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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13일 18시 47분 등록

<길 위에서 듣는 그리스로마 신화> 이윤기 지음, 작가정신, 2009

 

1. 저자에 대하여

 

이윤기

소설가, 번역가.

    

 

2. 내가 저자라면

 

1) 뼈대와 목차

 

들어가는 말 : 눈을 뜨고 귀를 기울이면

1. 신화가 문화를 보이게 합니다.

2. 서울 헤라클레스

3. 고추도 풍요의 뿔이다?

4. 금강역사가 사자가죽을 쓴 까닭?

5. 그대의 약손

6. 로마, 그리스신화를 수입하다.

7. 의사가 사람을 죽여?

8. 예술이 뭐길래?

9. , 아무래도 너무 길다

10. , 음양을 만나게 하다

11. 사랑은 눈물의 씨앗

12. 그러니까 똑바로 살아야지요.

나오는 말 : 신화는 이야기의 어린이

 

만약 이런 목차로 출간계획서를 만든다면 이런 표가 나올 듯

 

목차

거꾸로 읽을 것 (건축, 예술작품, 거리 장식)

들어가는 말 : 눈을 뜨고 귀를 기울이면

- 프랑스 법무부 건물 크로노스 아스테리아 상

- 시간의 신 크로노스

1. 신화가 문화를 보이게 합니다.

- 이스탄불 지하 저수고, 하기아 소피아, 아르테미시온 메두사

- 로마 바티칸 박물관 헤라클레스상

- 런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대리석상 <미노타우로스를 박살내는 테세우스>

- 페가수스, 파에톤, 이아손,

2. 서울 헤라클레스

- 신세계백화점 연말 장식

- 이탈리아 국립 현대 미술관

- 코르누코피아 (풍요의뿔)

- 파리 팡테온

- 헤라클레스에게 뿔을 뽑힌 아켈로오스

- 풍요의 뿔을 들고 서 있는 풍요의 여신

- 풍요의 뿔을 들고 누운 강의 신상 (나일강, 티베리스강, 황하강)

3. 고추도 풍요의 뿔이다?

- 제우스 아말테이아의 뿔

- 터키 베스 신상 (프리아포스)

- 과일의 여신, 조개

4. 금강역사가 사자가죽을 쓴 까닭?

- 간다라 불상

- 알렉산드로스 상

- 사자가죽을 쓴 금강역사

- 제우스의 벼락, 오고, 삼고

- 알렉산드로스의 사자가죽,

- 네메이아의 헤라클레스

5. 그대의 약손

- 터키 에페소스 성처녀 마리아의 집

- 아스클레피오스와 성처녀 사이

- 의술의 여신 휘게이아

- 아스클레피오스 신전이 있는 그리스 고대 도시 에피다우로스

- 로마로 간 의신 신화, 도시나 신전 사진

6. 로마, 그리스신화를 수입하다.

- 트로이아 아테나 여신전 기둥의 태고석, 거멀쇠 자국

- 호메로스, 파리스와 오이노네, 파리스의 심판, 아킬레우스의 죽음, 페넬로페이아

7. 의사가 사람을 죽여?

- <니오베의 딸> 대리석상

- 아폴론, 아르테미스 관련 작품

8. 예술이 뭐길래?

- 제우스가 기억의 여신과 동침하여 낳은 아홉 무사이 (헤시오도스)

- 천마 페가수스가 판 영감의 샘 히포크레네 구양수 삼다훈

9. , 아무래도 너무 길다

- 치료 : 병원, 군의관 / 의술의 신 아폴론

- 용기 증명 : 아폴론 왕뱀 퓌톤(델피), 카드모스(테바이), 이아손, 헤라클레스(헤라가 보낸 뱀, 머리 아홉 휘드라)

- 세계의 중심(세계수) : 옴파로스, 이아손, 에덴동산, 헤스페리데스

- 영물 : 인두사신 케크롭스, 에리크토니오스, 복희와 누이 여와,

10. , 음양을 만나게 하다

- 예언가 : 데이레시아스, 멜람포스, 풀뤼이도스, 퓌티아

- 죽음 : 오르페우스와 에우뤼디케, 트로이 목마 라오코온

- 재생과 순환 : 겨울잠 & 허물벗기

- 중간자 : 헤르메스 최면장, 아누비스신, 아스클레피오스 의신장

- 아우로보로스 : 제꼬리를 무는 뱀=태극, 삶의 순환

11. 사랑은 눈물의 씨앗

- 로마국립 박물관 아프로디테 석상의 뒷면, 어트리뷰트

- 아프로디테 관련

12. 그러니까 똑바로 살아야지요.

- 로댕의 조각 다나오스의 딸들’ (이오)

- 탄탈로스 - 이크시온 시지포스 (지옥에서 영원한 노동)

나오는 말 : 신화는 이야기의 어린이

- 예술의 전당 신화 전시회

 

2) 장점 및 보완점

 

거꾸로 읽는 신화학 (역류의 신화학)을 시도합니다. 12꼭지는 모두 그가 여행 중 또는 생활 속에서 찍은 사진으로 도입합니다. 그의 여행은 1999~2001년 사이에 이루어진 듯 하고요. 유홍준, 파리에 사는 지인 등이 동행하거나 혼자이고 파리, 로마, 그리스, 터키를 아우릅니다. 이윤기씨의 신화에 대한 사통팔달 해박한 지식과 입말체가 가독성을 높입니다. 거기다 직접 찍은 건축물과 예술품 사진에 눈호강이 큽니다. 글자 반 그림 반의 책입니다. 공부 안 시키는 것처럼 공부를 도와줍니다. 재미나고 어렵지 않게 신화를 소개하는 책입니다. 나도 이렇게 생활 속에서 신화를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풍부한 이야기의 수원을 가진 채 문화를 만들어 내는 유럽사람들을 부러워한다고 느낍니다. 우리의 생활 주변에는 이런 것이 적은 걸까요? 거리에서, 건축물에서, 그러니까 저자가 제목으로 쓴 대로 길에서본 것에서 인트로해서 재미난 이야기의 평원으로 인도되고, 거기서 신나게 쏘다니며 놀다오는 느낌입니다. 나는 해박한 신화 이야기꾼인 그가 신화로 들어가는 단서로 삼은 것들을 괜히 기록해보고 싶어집니다. 줄거리 요약은 보통 지루한데 이 책의 경로 추적은 재미있습니다. 

 

들어가는 말에 나오는 건, 프랑스 세트강 시떼섬의 크로노스와 아스테리아 상이 있는 프랑스 법무부건물 사진입니다. 페가소스가 있는 아홉무사이가 있는 파리의 오페라 극장의 돋을새김도 나옵니다. 저자는 친절히 안내하려는 동행인을 저지하며 대상이 자신에게 직접 걸어오는 말, 사연을 듣습니다.

 

1장은 터키 옛수도 이스탄불 지하 저수고의 메두사상 앞에서 시작합니다.

 

2, 3장은 풍요의 뿔에 대한 내용입니다. 명동 신세계 백화점 본점의 연말장식에서 풍요의 뿔을 볼 수 있다네요. 거기서 헤라클레스에게 뿔을 뽑힌 아켈로오스, 제우스의 암몬의 뿔, 남녀성기를 풍요의 뿔로 보았던 작품을 찾아냅니다.

 

4장은 부처님 보드가드인 금강역사가 사자가죽을 쓴 헤라클레스와 비슷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간다라 정복으로 인해 헬레니즘 문화가 정착된 증거로 봅니다. 제우스의 벼락, 헤라클레스의 사자가죽, 암몬의 뿔이 나타나는 알렉산드로스 상의 성상을 봅니다. 프랑스 상원 건물에 있는, 사자가죽을 쓰고 몽둥이를 들고 한 손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 가지를 든 돋을새김이 헤라클레스임도 분명합니다. 힘을 가진 평화를 지향한다고 읽습니다.

 

5장은 터키 에페소스의 성처녀 마리아의 집의 치유력이 있는 샘물에서 출발해 의신 아스클레피오스, 아폴론을 생각합니다. 의술의 신이 남신, 남성인데 여신으로 되는 과정에 아스클레피오스의 딸 휘게이아가 있음을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뱀으로 변해 로마로 입성하는 의신의 신화를 생각합니다. 아테네, 트로이아같은 도시국가에서 아테나여신, 아르테미스 여신이 숭배받은 건 여신 숭배의 전통때문이 아닐까, 그 중 최고는 그리스 정교회의 성모숭배라고 말합니다.

 

6장은 그리스 문화가 로마로 수입되는 데는 두 걸출한 작가 베르길리우스 <아이네이아스>,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 의 공이 큽니다. 제 논에 물대기 방식으로, 군사대국이나 문화적으로는 볼 것 없던 로마로 그리스 문화가 수입됩니다. 그는 이 이야기를 터키의 일리온, 트로이아 뉴적을 답사하면서 생각합니다. 그리고 트로이아가 거멀쇠라는 걸, 동서양문화의 거멀쇠가 터키임을 말합니다. 저자는 터키, 토로이아가 무너진 유적지에 남은 조그만 거멀쇠 구멍 2개에서 트로이 전쟁의 두 원인 파리스와 테티스 여신, 전쟁사를 간략히 훑습니다. 신화의 거장이기에 가능한 너른 시선이겠지요.

 

7장은 사진박물관으로 쓰이다 지금은 영화학교로 사용되는 건물, ‘팔레 드 도쿄(됴코궁전)’의 돋을새김 아홉 무사이와 아프로디테의 상을 읽으며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합니다. 헤시오도스에 의해 명명된 아홉 무사이는 그리스 인들이 생각했던 예술의 면면이거든요. 날개달린 천마 페가수스가 발굽으로 판 샘에서 예술가의 영감에 대해 생각합니다. 샘처럼 솟아나지만 천마가 하늘에 속해있듯 예술가의 영감 역시 하늘과의 관련해 봅니다. 구양수의 삼다훈(많이 읽고 생각하고 쓰라)과 아홉 무사이 이전의 세 무사이의 이름이 비슷한 뜻임을 이야기합니다

 

8장에서 저자는 2001년 그리스 여행을 같이 간 유홍준교수와 <니오베의 딸들> 석상 앞에 서 있습니다. 이 석상에서 처음으로 아케익 스마일이 아닌 찡그린 표정이 나타나고, 대리석상에서 여자의 옷이 배꼽 아래로 내려갑니다. 등 뒤에 화살이 날아와 꽂혀있는데 흘러내리는 옷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게 당연하겠지요. 니오베가 레토여신을 화나게 하며 일곱 딸과 일곱 아들을 자랑하자 레토여신은 쌍둥이 남매신을 불러 복수하게 합니다. 남매신은 잔혹함을 갖고 있습니다. 아폴론은 자신에게 악기 연주실력으로 도전했던 마르쉬아스를 산 채로 껍질을 벗기고, 아르테미스는 자신의 알몸을 보았다는 이유로 고의도 아니었는데 악타이온을 사슴으로 변신시켜 악타이온이 기르던 사냥개에 뜯기도록 합니다.

 

9,10장에서 뱀의 상징성을 살핍니다. 왕뱀 퓌톤을 죽인 자리에 아폴론 신전을 세운 아폴론, 카스모스는 테바이를 세웁니다. 헤라클레스는 헤라여신이 보낸 뱀을 강보에 쌓인 채 죽이고 12난제 해결할 때는 머리 아홉달린 휘드라를 죽입니다. 이아손은 금양모피를 지키던 용을 죽입니다. 보물을 지키는 뱀 또는 괴물은 그 영웅의 용기와 역량을 시험하는 대상입니다. 괴물이 지키지 않는 보물은 세상에 없다는 얘길 읽으며 지금 내가 부닥치고 있는 어려움이 내 역량을 시험하고 있는 괴물임을, 그리고 그것과 겨뤄 이기거나 죽여야만 한 다는 걸 깨닫습니다.

