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키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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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고 있는 판교에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름이 너무 길어 못 외우겠다는!) 이곳에는 경기콘텐츠코리아랩이라는 정부 기관(?)이 있는데 매주 목요일, 콘텐츠 창작자들을 위한 세미나가 열립니다. ‘창의세미나S’라고 이름 붙여진 이 세미나에는 유명인들도 연사로 많이 초대됩니다. 저는 진중권 교수, 양준혁 야구해설위원, 그리고 어제 변영주 감독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변영주 감독은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낮은 목소리>, <화차>, <밀애>, <발레교습소>를 연출했는데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넘나들면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강의 주제는 ‘소설과 영화 사이 – 영화의 스토리텔링’. 그녀는 영화 시나리오를 직접 쓰는 감독입니다. <밀애>와 <화차>는 그녀가 직접 원작 소설을 시나리오화했습니다. 그녀는 통이 넓은 낡은 청바지에 헐렁한 청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습니다. 키도 크고 체구도 남자 못지 않습니다. 1시간 동안 강의를 하면서 땀을 쉼 없이 흘리네요. 그러면서도 검은 뿔테 안경 속의 눈빛이 반짝반짝합니다.
변감독은 글을 쓸 때 제일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정답은 ‘무거운 엉덩이’. 글은 재능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훈련으로 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창작자가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태도와 온전히 결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소비자의 태도란 ‘취향이 아니다’란 이유로 자신에게 익숙한 것만을 찾는 것을 의미합니다. 창작자는 ‘취향’이라는 방어기제를 내려놓고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은 작가들이 강조하듯,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변감독은 또한 창작자가 하지 말아야 할 말은 ‘그냥’이라고 말합니다. 창작자의 작품에는 숨겨진 주제의식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변감독은 좋은 문장에 대한 정의를 하루키의 대답을 빌어 말했습니다. ‘이세상에 좋은 문장이란 없다. 글을 쓴다는 것은 스스로 어떻게 사느냐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녀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물이 글’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시나리오 쓰기 노하우도 밝혔습니다. 그녀는 쓰고 싶은 말이 목까지 찰 때까지는 취재와 메모만 합니다. 그러나 더 이상 참지 못할 때가 오면 노트북을 열고 한 시퀀스가 끝날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습니다. 진도가 나가지 않더라도 자리를 지킵니다.
강의 말미에 그녀는 ‘자기 연민을 갖지 않는 것’이 창작자로서 갖추어야 할 최고의 덕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세상에는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일이 잘 풀리지 않더라도 ‘내가 제일 불행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축의금이 없어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그녀는 ‘나는 호주제와 한국의 결혼제도에 동의하지 않아서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어’라고 생각했답니다.
저는 요즘 블로그에 매일 한 편씩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긴 글은 아니지만 읽은 책에 대한 소감이나 인상 깊은 신문기사 요약, 좋은 전시회 후기 등등입니다. 그리고 매주 한 편의 방송 원고와 마음편지 한 통을 쓰고 있습니다. 요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일주일을 알차게 살지 않으면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구나’ 글은 곧 작가의 삶이니까요. 더 알차게 하루를 일구어 좋은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또한 자기연민 따위는 개나 줘버려야겠습니다. 남편 덕분에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 쓰고 싶은 책도 맘껏 쓸 수 있으니 전 행운아지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나요? 자신이 제일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알림] 1인 기업가 재키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http://blog.naver.com/jackie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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