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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5일 01시 22분 등록

로망보다는 업무의 연속선상에선 이에게 기차는 일차적 교통수단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출발시간보다 일찍 당도했군요. 용산역. 한가로이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알록달록 색색의 화려함을 차려입고 샌들, 밀짚모자, 배낭, 도시락. 가족 및 연인끼리 여행을 떠나나봅니다. 그 가운데 정장차림, 검정 구두와 넥타이에 목맨 이방인이 서있습니다. 어쩌다 단체여행객들 사이에 끼였을까요. 자주 가는 길이지만 오늘따라 왠지 낯설어 보입니다. 멋쩍은 웃음이 나오네요.


객석 안은 꾸벅꾸벅 지루함이 아닌 수다와 웃음이 새롭습니다. 덩달아 함께 들뜬 분위기입니다. 창가 끝 쪽. 뒷좌석에 앉았습니다. 대학교시절 수업이 없을 때면 노천강당 뒤편에 앉아 하염없이 상념을 낚았었죠. 떠가는 구름과 지나가는 이들을 조망했었습니다.

이른 시간임에도 넉넉함에 취해서인지 출장길 여유로움이 찰랑입니다. 순간의 기분일까요. 떠나는 그들에 속해있음일까요. 언제나 그러했듯 옆자리에는 설레는 여인이 아닌 샐러리맨이 동석하였습니다. 핸섬한 이십대 총각. 그도 업무로 내려가는 중이겠지요. 중요한 브리핑 혹은 업체 미팅이 있는지 두툼한 서류뭉치들에 빠져있습니다. 창가에 끄덕이던 나는 노트를 펼쳐 글을 헤아립니다.


졸음에 깜빡이던 찰나 아이의 칭얼댐에 깼습니다. 어디쯤일까요. 건너편 지긋한 노부부의 모습이 들어옵니다. 주름살 두 손을 꼭 잡은 채 여간 정겨워 보이지 않습니다. 얼마만의 나들이일까요. 나도 그 시기에 저렇게 다닐 수가 있을는지요. 부부가 시간을 동행한다는 것은 어울림이 익어감입니다. 오래됨이 일어나 향기로 남을 때 아름다운 꽃은 자라납니다. 저렇게 살 수 있길 바람 하나 살포시 기원하였습니다.


안내방송. 이번 정차할 역은 ~~. 하나둘 채비를 챙겨 목적지의 묵직한 가방을 들고 하차를 서두릅니다. 비어있는 의자. 누가 다시 앉게 될까요. 물론 세월은 그냥 그대로 놓여있지 않습니다. 또 다른 이가 정해진 역 그 공간에 새로이 올라앉습니다. 예전 사람의 체취를 그는 알까요. 따뜻한 온기로 데워놓았음을. 인생은 앞서간 이의 흔적을 더듬어가는 과정입니다. 그 대상이 부모 혹은 누군가가 되었든. 그래서 사람은 혼자가 아닌가봅니다. 아니 혼자이어서는 안 됩니다. 이어짐입니다. 그 이어짐은 시간이 흘러 흔적이 되고 가슴에 남습니다.


기차는 다시 행선지를 재촉합니다. 수많은 타인들이 오고가고 저마다의 자리에 앉아 현재를 진행시켜 가는 가운데. 삶입니다. 주어진 혹은 나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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