 

인두사신이 나옵니다. 에리크레이온, 나중에 아테나이가 된 아티카의 왕 케르롭스, 왕뱀 퓌톤을 죽인 델포이는 자궁이라는 뜻이며 세계의 배꼽, 옴파로스가 있었어요. 뱀이 있는 곳은 세계의 중심임을 표시하기도 합니다. 에덴동산에도, 세계의 서쪽 정원인 헬리페리데스에 있는 뱀도 그 곳이 세계의 중심임을 말합니다.

 

상승과 하강, 파괴의 재생의 상징이 되는 건 뱀이 겨울잠을 자고, 허물을 벗기 때문입니다.

뱀 때문에 예언능력을 갖게 된 건 데이레시아스, 멜람포스, 폴륌이도스 신화입니다. 아폴론 신화에서는 여사제 퓌티아가 왕뱀 퓌톤의 아내였던 뱀들로 기록되어 있지요.

 

뱀이 죽음과 관련되는 건 에우리디케가 뱀에게 뒷꿈치를 물려 죽고, 트로이의 목마를 성 안으로 들이면 안된다고 주장했던 라오코온이 아들과 함께 뱀에 물려 죽는 신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헤르메스의 최면장과 이집트 아누비스 신의 지팡이에는 뱀 2마리가 있습니다.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에는 1마리가 있습니다. 헤르메스의 최면장은 지하로 죽은 이를 데리고 내려가는것이고 의신의 지팡이는 죽음에서 생명으로 향하는 의미입니다. 아우로보로스, 제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은 삶은 거대한 순환구조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11장은 로마국립 박물관의 파괴된, 아찔한 여자 대리석상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묻습니다. 옛날 조각가들은 조각이나 그림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놓았는데 이것을 어트리뷰트 attribute라고 했습니다. 에로스의 작은 손이 허리에 있는 걸로 봐서 아프로디테입니다. 이 장은 아프로디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12장은 지옥에서 끝없는 노동의 벌을 받고 있는 신화 속 인물의 상을 먼저 보고, 신화를 읽습니다. 밑빠진 독에다 물을 길어다 붓는 다나오스의 딸들, 신들에게 잘 보이려고 아들을 잡아 요리한 벌을 영원한 갈증으로 받은 탄탈로스, 양아버지를 죽인 벌로 불바퀴에 매달려 회전하는 이크시온, 여러 가지 장난질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영원한 노동의 벌을 받은 시시포스가 나옵니다.


에필로그는 예술의 전당 그리스로마 신화 관련 고대 유물전에서 들은 아이와 엄마의 대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신화가 이야기의 어린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아이는 이것을 각인하듯 받아들이고, 어른들에게는 잃어버린 어린시절을 되살리는 역할을 한다고요.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3) 감동적인 장절

 

 

1) 신화가 이야기의 어린이라는 말, 찍듯이 받아들이는 어린아이에게는 풍부한 자산을, 그리고 뜻을 이해하며 받아들이는 어른에게는 어린이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를 준다는 말. 신화에 평생을 보낸 노 작가의 단순하고 울림이 큰 말. 조셉 캠벨의 저서는 번역의 문제인지, 원래 그 분야가 어려워서 인지 모르지만 이윤기씨의 신화책은 읽기가 쉽다. 조셉 캠벨의 저서를 먼저 읽지 말고 이윤기씨의 신화 책을 먼저 읽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 또 하나는 입말체가 신화를 이야기할 때 유용하지 않나 싶었다. 저자는 독자에게라고 대화의 상대를 지칭한다. 이윤기씨 특유의 수다떠는 입말체가 신화를 낯설지 않게 술술 읽히게 하는 힘이 있는 듯 하다. 신화에 대해 쓰려면 ‘~한다말고 입말체로 쓰면 어떨까? 모닝페이지를 입말체, 대화체로 써온 나에게는 문어체보다 이게 더 편하다.


 

2) 뱀의 의미 탐색 중 중간자로서 치유 부분, 삶을 순환적인 것으로 보는 것 두 가지가 인상깊다. <태양으로 날아간 화살> 그림책에서 본 키바 중 뱀의 키바의 비밀이 이것이었던가 싶으다. 그림책 <태양으로 날아간 화살>은 푸에블로 인디언의 설화를 그린 거다. 태양의 신이 푸에블로 인디언 처녀에게 끼친 아들이 자라 내 아버지가 누구냐고 묻는 나이가 된다. 그는 화살을 다루는 장인에 의해 태양으로 쏘아진다. 태양의 신을 만난 아들이 접니다. 당신 아들입니다.” 라고 했다. 태양의 신은 네가 증명해라말했다. 아들은 키바에 들어갔다. 내 기억으로는 번개의 키바, 벌의 키바, 사자의 키바, 뱀의 키바였다. 거기서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뱀의 키바에서 아들은 뱀이 꼬리를 물도록 만들었다. 그 의미가 몇 년 동안 궁금했었다. 뱀의 치유자, 중간자로서의 의미는 헤르메스의 최면장, 의신의 의신장 등 지팡이에 걸린 것에 대한 관심이다. 내가 끼고 다니는 두 마리 뱀이 감긴 반지의 상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뜻은 정확히 몰랐었다.

 

206 헤르메스는 날개 달린 신발을 신고 있습니다. 투구에도 날개가 달려 있습니다. 바로 이 날개 덕분에 헤르메스는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천상과 저승을 오르내릴 수 있습니다. 헤르메스가 들고 있는 최면장, 즉 잠재우는 지팡이 위에는 독수리가 앉아 있습니다. 이것은 헤르메스가 지닌, 천상으로 오르는 능력을 상징합니다. 이 지팡이를 두 마리의 뱀이 기어오르고 있지요? 이 두 마리의 뱀은 헤르메스가 지닌, 저승으로 내려가는 능력을 상징합니다.

 

207 뱀의 정복자이자 암뱀 퓌티아를 무녀로 고용하고 있는 아폴론은 태양의 신이자 예언의 신입니다. 아폴론은 의술의 신을 겸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됩니다. 아들 아스클레피오스 역시 죽음과 삶을 넘나드는 중간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그가 한 탄생의 경험부터가 단순한 탄생의 경험이 아니라 죽음과 삶의 겹경험인 것이지요.

 

210 의술을 상징하는 표지인 의신장, 즉 의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자팡이는 언뜻 보면 헤르메스이 최면장, 즉 잠재우는 지팡이와 아주 비슷합니다. 둘 다 천상과 지하의 상징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미는 다르지요. 헤르메스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저승으로 데려가는 신입니다. 하지만 아스클레피오스는 죽어가는 사람, 곧 저승으로 내려가려는 사람의 영혼을 이승으로 다시 데리고 올라오는 의술의 신인 것이지요.

 

210 파괴와 창조, 죽음과 재생, 상승과 하강 만으로 뱀을 다 설명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그리스인들이 창안한 개념이 바로 아우로보로스제 꼬리를 물고 있는 뱀입니다. 삶을 거대한 순환 구조로 본 것이지요. ‘제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은 음양이 서로 맞물고 있는 태극을 연상시킵니다.

 

211 태극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두 마리의 뱀이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지요.

 

3) 예술 무사이에 대한 것. 무사이의 이름이 헤시오도스 이전에는 9자매가 아니라 3자매고 그것의 의미가 구양수의 삼다훈과 비슷하다고 하니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면 될라나? 천마 페가수스와 아프로디테상을 보며 이윤기씨가 전하는 예술의 의미가 오래 기억에 남았다.

 

167 제우스는 기억의 문화, 기억을 보존하는 기록의 문화, 기록을 통한 찬양의 문화를 지어내야겠다고 생각했음에 분명합니다. 자 제우스가 어떻게 했을까요? 제우스는 필요한 신이 있으면 다른 여신이나 인간으로 하여금 낳게 하는 신입니다. 즉 신들의 아버지인거지요. 제우스는 어떤 여신에게 달려갔을까요? ‘므네모쉬네 Mnemosyne’ 여신에게 달려갑니다. 므네모쉬네는 기억이라는 뜻입니다. 즉 기억의 여신인 거지요. 제우스는 이 기억의 여신과 아흐레 동안이나 동침합니다. 예술을 증진시키는 여신, 즉 아홉 무사, ’뮤즈들은 이 므네모쉬네가 낳은 딸들입니다. 이들은 예술을 장려하는 한편 전승의 기억을 증진시킵니다. , 딸들의 면면을 훑어볼까요? 이들의 면면이 바로 고대 그리스인들이 생각하던 예술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176 천마 페가소스가 발굽으로 팠다는 샘물 히포크레네’. 페가소스에게 하늘과 땅을 잇는 기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신화는 아무래도 예술가의 영감은 샘에서 솟아오르는 것이기도 하지만 원래 그 샘솟음은 하늘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 같군요.

 

176 처음으로 무사 신녀들을 아홉 자매로 기록한 사람은 헤시오도스입니다. 위에 쓴 무사 신녀들 이름도 헤시오도스의 기록에 따른 것입니다. 하지만 헤시오도스 이전의 사람들은 무사 신녀들이 세 자매였던 것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맏이 멜레테의 이름은 연습’, 둘째 므네메의 이름은 기억혹은 생각’, 셋째 아오에데의 이름은 노래라는 뜻인데요, 이 세 자매의 이름은 중국 송나라 시대의 문장가 구양수 삼다훈 三多訓을 연상시킵니다. 삼다훈이란 어떻게 하면 좋은 문장을 쓸 수 있느냐는 물음에 구양수가 한 대답입니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라는 것이지요. 무사 신녀들 세 자매의 이름도 많이 읽고(연습), 많이 생각하고(기억), 많이 쓰라 (노래)‘는 뜻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177 하지만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 것만으로는 예술이 되지 못할 모양입니다. 팔레 드 도쿄의 돋을새김에 그려진 아름다움의 여신 베누스, 즉 아프로디테는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되, 항상 아름다움을 염두에 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4) 많은 생각이 일어난 부분은 지옥에서 영원한 형벌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계속된 노동을 한다는 거다. ‘노동은 삶의 한 방식일 수 밖에 없다. 노동의 해방이 제가 한 일에 대한 정당한 임금을 받는다는 의미일까? 계속 노동할 수 밖에 없는게 인간, 아니 나의 운명인데 어떻게 지옥에 들지 않고 지낼까? 살아있을 때 제대로 살면 그런 벌은 받을 일이 없다고 말하는 듯 하긴 한데.

 

256 탄탈로스, 이크시온, 다나오스의 딸들, 시시포스가 영원한 겁벌의 업보에서 잠시, 아주 잠깐 벗어난 것은 저 신화 시대의 절창 오르페우스가 명계로 내려와 수금을 뜯으며 노래를 불렀을 때 뿐이라고 하지요.

 

256 로마사람 오크누스가 영원한 새끼줄을 잘라먹는 당나귀 옆에서 끝없이 새끼줄을 꼬고 있는 장면을 연상하게 합니다. 그래서 후세 사람들은 헛된 수고를 시쉬포스의 바위오크누스의 새끼줄에다 견주어 말합니다.

 

5) 아프로디테에 대해 읽으며 배우는 점은 애욕이 일어나도록 아름다움을 확보해야겠다 싶다.

 

216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움과 애욕의 여신입니다. 애욕이 무엇인가요? 이성에 대한 성적인 사랑의 욕심입니다. 이 욕심이 없었다면 인류는 까마득한 옛날에 멸종하고 말았을 테지요. 그러니까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움을 통하여 건강한 애욕을 촉진하는 여신, 이성과 이성 사이에 아름다움을 통한 애욕이 발생하면 아들 에로스에게 명령하여 그 애욕을 실천에 옮기게 하는 여신입니다.

6) 뱀이 지키는 보물을 읽으며, 지금 내 앞에 놓인 어둠, 무거움, 시련이 내가 그것을 가질 자격을 시험하는 자임을 알아본다. 고맙다.

