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書元
  • 조회 수 1666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5년 8월 22일 10시 26분 등록

떠나기 전의 설렘 속에 여행은 짐을 꾸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짧지 않은 일정이기에 이것저것 챙길 것이 많습니다. 거기에 모르는 이들과의 만남. 아직은 어색함입니다. 날이 지나고 어울리다 보면 낯이 익겠지요.

출발. 장시간 비행은 육체적 고단함이 뒤따릅니다. 영화, 책읽기, 취침 등 여러 수단을 동원하지만 시계바늘은 좀체 그 자리. 서서히 허리, 꼬리뼈의 통증이 시작될 즈음 본능에 충실한 위장은 식사만을 반깁니다.


솜털 같은 도화지위 파란 물감을 적셔놓은 하늘이 객을 반깁니다. 숨을 크게 공기를 들이켜 봅니다. 그리운 이의 번짐. 빌딩사이로 좁게 시야가 제한된 서울과 달리 이곳은 끝 간 데가 없습니다. 호남의 너른 평야를 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샤갈, 모네, 르느아르, 밀레 등 19세기 미술 사조를 풍미했던 화가들의 궤적을 보았습니다. 캔버스 앞 붓을 들고 자신의 화풍을 만들어나갔던 그들. 세상에 대한 절실한 고백은 환호 및 절망의 화답을 보내왔습니다. 고호는 후자의 경우입니다. 그가 마지막 삶을 불태웠던 까마귀 밀밭 덧없음 앞에 서니 잿빛하늘 먹구름아래 비가 흩뿌리고 있습니다. 당시 죽음을 재촉했던 그런 풍경입니다. 아이비 푸른 잎사귀로 뒤덮인 묘지. 자신을 사랑했던 유일한 후원자인 동생 테오와 차가운 어둠에 함께한 당신. 생전이 아닌 사후에서야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성이 있을까요.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펼쳐진 해변과 바다. 이곳엔 자신의 삶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깔깔. 낭만의 웃음이 넘칩니다. 휴양지의 모습. 이처럼 내가 속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루의 일상이 여행자의 모습이라는, 인생 지도를 탐험하는 것이 여행자의 삶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길 위의 이를 만나 인사를 건넵니다. 그렇습니다. 여행이란 접하지 못한 환경과 먹을거리만 있는 게 아닙니다. 거기엔 이방인들이 있습니다.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고 밤을 지새우며 잠을 자고. 여행의 지도에는 퍼즐을 맞추듯 사람들이 포함됩니다. 그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갑니다. 인생입니다.


알퐁스 도데의 별을 꿈꾸던 아이는 어른이 되어 그곳을 찾았습니다. 각양각색의 허브 향기, 신선한 채소, 알록달록 색깔들의 만찬들. 즐겁게 다녀왔습니다. 행복했습니다. 가슴속 끓고 있는 자유에 대한 욕구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 나는 원하고 있네요. 이렇게 살고 싶어 하는군요. 성당에 앉아 기도를 올립니다. 작은 초에 불을 밝히고 내가 믿는 신에게 간구합니다. 그렇게 살 수 있도록. 돌아가는 길 못내 아쉬움인지 다시 한 번 눈길을 돌리고 사진을 가슴에 담았습니다.


다시 일상의 출발선상에선 월요일 아침. 출근길.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내가 속한 무대. 가방을 들고 들뜬 마음으로 길을 나섭니다. 스테파네트 아가씨는 잘 지내겠지요.

IP *.160.136.64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