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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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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16일 12시 49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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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런던, 파리... 어떤 이름들은 그 이름만으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그 감정의 편차는 크겠지만요. 저는 뉴욕과 파리에 대해서는 저와 상관없는 보석이나 네온사인처럼 느끼고, 런던에 대해서는 든든하고 묵직한 동경을 갖고 있습니다. 작년에 런던에 발을 딛었을 때는 아침이었는데 슈트가 잘 어울리는 멋쟁이들이 어찌나 많은지 영화 속에 들어 와 있는 것 같았지요. 마침 사이렌을 울리며 구급차가 지나가는데 곧이어 사건이 터질 것 같은 기시감이 너무 익숙해서 흥미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같은 연장선에서 흑해는 제게 강한 야성을 떠올리게 합니다. 문명의 장식 따위를 거부하고 곧바로 생의 속살에 가 닿을 것 같은 준마의 말갈기 같은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흑해에 도착하면 폭풍우를 만나기를 바랬습니다. 야성 플러스 야성에 접하여 제 안에 한 번도 접해 본 적 없는 감흥이 올라오기를 바란 거지요. 소원대로 비를 만났습니다. 도착한 날 저녁 천둥번개를 동반한 국지성 호우가 쏟아진 거에요.


 

, 흑해가 정말 까맣냐구요? 절반은 그렇네요. 날이 화창할 때는 여느 바닷물과 같이 파랗다가, 날이 흐리거나 아침저녁으로는 진짜 검게 보이네요. 비가 오던 날에는 완벽하게 까매진 바다에 흥분하고 있는데 순식간에 수평선이 지워지더니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숙소가 7층인데도 어디에 닿는지 챙챙거리는 빗소리가 듣기 좋았습니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졌고, 번쩍 하는 조명이 구름을 밝히면 이어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 저는 쇼라도 보듯 벅찬 마음으로 창 밖을  보고 또 보았습니다. 바다와 비...  제가 좋아하는 것들의 한복판에 있다는 사실이 짜릿했습니다. 게다가 흑해라니요.  버킷리스트 하나를 이룬 기분입니다그 날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좋은 삶을 짓기 위한 벽돌 하나를 만든 거지요.

 

 

여행은 제게 둔탁해진 감수성을 깨트리고 세상에 호기심을 갖게 해 줍니다. 삶을 살아가는 자세가 인내와  '안전' 보다는 영감도전이기를 바라는 제게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번에 터키 중부와 흑해 주변을 다니면서 새로운 감성을 많이 만났고, 덕분에 아주 튼튼하고 빛깔까지 고운 벽돌을 많이 장만할 수 있었습니다. 사막지대를 거쳐 작은 마을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식이지요. 생명에게는 생명이면 됩니다. 욕심이 대폭 쪼그라들고 한결 간소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는 흑해 주변 최대의 도시 트라브존인데 아야소피아가 정말 멋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건물은 아폴론 신전터에 교회로 지어졌고, 이어 모스크로 개조되었습니다. 역사가 변하는데 수모인들 없었겠습니까. 그래도 의연하게 기품을 잃지 않은 아야소피아가 한없이 정겹게 느껴지면서 세계사가 궁금해집니다. 해안에서 난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차마 바라볼 수 없어 옆눈으로 보았지만 여기저기 예닐곱 팀이 카페트와 옷가지를 나무에 걸어 말리고 있었습니다. 그 중 절반이 짐을 잔뜩 실은 자동차를 갖고 있는 듯 했구요.  올해 그리스 연안에 도착한 난민이 23만명이고 그 중 80%가 시리아인이라고 합니다. 지중해에 수장된 사람이 2700명이구요. 실로 경악스러운 일이고 그 앞에서 풍경 타령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난민 문제를 피부로 느끼게 된 것 또한 여행의 수확입니다. 때로 여행은 전부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처럼 감흥이 소중하고, 마음이 뛰지 않으면 살아 있지 못하다고 느끼는 부족에게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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