 

189 보물이 있다. 그런데 무시무시한 괴물이 그 보물을 지키고 있다. 주인공은 그 괴물과 싸워 이기지 않으면 보물을 차지할 수 없다. 괴물의 마력은 그 보물을 차지할 영웅이 지닌 역량의 시험대 같은 것이지요. 영웅의 역량이 괴물의 마력을 능가하지 못한다면 영웅은 그 보물을 차지하지 못합니다. 괴물이 지키지 않는 보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3. 마음을 무찔러드는 글귀

 

나는 문화 현상에서 신화의 흔적을 찾아내고

그 흔적을 거슬러 올라가 신들과 만나는 공부를 신화 거꾸로 읽기

혹은 역류의 신화학이라고 부르기로 합니다.

 

들어가는 말 : 눈을 뜨고 귀를 기울이면

 

8 파리 세느 강 한 가운데 한강의 밤섬처럼 떠있는 시떼 섬에 들어갔습니다. 파리에 살고 있던 나의 동행은 시떼 섬 들머리에 서 있는 거대한 화강암 구조물의 정체를 나에게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나는 그를 저지했습니다. 그리고는 그 구조물이 나에게 건네는 말에 귀를 기울였지요.

9 아스트라이아. 오른손에는 칼, 왼손에는 천칭. 이치의 여신 테미스의 딸. 제우스가 개판이 된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대홍수를 일으키기 전 머리를 풀고 이 땅을 떠나버린 여신.

 

15 유럽, 특히 프랑스의 설계자들과 시공자들은 친절합니다. 그들은 구조물로 하여금 스스로 역할을 설명하게 합니다. 눈을 부릅뜨면 구조물의 설명이 보이고, 귀를 기울이면 구조물의 친절한 설명이 들립니다.

 

17 나는 잘난 척 하고 싶어서 내 동행의 설명을 저지했던 것이 아닙니다. 나는 구조물과 둘이서만 대화를 나누고 싶었을 뿐입니다. 나 혼자서, 내가 배운 상징의 의미로써 세계를 만나고 싶었을 뿐입니다.

 

21 나는, 문화 현상에서 신화의 흔적을 찾아내고 그 흔적을 거술러 올라가 신들과 만나는 공부를 신화, 거꾸로 읽기혹은 역류의 신화학이라고 부르기로 합니다.

1. 신화가 문화를 보이게 합니다.

 

22 하기아 소피아는 그리스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신전 기둥을 뽑아다 중건한 건물로 유명합니다. 아르테미시온 128개 기둥 중 127개를 뽑아와서 성당을 지었습니다. ‘기독교에 의한 그리스 고대 종의 죽음상징. 지금은 회교 사원. 15세기 동로마 제국 정복한 오스만 투르크의 황제 메흐메트 2세이후

 

23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그리스 고대 종교였던 신화 시대의 죽음을 선언하고 싶었을 겁니다.

 

25 메두사. 아테나여신의 신전에서 포세이돈과 사랑을 나눔으로써 이 여신을 상징적으로 능욕하는 죄를 저절렀기 때문입니다.

 

27 페르세우스는 메두사의 머리를 잘라 영웅들의 수호 여신인 아테나에게 바쳤고, 아테나 여신은 이 메두사의 머리, 제 모습을 보고 돌이 되어 버린 메두사의 머리를 자신의 방패 아이기스 aigis 에다 붙였습니다. 이로써 아이기스는 무적의 방패가 됩니다. 인간이면 누구든 그 방패를 보는 순간 돌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28 미국이 천하 무적의 구축함을 건조하고 그 이름을 이지스라고 지은 것은 그러므로 잘한 일이지요. ‘이지스는 그리스 말 아이기스의 영어식 발음입니다.

 

28 천하무적이던 메두사의 적은 밖에 있지 않고 메두사 안에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자신의 모습을 보는 모든 인간을 대리석상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석화의 권능이었지요.

 

30 헤라클레스가 영웅의 전성 시대를 열 수 있었던 것은 오만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친 헤라클레스>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지칠 줄 아는 영웅이었지요. 그는 선으로 믿어지는 것과 악으로 믿어지는 것 사이에서 고민할 줄 아는 영웅, 갈등을 느낄 줄 아는 영웅이었지요.

 

31 헤라클레스가 화려한 악덕보다는 수수한 미덕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는 진정한 영웅이었던 것이지요.

 

31미궁의 어둠 속에서 인육을 먹고 사는 반우반신은 미성숙한 인류가 진화과정에서 극복해야 했던 수성은 혹 아니었을까요?

 

32 테세우스 이야기는 세계의 거의 모든 문화권이 보유하고 있는 영웅 신화의 한 본보기를 보여줍니다. 거의 모든 영웅들이 그렇듯이 테세우스도 나는 누구인가, 나의 아버지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아버지를 찾아 먼길을 떠나는 영웅, 괴물을 죽이고 공주를 구하는 영웅, 그리고 한 살이의 정점에서 오만을 부리다 추락하는 영웅입니다.

 

32 인류가 17세기 화가 니콜라 푸생을 보유할 수 있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보인가요? 그는 신화가 잊혀져가던 17세기에 고대의 신화를 그 시대의 인식으로써, 그 시대의 예술로써 복원했습니다. 그는 아득한 신화시대와 현대를 잇는 징검다리였습니다. 나는 푸생의 작품 <아버지의 방패를 찾아내는 테세우스>를 만나면 그 아래 오래 서 있고 싶어집니다. 그 아펭서 내가 기억할 수 없을 만큼 오래된 과거를 추억하고 싶어집니다.

그 시대의 인식으로, 그 시대의 예술로써 복원하는 것, 그게 지금 내가 내 쪼대로 신화읽기를 하려는 의미일 지도 모른다. 이런 시도는 의미 있다. 이윤기씨 같은 걸출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종교학이나 신화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도, 그러니까 올림픽 챔피언이 아니라도 생활체육처럼 읽고 적용하는 건 괜찮지 않겠나?

 

33 테세우스 신화의 도입부는 우리를 소스라치게 합니다. <황조가>를 지은 것으로 유명한 고구려의 유리왕 설화와 너무나 흡사한 것입니다. <삼국사기> 가 기록하고 있는 유리 태자 이야기는 고유명사만 바꾸면 바로 테세우스의 이야기가 됩니다. 유리태자를 테세우스로, 고주몽을 아이게우스, 예씨를 아이트라로 바꾸어 본문과 견주어 보면 알 것입니다. <벌핀치의 그리스로마신화>에서는 아버지 아이게우스가 감추어놓았던 것이 칼과 가죽신이었던 걸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33 “아들이 나거든 이름을 유리라고 하세요. 장차 자라 제가 누구인지 궁금해하거든 떠나보내세요. 내가 일곱 마루, 일곱 골짜기, 돌 위의 소나무 밑에다 한 물건을 감추어놓았어요. 제 힘으로 기특하게 그것을 찾을 수 있을 때만 보내세요. 은밀하게 보내세요.“

예씨 몸에서 태어난 아들 유리는 나이가 차자 어머니에게 묻지요.

저의 아버지는 누구이시며 어디에 계십니까?”

예씨는 주몽이 남긴 말을 아들에게 들려줍니다. 유리는 오랜 모색 끝에 일곱 마루 일곱 골짜기, 돌 위의 소나무는 일곱 모난 기둥 밑에 놓인 주춧돌이라는 것을 알아내지요. 주춧돌 밑에는 과연 부러진 칼 도막이 있습니다. 유리는 칼 도막을 신표 삼아, 아버지 고주몽을 찾아가 상면했습니다.

 

35 벨레로폰은 지극한 믿음으로 천마 페가소를 얻은 영웅입니다. 그는 페가소스를 얻음으로써 괴물 키마이라를 죽일 수 있었고, 공주를 얻고 한 나라를 얻어 왕위에 오릅니다. 그 역시 영웅의 고질병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정점에 오르자 오만방자해진 것입니다. ‘오만방자는 정점에 오른 영웅들의 직업병이기도 한데, 거의 모든 경우는 이 정점에서 오만방자하게 굴다가 추락합니다.

 

35벨레로폰은 태양신의 아들 파에톤, 다이달로스의 아들 이카로스와 더불어 추락하는 것의 상징 노릇을 합니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늘을 날 수 있었다는 겁니다. 태양신의 아들 파에톤은 날개 달린 천마가 끄는 태양신의 수레, 이카로스에게는 아버지 다이달로스가 깃털로 만들어 달아준 날개가, 벨레로폰에게는 하늘을 나는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가 있었습니다.

 

36 페가소스가 발길질로 팠다는 샘이 두 군데. 헬리콘 산정의 피포크레네(말의 샘), 테세우스 고향 트로이젠의 히포그레네.

 

37 벨레로폰은 신화의 무대에서 사라지지만 상상력이 부족한 영웅 벨레로폰을 잔등에서 떨어뜨린 페가소스는 영원합니다. 페가소스가 발길질로 판 영험한 샘 히포크레네도 영원합니다. 히포크레네에게 영감을 받는 저 예술의 여신들도 영원합니다. 날대달린 말 페가소스, 그러면 무엇인가요? 상상력입니다. 영감입니다.

 

39 그림으로, 조각으로 남아있기야말로 그스스 신들과 영웅들이 사는 새로운 방식인지도 모릅니다.

 

39 신화 이미지가 우리에게 걸어오는 말은 통역을 거칠 필요가 없습니다. 내 나라 신화가 되었든 남의 나라 신화가 되었든 신화는 벌써 세계어에 편입된 말이기 때문입니다.

2. 서울 헤라클레스

 

43 석관에는 모서리에는 소머리가 있고 머리 양쪽으로는 뿔 모양의 장식이 있습니다.

 

44 저승왕 하데스에게는 플루토스 ploutos’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재보혹은 넉넉하게 하는 자라는 뜻입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쓰는 무시무시한 플루토늄은 바로 플루토스의 금속이라는 뜻입니다. 어둡고 음습한 저승의 왕에게 이렇게 긍정적인 별명이 붙어 있는 게 좀 이상하지요? 그리스에는 지극히 부정적인 것에 오히려 지극히 긍정적인 별명을 붙이는 풍속이 있었나봅니다. 망령을 저승 따응로 싣고 가는 뱃사공 카론의 이름은 기쁨이라는 뜻입니다. 저승이 얼마나 싫었으면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싶기도 학, 이승의 삶을 팍팍하게 살던 옛 그리스인들에게는 실제로 저승이 그렇게 긍정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을 거라는 상상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듣기 좋으라고 붙인 이름은 아니지요.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 저승 땅으로 내려간다는 것은, 씨앗만 묻으면 키워주고 열매맺게 해주는 넉넉한 대지의 품안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겠니까?

 

45 가까운 사람을 저승으로 보내는 이들은 세상을 떠난 이가 어두운 저승 세계로 가는 것이 아니라 기쁨이라는 배를 타고 풍요가 기다리는 저승으로 가고 있다고 믿고 싶었을 테지요.

 

58 아켈로오스 강의 흐름은 발정기의 황소를 연상시켰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처녀 데이나네이라를 사이에 둔 헤라클레스와 아켈로오스의 한판 싸움은 벌판에서 맞붙은 두 마리의 황소를 연상시킵니다. 헤라클레스의 승리는 뱀처럼 구불텅거리면서 흐르다 우기가 되면 범람하는 강을 제방이나 운하로 다스린, 말하자면 치수사업의 성공 사례를 말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요? 강을 다스려놓으면 인근의 퇴적지는 옥토가 됩니다. 그 옥토야말로, 씨앗만 묻어두면 저절로 자라 열매 맺어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먹거리를 제공하는 풍요의 뿔 아니겠어요?

 

3. 고추도 풍요의 뿔이다?

