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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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사용하지는 않지만 나의 SNS 프로필에 나는 ‘생명과 영혼의 소리를 듣고 살지’라고 써 두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하루를 대하는 자세고 내 전체 삶이 품은 지향을 축약하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여우숲에서 있었던 오종우 선생님의 ‘생명을 살리는 예술수업’ 두 번째 시간이 나를 더욱 들뜨게 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생명을 살리는…’
우리는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를 다이제스트 해서 듣고 읽고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러시아 혁명의 시대, 그 혁명을 환영했던 시인이 정작 혁명이 만들어내는 세상에 환멸을 느끼며 11년간 몰래 써내려간 작품이 바로 그 소설입니다.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세계로 퍼져나가며 번역된 소설, 그러나 정작 러시아에서는 1992년까지 금지됐던 작품이라고 합니다. 작품 그 자체만으로도 주옥같았지만 선생의 해석과 통찰은 화룡정점이었습니다.
공부가 후반부를 향해 달려갈수록 선생이 첫 시간에 ‘통념’을 핵심 단어로 꺼내든 이유가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지난주 보내드린 편지에 담았듯 선생은 앞서 모네의 <양산을 든 여인>을 통해 예술이 왜 아름다운 인간 행위인지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닥터 지바고》에서 가려 뽑아 오신 문장을 함께 읽으며 선생은 사랑을 이야기 했습니다. 유교적 통념을 가진 우리 문화에서는 종종 불륜으로 읽히는 주인공 라라와 지바고의 사랑이 왜 아름다운 사랑인지를 알아채게 했습니다.
강의를 마무리하시며 선생은 두 단어를 칠판에 썼습니다. ‘general’과 ‘universal’ 두 단어 모두 ‘보편적인’ ‘두루 통하는’과 같은 ‘통념’을 뜻으로 담고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은 근본적으로 판이한 뜻임을 적시했습니다. 예컨대 철수라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그 철수는 오직 하나라는 것입니다. ‘general’은 ‘수많은 철수’를 뜻하지만 ‘universal’은 오직 ‘그 철수, 즉 하나로서 전체인 철수’를 가리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지요. ‘general’은 어원에 종(種, gene)이 확산되다(-rate)’라는 뜻이 있지만, ‘universal’에는 유일하고 고유하다는(unique) 뜻이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이념과 논리는 어느 쪽일까요? 당연 ‘general’입니다. ‘universal’한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선생은 ‘생명’과 ‘사랑’과 ‘예술’만이 그렇다고 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3년 전 딸 녀석이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딸은 자신이 다니는 중학교 “전교생 중에 스마트 폰이 없는 사람이 몇 명인 줄 알아?” 라고 내게 말을 걸었습니다. “몇 명인데?” “나하고 딱 한 명 더 있어.” “스마트 폰 사달라는 뜻이야?” “아니, 난 이 2G폰이 유니크 해서 좋아. 내 말은 우리 소녀들이 모두 스마트 폰만 들여다보고 그 속에 있는 연예인 이야기로 쉬는 시간을 채우는 게 너무 안타깝고 허전하다는 말이야. 다시 오지 않을 이 소녀의 시절이 그렇게 스마트 폰 속의 이야기만으로 채워진다는 게…”
나는 그때 내 딸 녀석이 차라리 나의 스승이라는 생각을 굳혔습니다. 저 놈이 그저 나와 제 어미의 몸을 빌려 이 세상에 찾아온 유일무이한, 우주적 존재라는 생각을 더 굳건히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나는 더욱 녀석을 꽃처럼 대했습니다. 내가 이미 꽃다지나 질경이 한 포기, 찔레나무나 느릅나무 한 그루에서 보았던 그 생명의 고유성과 유일성, ‘아 우리 모두가 각자 꽃이요 별인 것이구나. 하나이며 전체인 것이구나.’ 그 경지를 그때 딸에게서도 본 것입니다.
여우숲에서 함께 한 예술수업을 통해 참가자들은 ‘생명과 사랑과 예술’이 오직 유니버셜하다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공부를 하면할수록 우리 각자 역시 본래는 유니버셜한 존재임을 알아갈 것입니다. 그 훼손의 과정을 거슬러 자신을 복원하고, 다시는 누구도 내 고유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자신을 지켜내는 삶을 살고자 애쓸 것입니다. 자신의 삶이 예술이 되고 사랑이 되고 참된 생명이 되고자 할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여우숲이 인문학공부모임을 계속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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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여우숲 인문학공부모임 안내
8월 1일~ 2일에는 인물을 통해 역사를 만나는 강좌를 기획했습니다.
‘절망을 꽃으로 피워낸 사람들’
우리는 이 주제를 통해 역사가 빚어낸 삶의 질곡으로 자신의 고유성과 생명성, 예술성을 훼손 받게 된 인물들이 어떻게 자신의 절망을 꽃으로 피워냈는지 들여다 볼 작정입니다.
자세한 안내는 ‘여우숲 소식’에 올려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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