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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17일 00시 09분 등록

오징어가생, 딱지치기, 구슬 따먹기에 여념이 없던 시절. 새로운 신세계가 나타났습니다. 덩치 큰 괴물입니다. 뭔가요. 꽁무니 용 불꽃의 굉음이 따발총처럼 연달아 튀어나옵니다. 처음 보는 광경. 어머니가 겪었다고 하던 전쟁이 터졌나요. 조그맣던 연기는 금세 안개의 몸짓으로 확대되어 사람과 세상에게로 향합니다. 앞을 분간하기조차 힘든 상황. 그러면서 다가오는 매캐한 냄새. 흠~. 어느 순간 그 향기는 매혹으로 자리 잡습니다.


올 때가 되었는데. 웽~~~ 소리가 들리자마자 저마다 자리에서 포진해있던 동무들이 제각각 상기된 얼굴을 드러냅니다. 육탄 돌격대가 장갑차를 향해 산화하는 것처럼 돌진 시작. 군대 선착순 얼 차례도 아니건만, 운동회 단거리 레이스를 펼치듯이 있는 힘껏 달음박질을 해댑니다. 목표물은 바로 모기 차입니다.


각종 질병을 야기하는 벌레와 세균들이 많았던 당시였습니다. 머리에 이를 달고 다니며 코를 쉴 새 없이 흘쩍였었죠. 그는 보란 듯이 등장을 합니다. 현재 대중매체 아이돌에게의 관심처럼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말이죠.

방역이라는 역사적 사명감아래 질주하는 가운데, 뒤쫓던 팬들을 위한 서비스로 소독약을 사정없이 뿜어댑니다. 콜록콜록. 뱃속의 기생충도 덩달아 아우성을 함께합니다. 그럼에도 무어 그리 좋은지 잘도 따라다녔습니다. 화생방 훈련의 악몽과는 다른 환희에의 절정으로 치닫는 느낌이 있었기에. 박멸과 살균을 위한 약품이지만 몸에 좋은 머드팩인양 온통 뒤집어씁니다. 밀가루 세례처럼 하얀색 물감범벅이 번질 즈음, 무엇이 그리 좋은지 서로의 모습 속에 깔깔거리며 웃어대었습니다.


매캐한 냄새가 가슴속 내려옴에 일순 암전.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세계. 그 공간이 편했습니다. 왠지 모를 쾌감이 느껴졌습니다. 나도 남도 볼 수 없음에 정지된 듯한 화면이 좋았습니다. 어머니의 품처럼 편안했다고 할까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자욱함이 걷히노라면 현실의 세계가 재현됩니다.


뜁니다. 이 골목 저 골목을. 오래전 매머드 사냥감을 쫓던 사냥꾼 유전자의 욕망이 되살아났습니다. 전방에 보이는 모기 차는 오늘의 제물감입니다. 저마다의 사냥도구를 들고 맹렬한 추격전. 녀석은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시 용으로 탈바꿈. 서늘함을 내뿜습니다. 방해공작. 물러섬 없이 전투의욕을 불태웁니다. 이리저리 주의를 분산시키는 가운데 나는 호기 있게 녀석의 몸통위로 뛰어올랐습니다. 와우. 기세에 놀랐는지 드디어 가쁜 숨을 헐떡이며 멈추어서는 그. 승리의 함성. 그곳 그 가운데 내가 있습니다.


하루의 놀이는 시간에 앞서 어른의 꿈을 꾸게 하였나 봅니다. 다시 어느 날처럼 주인공의 삶을 살기위해 이제 일어서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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