 

63 헤라클레스와 아켈로오스의 이야기는 풍요의 뿔, 코르누코피아의 내력을 설명하는 세 가지 이야기 중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63 제우스의 코르누코피아

 

67 남성과 여성의 코르누코피아

 

64 크로노스는 시간의 신으로 일컬어집니다. 크로노스가 자식이 태어나는 족족 삼켜버리는 것은, 때가 되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들은 소멸시키는 시간의 운명을 상징한다고 하지요. 크로노스는 커다란 낫과 모래 시계를 든 모습으로 잘 그려집니다.

 

65 레아가 아기 제우스를 피신시킨 곳이 크레타섬

 

67 아기 제우스를 위해 암양(혹은 암염소)한 마리를 구합니다. 이 대목이 조금 이상합니다. 왜냐하면 신들은 원래 태어나는 순간에 장성하기 때문입니다....어찢든 아기 제우스의 울음소리를 동굴을 울립니다. 공주들은 그 울음소리가 크로노스의 귀에 들어갈까봐 산신들로 하여금 동굴 바깥에서 방패를 두드리게 합니다...제우스가 대신의 자리에 오른 직후, 젖어머니 아말테이아는 이승의 사명을 다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신화도 있고, 제우스가 멜리세우스의 딸드에게 은혜를 갚느라고 아말테이아를 죽엿따는 말도 있습니다. 제우스는 아말테이아의 뿔을 하나 뽑아, 여기에 불가사의한 권능을 부여하여 그것을 가진 사람이 바라는 것이면 무엇이든 그 뿔에서 나오게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 하나의 풍요의 뿔입니다.

 

68 프리아포스는 아프로디테와 디오뉘소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인데 괴상한 몰골과 터무니없이 큰 생식기 때문에 어머니로부터 버림받다시피 한 자식입니다.

 

68 로마 바티칸 남성 성기가 풍요의 뿔에 견주어지는 대리석상을 봅니다. 프리아포스는 흉물이 아니라 바로 풍요의 신이었던 것이지요.

 

69 신화란 알레고리(우화)입니다. 신화쓰기란 원래 같은 것을 다르게 말하기입니다. 신화는 결국 알레고리, 여느 방식과 다르게 한 이야기인 것이죠.

 

70 아프로디테는 거대한 조개를 타고 바다 위로 떠오른 여신입니다.

 

70 포모나는 과일을 주관하는 로마의 여신입니다. 치마에는 과일입니다. 치모폭으로 과일을 감차고 있는 이 여신의 대리석상은 바로 과일로 가득차 있는 프리아포스의 생식기를 연상시킵니다.

 

그리스나 로마의 조각품들은 남성의 생식기에는 매우 관대합니다. 하지만 여성이나 여신의 경우 젖가슴은 노출시켜도 생식기는 절대로 노출시키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의 상상력은 포모나의 치맛말은 포모나의 생식기를 묘사한 것이라고 가정합니다. 바로 여기에서 여성 생식기를 상징하는 것임에 분명한 조개 또한 코르누코피아의 변형일 것이라고 가정해보는 것이지요.

 

4. 금강 역사가 사자가죽을 쓴 까닭?

 

74 어디에서 많이 듣던 소린데 뭔소리더라? 들을 때 이런 느낌을 주는 말이 있거든 그냥 들어 넘기지 말고 분명하게 되짚고 그 뜻을 되새겨 내 것으로 만들어버릴 것을 제안합니다. 이런 습관을 몸에 붙이는 것이 곧 공부입니다. 책상머리에 앉아 머리 싸동이고 하는 공부만 공부인 것은 아니지요.

 

74 간다라는 인더스 강의 한 갈래 카불 강 하루에 있는 평원의 옛 이름입니다

 

75 간다라 미술은 간다라에서 발전한, 그리스 로마풍의 불교 미술을 말합니다.

 

76 <그리스인의 모험>을 쓴 프랑스인 피에르 레베크는 1세기경 간다라에서 조성된 불상이 그리스의 신 아폴론을 빼다 막은 것 같은데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76 그리스의 정복자 알렉산드로스가 인도의 간다라까지 진출, 이곳에다 그리스풍의 왕국을 세우고, 그리스 문화를 전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인도에다 알렉산드로스가 확립한 그리스풍 문화가 간다라 문화그리고 알렉산드로스가 인도 문화를 흡수, 그리스 문화에다 보태고 뒷날 로마가 꽃피운 것이 헬레니즘 문화인 거지요. 알렉산드로스가 간다라 지역을 정복하고 왕국을 세운 것은 기원전 327년의 일입니다. 알렉산드로스가 그리스 문화를 전하기까지는 간다라에서 불상이 조성된 적이 없다고 했지요? 그리스 조각 예술이 도입되지 않았다면 불상의 조각은 오랜 세월 미뤄졌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77 불교가 우리나라로 들어온 것은 4세기, 고구려 소수림 왕 때의 일입니다. 중국인 순도가 불상 및 불경을 고구려에 전했던 것이지요. 순도는 불교를 전한 뒤 고구려인으로 귀화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78 석굴암의 아미타불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간다라 미술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간다라 불상들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그리스의 신상을 보고 있는 듯한 탁각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그럴 수밖에요. 미술사가들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나라나 일본의 불교미술도 간다라 미술의 영향권에 속한다는 군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불상도 그리스 신상과 무관한 것이 아니지요. 아니고말고요.

 

79 어떻게 부처님의 보디가드가 손에는 제우스의 벼락을 들고 머리에는 헤라클레스의 사자가죽을 쓰고 있을 수 있겠어요?

 

82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무기인 벼락과 이 세상의 새들 중에서 가장 강한 독수리는 제우스의 상징입니다. 제우스가 다른 신들이나 인간들을 응징할 때 쓰는 벼락은 끝이 뾰족한 쇠꼬챙이 모양으로 그려집니다.

 

85 알렉산드로스가 신인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전성기의 알렉산드로스 추종자들은 그를 신인으로 돋우어 섬기고 싶어했을 법합니다. 절대 강자가 나타나면 그 강자의 족보를 신들에 잇대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니까

 

85 관자놀이에도 뿔이 돋아 있습니다. 이 뿔은 제우스 암몬의 뿔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우스와 동일시되고 있다는 증거군요.

 

86 알렉산드로스는 사자가죽을 쓰고 있네요. 사자가죽을 쓰고 다닌 영웅이 누구던가요? 헤라클레스였지요. 따라서 이 석상이 제작될 즈음의 알렉산드로스는 헤라ᅟᅳᆯ레스와 동일시되고 있다고 봐도 좋겠지요.

 

87 알렉산드로스 대왕도 그리스 군 총사령관 시절 페르시아 원정을 앞두고 신탁을 받아보려 델포이로 올라간 적이 있습니다. 액일인데도 그는 부하를 신전으로 들여보내 여사제에게 총사령관이 신탁, 곧 신이 맡겨놓은 뜻을 받으러 왔음을 알리게 했습니다. ...알렉산드로스는 우격다짐으로 여자제를 끌고 신전으로 들어가 삼각대에 앉혔습니다. 여사제는 알렉산드로스의 열성에 감복했다는 듯이 이렇게 중얼거렸지요.

참으로 질 줄 모르는 분이시군요.”

그러자 알렉산드로스가 응수합니다.

그것이 바로 내가 받고 싶어하던 신의 뜻이오.”

알렉산드로스는 신탁을 받은 것이 아니라 만들어냈던 것이지요. 알렉산드로스는 자신을 헤라클레스와 동일시하고 싶었던 나머지 헤라클레스를 의식하고 아폴론 신전에서 행패를 부렸는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91 그 건물의 헤라클레스는 사자가죽이 감긴 몽둥이를 짚은 채 왼손에는 나뭇가지를 들고 있더군요. 필자는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가지 일거라고 짐작했습니다. 힘의 상징인 헤라클레스가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 가지를 들고 있다는 것은 힘을 전제로 하는 평화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싶더군요. 그 건물이 프랑스의 상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반갑던지요.

 

92 헤라클레스는 헤라여신으로부터 혹독한 시련을 받은 영웅입니다. 헤라여신이 헤라클레스를 박해한 데는 이유가 있지요.

 

92 헤라의 질투 때문에 헤라클레스는 겁쟁이 왕 에우뤼스테우스가 맡기는 난사, 즉 아주 어려운 일을 열두 가지나 해 냅니다. 첫 번째 일이 네메이아의 사자 죽이기입니다.

 

5. 그대의 약손

 

99 19991월 터키의 고대 도시 에페소스 근처에 있는 해발 420미터 되는 코레쏘스 산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터키의 고대 도시 에페소스는 신약 성경 <에베소서>의 바로 그 에베소입니다. 그리스 사람들은 이 도시를 에베소라고 하지 않고 에페소스라고 했답니다. 터키 땅에 그리스인들이 대거 이주해서 살 때의 일이지요.

터키는 그리스 유적과 기독교 유적을 같이 볼 수 있구나.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길목

 

99 성처녀 마리아의 집. 왜 예루살렘 근처가 아니라 이 머나먼 터키 땅에 있을까요? 사연이 있지요.

 

101 요한복음의 저자 사도요한이 그리스도의 추종자들에 대한 박해가 극심해지자 마리아를 모시고 머나먼 에페소스의 코레쏘스 산으로 도피했던 것이지요. 성처녀 마리아는 이 산에서 4,5년 동안 말년을 보내다가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집니다. 요한이 저 유명한 <요한게시록>을 쓴 파트모스(밧모스) 섬은 여기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이것은 서기 431년 에페소스의 종교 회의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사실이기고 합니다.

 

102 독일인 수녀 카테리나 에메리히(1774~1824)는 어릴적에 소아마비를 앓아 평생을 지체장애자로 산 분입니다. 에메리히 수녀에게는 무아지경에서 성처녀 마리아와 친교한 일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에메리히는 이때 받은 영감을 <성처녀 마리아의 생애>라는 책으로 써내기도 했지요. 그런데 이 책을 읽은 신부들이 에메리히 수녀의 영감을 실마리 삼아 오랜 연구와 탐사 끝에 집터를 찾아내고 거기에다 아담한 교회를 하나 세웁니다. 마리아의 무덤도 이 근처에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더군요. 이 교회 앞에는 생수가 솟는 샘이 있습니다. 바로 거룩한 샘인 것이지요. 병을 낫우는 영험한 샘으로 알려진 아주 유명한 샘물이랍니다.

 

104 아스클레피오스는 아폴론의 아들입니다. 아폴론을 아시지요? 그리스의 태양신이자 예언의 신이자, 음악의 신이자 의술의 신입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바로 그런 아폴론으로부터 의술하나만을 물려받은 의신입니다. 그리스인들은 이 의신의 덕을 기려 곳곳에 신전과 진료소, 그리고 오늘날 의과대학같은 의숙을 세웠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터키 연안 코스 섬에 있었던 의숙이었답니다. 바로 이 의숙이 전설적인 그러나, 전설이 아닌 의성 (거룩한 의삭) 히포크라테스를 배출하게 되지요.

 

아스클레피오스 진료소 유적지에서 우리나라 옛 서낭당의 서낭목 비슷한 것을 발견하고 나는 충격을 받고 말았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원을 비는 뜻에서 서낭목에 천조각을 걸었지요. 고대 그리스 의신전 앞 나무에 걸린 것 역시 무수한 천조각이었어요. 기원문입니다.

 

105 아스클레피오스와 히포크라테스는 남성입니다. 오랜 세월 신이든 인간이든 남성에게 병 낫우어주기를 빌던 고대인들이 과연 하루아침에 마음을 확 바꿔 여성인 성처녀 마리아에게 빌게 되는 게 쉬운 일이었을까요? 쉽지 않았을 테지요.

 

106 아버지 아스클레피오스와 한 자리에 앉은 딸이자 의술의 여신 휘게이아. 휘게이아의 위치는 병 낫우기를 비는 대상이 남신에서 여신으로 이동하는 고대 사회의 풍속 때문에 한층 강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107 아스클레피오스 신전은 의사 한 분만을 모신 사당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또 누구를 모신 사당일까요? 휘게이아, 바로 의신 아스클레피오스의 따님입니다. 아스클레피오스에게는 딸 넷이 있는데, 그 중 막내인 휘게이아는 아스클레피오스와 함께 제사를 흠향하는 어엿한 여신이빈다. 따님 이름 휘게이아 Hygeia 는 오늘날까지도 위생학을 뜻하는 하이진 hygiene이라는 영어단어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의술의 여신 휘게이아의 임무라는 뜻입니다.

