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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어느 해 여름.
통통통. 세월을 닮은 양 느릿 배가 달립니다. 손을 뻗으면 바로 지척 공간인 그곳. 소록도라는 섬. 작은 사슴을 닮았다는. 슬픈 눈망울의 짐승을 닮은 듯 한이란 시간을 간직한 그들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어떻게 대면해야할까요. 얼굴은 제대로 쳐다볼 수는 있을는지요.
당연한 듯 주민 대다수가 내세의 삶을 꿈꾸며 종교생활에 매달립니다. 까만 밤 지쳐 매달린 새벽녘. 섬의 억겁을 깨우는 똑똑똑 지팡이 소리가 메아리를 그리는 가운데 예배당에 모였습니다. 반가운 손님들이 왔다고 축하공연을 해주는 이들. 문드러진 손을 애써 부여잡은 채 하모니카를 연주합니다. 구슬피 울리는 찬송가 가락. 눈가 시린 가운데 이어지는 기도내용들. 그들의 지향은 이러했습니다.
대한민국의 통일을 위해.
김일성의 회개를 위해.
이 땅의 청소년들을 위해.
봉사라는 미명하에 찾아온 우리들을 위해.
의아스러웠습니다. 가식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이럴 수가 있나요. 자신의 잘못도 없이 천형이라는 나병에 걸려 내쫓기듯 반평생을 이 섬에서 갇혀 살아온 그들. 그렇기에 자연히 원망과 세상에 대한 악의적인 한탄, 울분을 쏟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지요.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보다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대상을 위해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병실을 돌면서 안면이 가까워진 할아버지 한분께 마지막 인사를 건네노라니 이런 약속을 합니다.
“형제님을 위해, 가정을 위해 기도드리겠습니다.”
메르스라는 질병에 온통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저도 매스컴을 통해 연일 보도되는 소식에 마스크 착용을 상용화 합니다.
거래처 방문. 지역 진원의 발생지인 00병원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듯 하지만 괜한 신경이 쓰입니다. 점심식사를 하기위해 주변 식당에 들리니 사장님은 울상입니다.
“이러다 굶어 죽겠어요.“
하루 매상이 몇 만원이랍니다. 어쩌다 일이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요. 속 좁은 저의 머리에는 누군가를 향한 비난이 가득합니다.
6.25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야 라는 예전 TV 드라마 대사가 생각나는 작금. 그 와중 신문에 게재된 의료진 사진과 기사 한 줄이 가슴에 박힙니다. 총만 들지 않았을 뿐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분들. 애꿎은 가족까지 다른 이들의 따돌림을 받고 있는 현실. 기자가 물었습니다. 두렵지 않으세요. 그들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국가의료원이라는 사명감과 우리가 뚫리면 국민들이 더욱 불안해 한다는 의식아래 환자를 만난다고.
사람들과 세상을 위해 기도와 헌신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내일이 지나면 언제나 그랬듯 어느새 잊힐 사실들이지만, 그런 의인들이 있기에 삶은 오늘도 빛나 보입니다.
여전히 자신만을 위해 신에게 간구합니다.
앞길을 밝혀달라고. 가정을 잘 지켜 달라고. 유명해지게 해달라고.
나병 환우 분들의 기도 내용을 떠올리노라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습니다.
버려야합니다. 비워야합니다.
그럼으로 누군가를 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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