수다를 떨었습니다. “그렇구나그 여파가 당신한테도 미치는구나. 우리도 거의 개점휴업인데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쉬어야 하는데, 작년에 입은 타격에 올해도 그렇게 될까봐 걱정이 돼서 편히 쉬어지지가 않네.” 연수시설에서 환경교육을 담당하는 사람의 말을 누군가가 이렇게 받았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정규직이니까 월급은 나오겠지? 우리는 월급 없이 쉬어야 해.” 비슷한 조직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사람의 표정이 참으로 어두웠습니다.

 

나는 오가는 수다 속에서 내 통장 잔고를 어림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달과 다음 달 지출해야 할 생활비와 이자를 헤아려 보고 있었습니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말을 이었습니다. “다음 달에도 사태가 멈추지 않으면 어쩌지? 두 달 쉬고, 8월에 막더라도 휴가 시즌이라 또 쉬고, 다음 달은 추석 있는 달이라 한가할 테고걱정이 시간의 너울을 넘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자리가 파하고 돌아오는 길, 나는 홀로 중얼거렸습니다. “메르스님아! 이제 부디 편히 쉬어다오! 저 병상에 누워 아픔을 감내하고 계신 분들과 가족들, 뜻하지 않게 이런저런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모든 분들이, 그리고 생활비를 걱정하고 이자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이 기도한단다.” 그리고 다시 중얼거렸습니다. “그리고 내 사랑하는 정부님아! 제발 정신 좀 똑바로 차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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