 

108 아스클레피오스는 탄생하는 과정부터 죽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입니다.

 

108 제우스는 탄원에 일리가 있다고 여겨져 벼락을 쳐서, 저승에서 돌아온 자를 저승으로 되돌려 보냈습니다. 그러나 하데스는 아스클레피오스이 목숨까지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결국 아스클레피오스는 제우스의 벼락을 맞고 저승 땅으로 가고 말지요.

테세우스의 아들 휘폴뤼토스를 살려낸 벌로 죽다. 생명의 값은 생명이라는 건가?

 

109 그리스 국력이 내리막길을 걸을 즈음, 로마가 강성해지지요. 하지만 로마는 군사 대국이었을 뿐, 문화적으로는 열등하기 짝이 없는 졸부의 나라 같았지요. 그래서 아우구스투스 시대에 이르면 로마의 문인들이 부지런히 그리스 신화를 수입, 나름대로 각색합니다. 말하자면 어떻게 하든지 저희 나라의 왕의 핏줄을 그리스 신화에다 끌어붙이는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지요.

 

109 아스클레피오스 신전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그리스의 고대 도시 에피다우로스의 아스클레피오스 극장

병치료에 극장이 필요하다고 생각?

 

111 두려워 말아라. 여기에는 허깨비를 하나 만들어 세워두고 내가 가리라. 내 지팡이를 감고 있는 이 뱀을 자세히 보아두어라. 이 뱀을 잘 보아두면 나를 알아볼 수 있으리라. 나는 배으로 둔갑해서 너희에게 나타날 것이다만 이 지팡이의 뱀보다는 훨씬 클 것이다.

 

112 뱀의 모습을 한 의신은 세계의 수도 로마에 입성했다.

 

111 그리스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가 상륙한 것으로 기록되고 있는 섬, 로마의 이솔라 티베리나.

 

113 이탈리아의 이솔라 티베리나는 고대 문화의 컨텍스트(문맥)을 온전하게 사는 행복한 이탈리아 인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문화를 살고 있지 못하지요.

 

114 로마 사신들이 당도했다는 그 도시는 아스클레피오스의 신전, 병원, 그리고 극장이 있었떤 곳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아스클레피오스의 추종자들은 정신의 안정이 병의 치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믿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극장에서 희비극을 갈마들이로 공연함으로써 환자들의 마음을 쓰다듬었을 것입니다.

 

115 도시국가 아테나이의 황금시대에 그 황금시대를 이끈 정치가 페리클레스가 아크로폴리스에다 세운 신전은 바로 처녀신 아테나의 신전이었습니다. 아테나이와 패권을 다투던 스파르타 백성이 섬긴 신도 남신이 아닌 여신 아르테미스였지요...아테나와 아르테미스 같은 여신들은 당시의 정치와 군사를 좌지우지하던 남성들 속에 깃들여 있던 아니마’, 즉 남성의 마음 속에 깃들여 있던 여성이었기 때문일까요? 기독교 갈래 중에서 성모 마리아의 위치가 자장 튼튼한 종파는 아마도 그리스 정교회일 것입니다. 여신 숭배의 오랜 전통이 그리스인들을 그리 만든 것일 테지요.

 

117 어떻습니까? 휘게이아는 남신과 여신 사이에, 하나의 접속사처럼 존재하는 여신 같지 않습니까?


6. 로마, 그리스신화를 수입하다.

 

118 터키 답사 여행에서 트로이아는 계륵과 비슷합니다. 계륵이 무엇인가요? 닭갈비입니다. 닭갈비는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먹을 것이 없지요. 삼국지의 조조가 처음 쓴 말이라고 합니다. 터키인들은 트로이아혹은 트로이라고 해도 알아듣지 못합니다. ‘히사를리크 트루바라고 해야 겨우 알아듣습니다.

 

118 호메로스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는 대도시의 이름 이즈미르는 신화에 등장하는 아버지의 자식을 낳은 것으로 악명 높은 스뮈르나에서 유래합니다. ‘이즈미르스뮈르나의 도시라는 듯입니다.

 

121 인류 문화를 거대한 신전에 견준다면 한 나라의 문화는 그 신전의 한 기둥과 같은 것, 한 지역의 문화는 기둥을 이루는 태고석 같지 않을까 싶었지요. 왜 하필이면 그리스 신화인가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나는 트로이아의 아테나 신전에서 떨어져내린 태고석 조각의 거멀쇠에서 찾아보고자 했지요.

트로이아는 그리스인들의 손에, 그리스 연합군의 제갈공명이라고 할 수 있는 오뒤세우스에 의해 폐혀거 됩니다. 트로이아의 패배한 장군 아이네이아스는 트로이아를 떠나 에게 해와 지중해를 떠돌다 이탈리아 반도에 안착하면서 로마 제국의 기틀을 닦지요. 이로써 좁게는 로마 역사, 넓게는 서양의 역사가 열립니다. 왜 하필이면 그리스 신화인가 하면, 문화적 기반이 약했던 로마가 그리스 신화 체계를 수입, 율리우스 카아사르의 유럽 진출과 함께 유럽 전역에 광범위하게 유포했기 때문입니다. 동방의 국가 트로이아는 그리스 문화라는 이름의 태고석과 로마 문화라는 이름의 태고석을 하나로 잇는 거멀쇠였습니다.

 

123 그레코 로망, 즉 그리스와 로마 신화 관련 4대 고전으로 꼽히는 책은 호메로스 <일리아스> <오뒤쎄이아>, 그리고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아스>, 그리고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입니다. 그중에서도 <일리아스><오뒤세우스>는 인류 문화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따라서 인문학의 모든 분야 종사자는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하지만 워낙 방대해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책입니다. 트로이아의 옛 이름은 일리온이었습니다.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스>일리온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결국 트로이아 전쟁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아스>를 읽어봐야겠구나. 3권은 2번 이상 읽었다.

 

124 주목할 만한 것은 헬레니즘(그리스와 로마문화) 문학과 헤브라이즘(헤브라이 문화) 문학의 보고하고 할 수 있는 고전들이 모두 사과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124 트로이아는 에게 해 북동쪽 해안, 그러니까 지금의 터키 중서부 해안에 있던 그리스계 도시국가였습니다. 호메로스에 따르면 트로이아는 바닷가 언덕 위에 자리잡은, 튼튼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도시 국가였습니다. 트로이아가 이렇게 크게 발전한 수 있었던 것은 당시의 프리아모스 왕이 트로이아에서 가까운 해협을 통해 비옥한 흑해 연안을 오르내리는 장삿배로부터 통행세를 걷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프리아모스는 넓은 영토와 갈기가 유난히 긴 말을 많이 가진 왕이었지요. 맏아들 헥토르는 아버지를 능가하는 지혜와 용맹을 자랑하는 장군이어서 트로이아의 앞날은 탄탄했지요.

 

125 트로이아의 예언자들은 헥쿠바가 낳은 아이가 아들이면 장차 트로이아를 잿더미로 만들 것이라고 예언한 적 있었기 때문입니다.

 

126 불화의 여신 에리스는 각가 결혼과 지혜와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세 여신이 서로 불화하게 한 것입니다.

 

126 숲의 요정 오이노네에게는 사람이 입은 상처는 아무리 지독한 상처라도 말끔하게 낫우는 재능이 있었습니다.

 

127 제우스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심판하는 일을 근 20년 가까이 미루고 있었던 셈이 됩니다. 제우스는 왜 심판을 미루었을까요? 여기에는 두 가지 설명이 있습니다. 제우스는 어느 한 여신을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심판함으로써 다른 두 여신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을 거라는 설명이 그 하나입니다. 또 하나의 설명은 인간에 대한 제우스의 의중을 잘 드러냅니다. ..제우스는 신들과 인간 사이에서 호시탐탐 신들의 자리를 노리던 영웅들을 일시에 제거할 묘책으로 트로이아 전쟁 발발을 방관했다는 것입니다. 파리스를 살려두면 파리스의 심판을 맡기면 파리스가 트로이아 전쟁의 방아쇠 노릇할 것임을 미리 알고 있었던 셈입니다.

전쟁에 대해 신의 어떤 뜻이 있을까 생각해보는 건 재미나면서도 부질없으면서도 안 물어볼 수 없는 질문 인 듯 하다.

 

129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지혜를 주겠다. : 아테나

어마어마한 재물과 권력과 명예를 주겠노라 : 헤라

자기만큼 아름다운 아내와 짝을 지어주겠다 : 아프로디테

파리스는 그 황금사과를 아프로디테에게 던집니다. 아름다움(아프로디테)에게 홀린 나머지 행복한 결혼(헤라)과 지혜로운 삶(아테나)를 포기한 것입니다.

 

129 파리스가 트로이아를 잿더미로 만든 장본인이 되려면 먼저 왕자의 지위를 되찾아야 합니다.

 

131트로이아 전쟁에서 살아남은 영운은 오뒤세우스, 아이네아스 등 겨우 몇 명이 손에 꼽힐 정도입니다.

 

132 트로이아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는 물론 파리스입니다. 하짐나 간접적인 원인 제공자는 테티스 이기도 합니다.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황금 사과를 던짐으로써 트로이아 전쟁의 실마리를 제공한 현장이 바로 이 테티스와 펠레우스의 결혼식장입니다.

 

134 트로이아 전쟁의 간접적인 원인 제공자인 테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가 바로 그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인 파리스의 화살에 맞아 죽은 것은 얼마나 아이러니컬한 일인가요? 파리스의 활솜씨가 좋아서가 아닙니다. 궁술의 신답게 아폴론이, 자신의 신전을 유린한 아킬레우스의 뒷꿈치로 화살을 인도한 것입니다.

 

135 테티스 여신은 트로이아 전쟁에 참전하면 아들 아킬레우스가 목숨을 잃을 것이라는 신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아킬레우슨느 어머니의 당부에 따라 뤼코메데스 왕의 딸들 사이에 숨어 여장하고 살았습니다. 그리스 연합군 쪽에서도 신탁을 받아보았지요. 신탁의 점괘에 따르면, 그리스 연합군은 아킬레우스가 없을 경우 트로이아 전쟁에서의 승산이 전무했습니다. 그래서 연합군 측에서는 꾀돌이 오디세우스를 보내어 아킬레우스를 찾게 하지요.

 

136 트로이아 전쟁이 끝나자 오디세우스는 귀향길에 오릅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트로이아에서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신전을 유린한 허물이 있습니다. 포세이돈이 그의 귀향을 방해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오디세우스가 근 10년 동안이나 바다 위를 방황하는 이야기 이것이 오디세이아 즉 오디세우스 이야기입니다. 트로이아 전쟁은 9년 동안이나 끈 뒤에야 그리스 연합군의 승리로 끝납니다. 따라서 오디세우스는 고향을 떠난 지 19년 만에야 귀향할 수 있게 됩니다.

 

136 헬레네는 제 스스로 버린 남편에게로 되돌아옵니다. 하지만 <일리아스><오디세이아>에는 헬레네 같은 여성만 등장하는 게 아닙니다. 19년 동안을 변학도 같은 구혼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갖은 협박을 다 받으면서 일구월심 지아비 오뒤쎄우스만 기다리는 여성 페넬로페가 있습니다. 페넬로페는 구혼자들의 협박에 시아버지의 수의 한 벌 만들어놓고 재가하겠다면서 낮에는 베를 짜고 밤에는 풀면서 19년을 버팁니다.

 

138 패장 아이네이아스가 잿더미가 된 조국 트로이라르 떠나 에게 해와 지중해를 방황하다가 마침내 이탈리아 반도에 정착, 로마 제국의 기틀을 마련하기까지의 모험담이 바로 <아이네이아스>입니다. 이 책은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와 함께 군사력은 막강했지만, 문화적으로는 뿌리가 부실했던 로마에 그리스 문화 전통의 세례를 베풀기 위해 의도적으로 쓰여졌다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139 베르길리우스에 의해 어머니인 그리스 여신 아프로디테의 후광을 업고 로마 제국의 기틀을 세운 영웅으로 아이네이아스가 그려집니다. 이로써 로마신화는 그리스 신화의 적자가 되고 로마의 조상들 족보는 그리스 신들의 족보로 연결됩니다.

 

139 오비디우스는 베르길리우스의 뒤를 이어 문단으로 진출, 오래지 않아 그 방면의 선두 주자로 떠오르면서 풍족한 유산, 빛나는 기지, 엄청난 기억력, 반듯한 사교술을 종횡무진으로 구사, 일약 문단과 사교계의 총아가 되는데, 이 시절에 그가 쓴 작품이 저 유명한 <사랑의 기술>입니다. 사랑에 대한 점잖은 교과서적 가르침을 비웃으면서 구체적인 연애 기술, 활달한 사랑법, 여성을 꾀는 방법, 남성을 유혹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이 책은 당시 로마인들에게 상당한 입씨름거리를 제공합니다. 그 시절은 표면적인 호칭이 프린켑스 세나투스원로 중 으뜸가는 원로였을 뿐 실제로는 황제나 다름없던 아우구스투스가 파늩리 파트리아이(國父)’로서 풍속 새마을 운동을 근엄하게 펼치던 시기입니다. 아우구스투스의 개혁이 추상같았는데도 불구하고 외손녀 율리아는 아우구스투스가 요구하던 미풍양속 다잡기 호소에 순응하긴 커녕 로마의 호걸들을 돌아가면서 사랑하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사랑의 기술>로 한 차례 로마의 미풍양속을 뒤흔들어놓은 오비디우스입니다. 그는 <사랑의 기술>이라는 경박한 책을 씀으로써 그리고 외손녀와 어울림으로써 아우구스투스로부터 용서받기 어려운 괘씸죄를 얻게 됩니다. 참다 못한 아우구스투스는 오비디우스를 지금의 루마니아 콘스탄티아로 유배하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을 법한 오디디우스가 유배지에서 정신을 가다듬고 쓴 작품이 바로 <변신이야기>입니다.

오비디우스 작가소개

 

142 로마 제국은 그루부터 400년 뒤 테오도시우스 황제의 아들 아르카디우스가 콘스탄티노플(비잔티움)을 수도로 새 제국을 건설함으로써 양분되는데, 이 동로마제국이 지어낸 문화가 바로 비잔틴 문화입니다. 비잔틴문화는 동방의 문화와 그리스 정교 문화의 거멀쇠였던 것이지요. 하짐나 이 비잔틴 문화는 동방의 문화와 그리스 정교 문화의 거멀쇠였던 거지요. 비잔틴 문화도 장수를 누렸을 지언정 15세기 오스만 투르크에 멸망하면서 그리스 정교의 자리를 이슬람교에 넘겨주고, 수도 콘스탄티노플은 이스탄불이 됩니다. 그로부터 500년이 지난 지금 이스탄불은 기독교 문화와 이슬람 문화를 하나로 아우르는 또 하나의 거멀쇠가 되어 있습니다.

143 트로이아에서 이스탄불로 들어가는 길은 고대 문화의 거멀못을 떠나 중세 문화의 거멀못을 경험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동서양이 만나는 터키는 동서양 문화를 하나로 묶어주는 거대한 거멀못 이기도 합니다.

터키여행을 가는 이유

 

7. 의사가 사람을 죽여?

 

이때의 의사는 아폴론이다.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남매가 니오베의 일곱 아들딸을 죽이는 이야기가 이 장의 내용이다.

 

144 20012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한 미술사학자 유홍준 교수와 함께 그리스를 여행했습니다. 그분 덕분에 아주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스 미술에 누드가 등장하는 것은 <니오베의 딸>이후입니다. 말하자면 이 그림에서 처음으로 대리석상에서 옷자락이 배꼽보다 아래로 내려갔다는 겁니다. 기원전 5세기 이전의 대리석상은 옷을 벗지 않습니다. 가벼운 미소. 아케익 스마일 archaic smile

 

145 니오베의 딸에 얽힌 풍부한 드라마, 읽어봅니다.

 

153 마르쉬아스는 감히 음악의 신인 아폴론에게 도전한 인간입니다. 아포론에게는 산 채로 마르쉬아스의 껍질을 벗기는 정도의 잔인한 측면도 있습니다.

 

155 아르테미스는 아름다운 여신입니다. 하지만 표독하고 무자비한 구석이 있는 여신입니다. 아르테미스는 자기의 알몸을 보았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아크타이온을 사슴으로 변신시키고, 자기 사냥개의 이빨에 뜯겨 죽게 합니다.

 

8. 예술이 뭐길래?

 

161 나는 이런 돋을새김을 보면 대테일에 충실한 사진찍기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디테일에 충실한 사진 가지고는 피사체의 규모를 짐작할 수 없지요. 비교 대상과 함께 찍어라. 한 사진가가 내 사진을 보고 해 준 충고입니다.

 

163 무사 Mousa 가 무엇일까요? 칼싸움하는 사람? 아니지요. 영어로는 뮤즈 Muse 입니다. 뮤즈 모르는 독자도 있을까요? 예술을 장려하는 신녀들입니다. 신녀는 신이라기보다는 가까이서 신을 보필하는 이들을 말합니다. 음악을 뜻하는 Music은 바로 이 무사에서 온 말입니다. 단수일때는 무사 복사일때는 무사이 mousai입니다. 무사이가 사는 집을 그리스어로 무세이온 mouseion, 라틴어로는 무세움museum 이라 합니다. 바로 영어의 뮤지엄, 즉 박물관입니다.

 

163 무사이는 예술을 장려하는 신녀들입니다. 예술품만 있어야 하는데 어째서 고고학적, 역사학적 유물들을 아우르는 걸까요? 무사들의 탄생 스토리에 그 답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 장은 무사이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 사진 박물관으로 쓰이다가 영화학교가 된 팔레 드 도쿄-도쿄궁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 건물의 돋을새김 벽화를 본다. 무사이들이 새겨진 조각이다. 이 책은 이런 식으로 여행 중에 본 건축, 조각, 미술품, 또는 생활 속의 상징들을 먼저 제시한다. 그 상징을 읽기 위해 신화로 가는 전개방식을 따른다.

 

164 창세신화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신들의 싸움이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말하자면 이 세상을 두고 벌이는 주도권 쟁탈전 같은 것이지요.

 

165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제우스 신도 다른 신들과 주도권 쟁탈전을 벌입니다. 처음으로 제우스에게 도전한 신들은 티탄신들입니다. 티탄titan거대한 신들이라는 뜻입니다. 영어에서는 타이탄이라고 발음하지요. 영화로도 유명한 타이타닉 titanic’ 이라는 말은 거대한 배라는 뜻입니다. 제우스는 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하늘나라 올림포스의 주도권을 잡습니다.

 

167 제우스는 기억의 문화, 기억을 보존하는 기록의 문화, 기록을 통한 찬양의 문화를 지어내야겠다고 생각했음에 분명합니다. 자 제우스가 어떻게 했을까요? 제우스는 필요한 신이 있으면 다른 여신이나 인간으로 하여금 낳게 하는 신입니다. 즉 신들의 아버지인거지요. 제우스는 어떤 여신에게 달려갔을까요? ‘므네모쉬네 Mnemosyne’ 여신에게 달려갑니다. 므네모쉬네는 기억이라는 뜻입니다. 즉 기억의 여신인 거지요. 제우스는 이 기억의 여신과 아흐레 동안이나 동침합니다. 예술을 증진시키는 여신, 즉 아홉 무사, ’뮤즈들은 이 므네모쉬네가 낳은 딸들입니다. 이들은 예술을 장려하는 한편 전승의 기억을 증진시킵니다. , 딸들의 면면을 훑어볼까요? 이들의 면면이 바로 고대 그리스인들이 생각하던 예술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아홉 무사 중 늘 첫 번째로 꼽히는 신녀는 칼리오페입니다. ‘칼리오페아름다운 음성을 뜻합니다. 목소리가 아름다운 칼리오페는 서사시웅변에 능합니다. 칼리오페가 늘 첫 번째로 꼽히는 것은 이 신녀가 바로 고개 그리스 최고의 명가수 오르페우스의 어머니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무사는 클레이오입니다. 이 이름은 ‘...에 대하여 말하는 신녀라는 뜻입니다. ...에 대하여 말하기가 무엇이겠어요? 바로 역사이지요. 클레이오는 역사가 담긴 서사시와 영웅시를 담당합니다. 클레이오는 나팔과 물시계를 든 모습으로 자주 그려지는데요, 나팔은 전쟁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물시계는 과거 시간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클레이오는 과거의 일인 역사에 대해서 말하는 신녀입니다.

 

세 번째, 에라토에로스라는 말, 사랑의 여성형입니다. 따라서 연애시 및 서정시를 담당하는 여신입니다.

 

네 번째 우라니아하늘을 뜻하는 우라노스의 여성형입니다. 지구의나 나침반을 든 모습으로 자주 그려지는 우라니아는 천문시 및 하늘 찬가를 담당합니다.

 

다섯 번째, 슬픈 표정을 한 가면과 몸둥이를 들고 다니는 신녀 이름 멜포메네노래하는 신녀라는 뜻입니다. 슬픈 표정을 한 가면이 암시하고 있듯이 멜포메네는 비극을 담당합니다. 비극 담당 신녀에게 노래하는 신녀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것을 보면 고대 그리스인들은 비극을 우리 영혼의 카타르시스(정화)’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았음에 분명합니다.

 

여섯 번째, 웃는 표정의 가면을 든 신녀도 있습니다. 바로 탈리아입니다. ‘탈리아꽃피우는 신녀라는 뜻입니다. 가면이 암시하고 있듯이 탈리아는 희극을 담당하는 신녀입니다. 괘 그리스인들은 웃음을 으로 보았던 모양이지요?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말에도 웃음꽃을 피우다는 말이 있네요.

 

일곱 번째, 에우테르페매우 기뻐하는 여신이라는 뜻입니다. 바로 유행가를 담당하는 신녀입니다.

 

여덟 번째, 폴뤼휨니아여러 가지 찬양가를 부르는 신녀라는 뜻입니다. 이 여신은 입술에 손가락을 댄 모습으로 잘 그려집니다. 무언극담당입니다. ‘휨니아란 말은 찬송가라는 뜻을 지닌 영어의 힘hymn이라는 말에 남아 있습니다.

 

아롭번째, 테릅시코레는 현악기 키타라를 든 모습으로 자주 그려집니다. 이 신녀는 주로 무용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73 무사 신녀들은 자주 올륌포스 천성으로 올라가 신들의 잔칫자리 말석을 얻어 시와 음악으로 흥을 돋우지만 대개는 헬리콘 산에서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헬리콘산이라면 산비탈에는 향나무가 많고 물이 하도 맑아 독사의 독니까지 삭아 없어진다는 곳입니다. 이들은 천마 페가수스의 발굽자리라고 전해지는 히포크레네(말의 샘)’에서 영묘한 시상을 떠오르게 하는 그 샘물을 마시고, 자리만 어우러지면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었고, 그러다 지치면 샘물로 몸을 재계하고 올륌포스로 올라갈 채비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76 천마 페가소스가 발굽으로 팠다는 샘물 히포크레네’. 페가소스에게 하늘과 땅을 잇는 기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신화는 아무래도 예술가의 영감은 샘에서 솟아오르는 것이기도 하지만 원래 그 샘솟음은 하늘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 같군요.

 

176 처음으로 무사 신녀들을 아홉 자매로 기록한 사람은 헤시오도스입니다. 위에 쓴 무사 신녀들 이름도 헤시오도스의 기록에 따른 것입니다. 하지만 헤시오도스 이전의 사람들은 무사 신녀들이 세 자매였던 것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맏이 멜레테의 이름은 연습’, 둘째 므네메의 이름은 기억혹은 생각’, 셋째 아오에데의 이름은 노래라는 뜻인데요, 이 세 자매의 이름은 중국 송나라 시대의 문장가 구양수 삼다훈 三多訓을 연상시킵니다. 삼다훈이란 어떻게 하면 좋은 문장을 쓸 수 있느냐는 물음에 구양수가 한 대답입니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라는 것이지요. 무사 신녀들 세 자매의 이름도 많이 읽고(연습), 많이 생각하고(기억), 많이 쓰라 (노래)‘는 뜻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177 하지만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 것만으로는 예술이 되지 못할 모양입니다. 팔레 드 도쿄의 돋을새김에 그려진 아름다움의 여신 베누스, 즉 아프로디테는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되, 항상 아름다움을 염두에 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9. , 아무래도 너무 길다

뱀이 상징하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상징에 대해 이야기한다. 콧수염과 입술의 화장실 상징, 융의 상징에 대한 이야기

 

182 우리가 흉측하게 여기어 마지않는 뱀이 이 석 장의 사진에서는 낫움의 상징 노릇을 학 있군요.

 

183 왕뱀 퓌톤을 죽인 뒤부터 아폴론은 아폴론 튀티오스(퓌톤을 죽인 아폴론)’라는 별명으로 불립니다. 이 신화는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요? 파충류인 뱀과 포유류인 인간은 원래 사이가 좋지 못했는데, 이 왕뱀 퓌톤은 인류의 무의식에 남아있는 원시 시대 파충류에 대한 공포를 상징하는 것일까요? 아폴론은 왕뱀 퓌톤을 죽인 것을 기념하여 퓌티아 경기를 창시합니다. 오늘날 올림픽의 원조하고 할 수 있는 올륌피아와 쌍벽을 이루던 경기. 씨름, 달음박질, 전차경주에서 승리한 선수는 떡갈나무 관을 상으로 받았다고 하지요.

 

185 (에우로페)을 잃고 슬픔에 잠겨 있던 아게노르는 아들 카드모스를 불러 에우로페를 찾아오라고, 찾지 못하면 아예 돌아오지 말라고 단서를 붙입니다. 카드모스는 오랜 세월 누이를 찾아 헤맸지만 끝내 찾지 못합니다.

 

185 왕뱀 퓌톤에게는 퓌티아라는 아내가 있는데 물론 왕뱀이었을 테지요. 아폴론은 퓌티아는 죽이지 않고 여자로 변신시켜 신전의 여사제 노릇을 하게 했지요. 당시에는 신전이 없어서 카스탈리아 계곡의 동굴에서 신탁을 전했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카드모스는 바로 이 퀴티아로부터 아폴론의 산탁을 받은 것이지요.

 

186 카드모스는 왕뱀을 쓰러뜨립니다. 카드모스가 세운 나라가 테바이입니다.

 

187 헤라는 이 사생아(헤라클레스)를 죽이기 위해 태어난 지 아흐레밖에 안된는 아기 헤라클레스에게 뱀 두 마리를 보냅니다. 제우스의 아들인데 여부가 있었겠어요? 헤라클레스는 단숨에 이 두 마리의 뱀을 죽여버립니다. 헤라클레스의 뱀 죽이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는 머리가 아홉 개인 물뱀 휘드라를 죽인 것으로 유명한 영웅입니다.

 

189 황금양의 모피, 즉 금양모피를 되찾으러 콜키스 땅으로 갔던 영웅 이아손도 용 혹은 거대한 도마뱀을 죽입니다. 이 용은 콜키스 사람들이 거룩한 숲이라고 부르던 아레스의 숲에서 살고 있었다는군요. 그러니까 용은 금양모피의 지킴이인 셈입니다. 이아손은 이 지킴이를 죽이고 금양모피를 차지하지요.

 

189 보물이 있다. 그런데 무시무시한 괴물이 그 보물을 지키고 있다. 주인공은 그 괴물과 싸워 이기지 않으면 보물을 차지할 수 없다. 괴물의 마력은 그 보물을 차지할 영웅이 지닌 역량의 시험대 같은 것이지요. 영웅의 역량이 괴물의 마력을 능가하지 못한다면 영웅은 그 보물을 차지하지 못합니다. 괴물이 지키지 않는 보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191 똬리를 틀고 머리를 치켜든 뱀을 본 적이 있겠지요? 뱀이 먹이를 공격할 때 자주 취하는 동작입니다...팽팽하게 긴장해 있습니다. 그러니까 뱀이 먹이를 향하여 전광석화 같이 날아드는 폭발적인 힘은 사실은 수면처럼 고요해 보이던 그 똬리에 있었던 것이지요. 똬리는 말하자면 용수철 같은 것입니다.

 

192 뱀에게는 영물이라는 또 하나의 얼굴이 있습니다. 지상과 지하를 마음대로 드나드는 배의 속성이 이런 또 하나의 얼굴을 빚은 것 같습니다.

 

192 그리스 신화는 아티카의 거룩한 황 케크롭스가 머리는 사람이되 몸은 뱀의 몸인 인두사신 의 반인이었던 것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티카는 뒤에 그리스이 중심 국가 아테나이로 바뀝니다. 그러니까 그리스인들은 저희들 나라의 선조를 인두사신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지요.

 

192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 서 있는 가장 중요한 구조물은 아테나 여신의 신전 파르테논입니다. 파르테논은 처녀의 집’, 그러니까 처녀신 아테나의 신전이라는 뜻입니다. 파르테논 앞에도 중요한 구조물이 서 있습니다. 바로 에리크테리온입니다. ‘이리크토니오스의 사당이라는 뜻입니다.

 

헤파이스 토스가 아테나를 향해 분사한 정액을 양털로 닦아 대지에 버렸다. 그걸 아깝게 여긴 대지의 여신이 아기를 지어냈다. ‘애리스(양털)’크톤(대지)’의 합성어. 에리크토니오스도 인두사신이었다.

 

193 아폴론이 왕뱀 퓌톤을 죽인 곳은 델포이입니다. 고대도시의 이름 델포이는 자궁이라는 뜻이라는군요. 자궁이라면 여성의 인체 부위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위, 곧 중심이 아닌가요? 아폴론이 중심의 상징일수도 있는 왕뱀을 죽인 곳이 바로 세계의 자궁’, ‘세계의 중심이 된 셈입니다.

 

193 옴팔로스 : 세계의 배꼽

 

194 케크롭스가 그랬듯이 복희와 여와 역시 허리 아래로는 뱀

 

196 이아손이 금양모피를 내리고 있습니다. 금양모피가 걸려있던 나무를 뱀이 감고 있습닏. 그렇다면 금양모피가 걸려있던 나무는 세계의 중심에 있는 세계수즉 세계를 상징하는 나무였던 셈입니다.

 

196 알렉산드로스 왼쪽에도 뱀이 감고 있는 나무가 있습니다. 알렉산드로스에게는 이보다 더한 칭송은 없겠군요.

 

197 ‘헤리페리데스의 뜰은 세계의 서쪽 끝에 있습니다. 델포이가 세계의 중심이면 정반대의 페스페리데스의 뜰 또한 세계의 중심이지요.

 

197 에덴의 동산 역시 세계의 중심이었던 셈입니다.

 

 

10. , 음양을 만나게 하다

 

199 테이레시아스가 점쟁이가 된 내력 : 굵은 뱀 두 마리가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을 보고 별 생각없이 지팡이로 때려주었다. 남성이던 테이레시아스는 이때부터 여성이 되어 7년동안을 여성으로 살았다. 8년째 되는 날 똑같은 뱀이 또 뒤엉켜 있은 것을 본 여성 테이레시아스는 따 한차례 때리고서 본래 성, 남성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200 뱀이 예언하는 능력과 관계가 있다고 암시하는 신화는 또 있다. 멜람포스 얘기

 

200 <벌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

멜람포스의 집 앞에는 참나무가 한 그루 있었는데, 그 둥치 속에는 뱀의 보금자리가 있었다. 멜람포스의 하인들이 어미 뱀을 잡아죽이자 멜람포스는 새까들을 가엾게 여겨 정성스럽게 길러주었다. 어느날 그가 참나무 아래서 잠을 자고 있을 동안 뱀들이 혀로 그의 귀를 핥았다. 번쩍 눈을 뜬 그는 몹시 놀랐다. 새는 물론이고 땅 위를 기는 벌레들의 언어까지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덕분에 미래의 일을 예언할 수 있게 되어 유명한 예언자 노릇을 했다. 언젠가 멜람포스의 원수가 그를 자아 아주 튼튼한 옥에다 가둔 일이 있었다. 멜람포스는 밤중 고요한 시각에 벌레들이 주고받는 얘기를 들었다. 벌레들이 주고받는 얘기는 우리가 서까래를 다 파먹어 지붕이 곧 내려앉을 테니 어서 다른 곳으로 가자, 이런 내용이었다. 멜람포스는 자기를 가둔 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는 어서 꺼내달라고 하는 한편 그들에게도 피난하라고 권했다. 후사하고 깊이 존경해 마지 않았다.

 

201 멜람포스의 자손 중에는 폴뤼이도스라는 예언자 <고대신화전> 영국 옥스포드 대학

 

폴뤼이도스는 왕자의 시체에 접근하는 뱀을 죽여버렸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 또 한 마리의 뱀이 약초를 물고 들어와 죽은 뱀의 시체에 비볐다. 그러자 죽었던 뱀이 살아났다. 두 마리의 뱀은 동굴을 빠져나갓다. 폴뤼아도스는 혹시나 해서, 뱀이 물고 들어와 죽은 뱀을 비비던 그 약초를 주워 글라우코스의 시체를 비벼보았다. 글라우코스는 살아났다.

 

202 뱀은 죽음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보인다. 신부 에우뤼디케가 뱀에 발뒤꿈치를 물려 죽자 희대의 명가수였던 신랑 오르페우스가 신부를 찾아 저승으로 내라간다.

 

204 라오코온이라는 성직자는 목마는 그리스 군의 흉계니 태워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두 아들과 함께 아폴론이 보낸 거대한 뱀에게 죽음을 당하지요. 이것이 바로 저 유명한 조각품 <라오코온>의 소재가 된 유명한 사건입니다.

 

204 뱀이 죽음의 상징인 것은 어느 정도 분명해 보입니다.

204 하지만 우리는 아폴론이 태양의 신이자 예언의 신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아폴론이 태양의 신이라는 것은, 그가 지닌 어두운 곳을 밝히는 속성을 말합니다. 그가 왕뱀 퓌톤을 죽였다는 사실은 인간의 의식에 묻어 있는 어둠에 빛을 비추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는 예언의 신이기도 합니다. 그가 예언의 신이었다는 것은 그가 지닌, 암흑과 같은 미래, 미지의 세계를 밝히는 속성을 말합니다. 예언이란 미리 알고 말하기입니다. 곧 미지의 어둠을 으로써 밝히는 행위입니다. 그러니까 아폴론이 맡은 태양의 신 직분과 예언의 신 직분은 둘이 아니라 하나인거지요.

 

206 고대인들은 겨울이면 동면에 들어가 사라져버리는 뱀에게서 저승 이미지를 떠올렸을 법합니다.

 

206 헤르메스는 날개 달린 신발을 신고 있습니다. 투구에도 날개가 달려 있습니다. 바로 이 날개 덕분에 헤르메스는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천상과 저승을 오르내릴 수 있습니다. 헤르메스가 들고 있는 최면장, 즉 잠재우는 지팡이 위에는 독수리가 앉아 있습니다. 이것은 헤르메스가 지닌, 천상으로 오르는 능력을 상징합니다. 이 지팡이를 두 마리의 뱀이 기어오르고 있지요? 이 두 마리의 뱀은 헤르메스가 지닌, 저승으로 내려가는 능력을 상징합니다.

 

207 겨울 잠자기와 허물 벗기가 또 그리스인들의 상상력에다 불을 질렀을 겁니다. 이윽고 뱀은 재생과 순환의 상징으로 거듭납니다.

 

207 뱀의 정복자이자 암뱀 퓌티아를 무녀로 고용하고 있는 아폴론은 태양의 신이자 예언의 신입니다. 아폴론은 의술의 신을 겸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됩니다. 아들 아스클레피오스 역시 죽음과 삶을 넘나드는 중간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그가 한 탄생의 경험부터가 단순한 탄생의 경험이 아니라 죽음과 삶의 겹경험인 것이지요.

 

210 의술을 상징하는 표지인 의신장, 즉 의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자팡이는 언뜻 보면 헤르메스이 최면장, 즉 잠재우는 지팡이와 아주 비슷합니다. 둘 다 천상과 지하의 상징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미는 다르지요. 헤르메스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저승으로 데려가는 신입니다. 하지만 아스클레피오스는 죽어가는 사람, 곧 저승으로 내려가려는 사람의 영혼을 이승으로 다시 데리고 올라오는 의술의 신인 것이지요.

 

210 파괴와 창조, 죽음과 재생, 상승과 하강 만으로 뱀을 다 설명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그리스인들이 창안한 개념이 바로 아우로보로스제 꼬리를 물고 있는 뱀입니다. 삶을 거대한 순환 구조로 본 것이지요. ‘제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은 음양이 서로 맞물고 있는 태극을 연상시킵니다.

 

211 태극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두 마리의 뱀이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지요.

 

11. 사랑은 눈물의 씨앗

 

212 신들의 대리석상을 빚는 조각가나 신들의 모습을 그리는 화가들은 조상이나 그림에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모델이 누구인지를 설명하는 상징적인 장식을 덧붙입니다. 미술사에서는 어트리뷰트attribute 라고 부른다는군요. 소지한 자의 신분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부속물인 셈입니다.

 

216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움과 애욕의 여시입니다. 애욕이 무엇인가요? 이성에 대한 성적인 사랑의 욕심입니다. 이 욕심이 없었다면 인류는 까마득한 옛날에 멸종하고 말았을 테지요. 그러니까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움을 통하여 건강한 애욕을 촉진하는 여신, 이성과 이성 사이에 아름다움을 통한 애욕이 발생하면 아들 에로스에게 명령하여 그 애욕을 실천에 옮기게 하는 여신입니다.

 

217 제우스는 이러다 아프로디테 때문에 올륌포스 천궁이 싸움터가 되겠구나. 헤파이스토스의 아내로 삼게 합니다. 헤파이스토스는 올륌포스에서 가장 부지런한 살림꾼이지만, 키가 작고 절름발이인데다 추남으로 유명한 대장장이 신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과 가장 추한 신의 만남, ‘미녀와 야소의 원조에 해당하는 만남입니다.

 

217 이 여신을 보는 순간 모든 남신 혹은 남성은 애욕이 생기게 되어 있습니다. 여성의 아름다움은 바로 애욕을 발생시키기 위한 것이었지요. 여신에게는 케스토스 히마스라고 하는 비밀병기가 있습니다. ‘마법의 띠라는 뜻인데요, 아프로디테가 이 띠를 보여줄 경우 저항할 수 있는 남성은 이 세상에 없답니다. 애욕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는 이 여신의 특징을 잘 설명해주는 별명이 있답니다. 아프로디테 포르네. 음란한 아프로디테라는 뜻입니다.

 

220 아름다움과 애욕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되는 사연은 다소 황당하지만,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는 뜻에서 꽤 들어둘만 합니다. 하늘의 신 우라노스가 아내인 대지의 여신 가이아에게 너무 치근덕거렸나봐요. 치근덕거리는 남편 때문에 가이아 여신이 괴상한 자식들을 줄줄이 낳을 수 밖에 없었답니다. 견디다 못한 가이아 여신은 아들 크로노스에게, 어머니가 아들에게 할 수 잇을 것으로는 상상도 못할 부탁을 합니다. 낫을 하나 만들어 아버지 우라노스의 생식기를 잘라줄 것을 부탁한 것입니다. 부탁하는 어머니도 우습지만 그렇다고 거대한 낫을 만들어 아버지의 생식기를 자르겠다고 나서는 아들도 우습지요? 크로노스는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낫을 만들어 아버지의 생식기를 잘라버립니다.

 

221 이때부터 크로노스는 대개의 경우 낫을 든 모습으로 그려지거나 새겨집니다. 크로노스는 시간을 상징하는 신입니다. 그러니까 그가 들고 있는 낫은, 때가 되면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시간을 상징한다는군요.

 

12. 그러니까 똑바로 살아야지요.

 

238 다나오스 왕과 49 자매는 형 아이귑토스의 아들들을 죽이지 않은 막내 휘페르메스트라에게 벌을 내립니다. 왕실에서 쓰는 물을 모두 막내 혼자서 길어오게 한 것입니다. 그나마 이승에서 목숨을 부지한 것은 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덕분입니다.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사랑 때문에 되인이 된 인간은 못본 척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휘페르메스트라는 세상을 떠나는 것과 동시에 손에서 항아리를 놓을 수 있었지만 나머지 49자매는 세상을 떠나 하데스 땅에 이르자 마자 항아리를 들게 되지요. 저승의 판관들이 저희들 신랑을 찔러 죽이고 막내를 박해한 죄값으로 저승의 물독에다 물을 길어다 붓게 한 것입니다. 49자매가 저승에서 물을 길어다 부어야 하는 물통에는 바닥이 없었어요.

 

241 탄탈로스

탄탈로스는 신들의 잔치에 초대받아 신들과 함께 암브로시아(불사약)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그는 이미 영생불사하는 몸이었지요. 그런데도 그에게는 신들에 관해 궁금한 게 여간 많은 것이 아니었어요. 그 중의 하나가 신들은 과연 전지전능한가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탄탈로스는 신들을 자기 나라로 초대합니다...탄탈로스는 제 아들 펠로프스를 죽이고는 그 고기를 삶아 신들에게 내어놓습니다. 신들은 그게 사람의 고기인 줄 알고 손을 대지 않지요. 하지만 곡식의 여신 데메테르만은 한 덩어리를 맛있게 먹습니다. 마침 딸 페르세포네가 행방불명이어서 다른 걸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없기도 했고, 또 딸을 찾아 방황하느라고 너무 굶주린 터였기 때문입니다. 데메테르가 먹은 고기는 탄탈로스 아들의 어깨죽지였다고 하지요. ..펠프로스의 어깨죽지에는 살 대시에 상아를 붙여주었다는군요. 탄탈로스가 저승에서 받은 벌은 영원한 허기와 갈증에 시달리는 벌입니다.

 

244 이크시온

이크시온은 양아버지 데이오네우스(파괴자)에게 참한 양어머니를 얻어 주겠다고 약속하고는 막상 양아버지가 신부를 맞으러 오자 불구덩이에 밀어넣어 죽였다는 아주 악명높은 인간입니다. 말하자면 이크시온은 인간으로서는 처음으로 근친을 죽인 살인자인 셈이지요. 복수의 여신 에리뉘에스는 육친을 해코지한 패륜아에게는 무자비한 여신입니다. 에리뉘에스는 이크시온의 정신에다 광기를 불어넣지요...이크시온은 광기에 들려 테쌀리아 땅을 방황하가 제우스에게 죄를 물어 벌을 주거나 죄를 씻어줄 것을 빌었습니다. 제우스가 이상한 짓을 합니다. 이크시온의 죄를 씻어주고 올륌포스의 손님으로 맞아드링고 영생불사의 은총까지 베푼 것입니다.

..제우스의 눈에 띄려고 아침마다 카나토스에서 몸을 씻고 나타나는 헤라에게 그만 음심을 품고 맙니다...가짜 헤라를 차지하고 맙니다. 제우스는 크게 노하여 이크시온을 영원히 공주회전하는 불바퀴에 매달아버리고는 불바퀴를 이크시온가 함께 저승 땅으로 보내버립니다.

뒷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이크시온과 사랑을 나눈 가까 헤라는, 제우스가 구름으로 지은 것이기는 하나 제우스가 잠시나마 생명을 불어넣었던 말하자면 생명체이었던 것이지요. 씨가 구름속에서 자라다 달이 차서 자식이 태어나니 바로 켄타우로스 였습니다.

 

246 영원한 노동 시시포스

시시포스는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의 아들. 아이롤로슨느 아이오리아 섬을 놋쇠 벽으로 막고 동풍, 서풍, 남풍, 북풍을 동굴 안에다 가두어 두었다가 강약과 완급의 조화를 마음대로 부리면서 때로는 순풍, 미풍, 질풍, 태풍으로 내보내는 신입니다.

헤르메스가 아폴론의 소를 도둑질한 것을 일러바침

제우스가 독수리로 둔갑한 뒤 아이기나라는 참한 요정을 채어가 그늘에서 사랑을 나눌 때 요정의 아버지이자 강의 신 아소포스를 찾아간다. 물을 달라고 하고 장소 밀고. 시시포스가 차린 도시는 코린토스. 샘은 페이레네.

타나토스에 잡혀 저승으로 가기 전 아내에게 내가 숨을 거두거든 짐짓 애곡하되, 첫째로는 육축의 피와 생고기로 사자밥을 마련하지 말 일이요. 둘째로는 장례식을 치르지 말 것이며, 셋째로는 나를 화장도 매장도 하지 말 일이니 그러면 장차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될 것이요.” 아내를 벌주고 돌아오겠다는 페르세포네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음.

헤르메스의 아들 아우톨뤼코스와 소떼를 기르다 소 발굽 갈라진 곳에 납을 붓고 납에다 글씨를 새겨서 찾아냄. 아우톨리코스가 제 딸 안티클레이아를 준다.

 

하데스는 시쉬포스에게 기슭에 있는 큰 바위를 밀어올려 바위가 늘 꼭대기에 있도록 명령한 것입니다. 바위는 산정에 오르는 순간 엄청난 질량에 걸맞는 속도로 다시 기슭으로 굴러 내립니다. 시쉬포스는 다시 바위가 있는 곳으로 내려와야 합니다.

 

256 탄탈로스, 이크시온, 다나오스의 딸들, 시시포스가 영원한 겁벌의 업보에서 잠시, 아주 잠깐 벗어난 것은 저 신화 시대의 절창 오르페우스가 명계로 내려와 수금을 뜯으며 노래를 불렀을 때 뿐이라고 하지요.

 

256 로마사람 오크누스가 영원한 새끼줄을 잘라먹는 당나귀 옆에서 끝없이 새끼줄을 꼬고 있는 장면을 연상하게 합니다. 그래서 후세 사람들은 헛된 수고를 시쉬포스의 바위오크누스의 새끼줄에다 견주어 말합니다

 

나오는 말 : 신화는 이야기의 어린이

 

259 어른에게 신화가 중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신화는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린 인류의 어린 시절 이야기 같은 거라는 게 나의 생각입니다. 신화는 아주 옛날에 씌어진 것입니다. 동화가 그렇듯이 신화는 이야기의 어린이같은 것입니다. 어린이들이 신화를 읽어야 하는 까닭, 어린이들이 이야기의 어린이를 만나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어리니들에게 신화를 읽는 일은 사진을 찍듯이 인류의 어린시절을 기억에 찍어버리는 일, 어른에게 신화를 읽는 일은 이야기의 어린이를 통해 인류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일입니다.

 

261신화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고대인의 종교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여러 문화 현상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거기에는 종교라는 이름의 강과 신화라는 이름의 발원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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