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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31일 07시 12분 등록

꿈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보였습니다. 웬일이죠. 화사한 웃음 띤 얼굴이 아니어서 신경이 쓰입니다. 날을 헤아리다 찾아뵈었습니다. 차가운 어느 나무 땅 밑 계신 당신. 자식들에게 서운한 마음이 있으신가요.


스산한 당신의 흔적을 대면하고 누나 집에 들렀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란 정신적 부재를 대신 채워주었던 존재. 나의 우상이었습니다. 책도 많이 읽고 자신의 의식이 강했던 자유로운 영혼. 생각이 납니다. 그녀가 결혼식을 올리기 전날. 흰 종이에 펜을 꾹꾹 눌러 가슴의 허전함을 편지로 담아 보냈었죠. 떨어지는 눈물방울. 나를 보호해주던 바람막이가 사라진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녀와 소원한 사이가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어머니와 형 때문이었습니다. 장기간 병원 입원 및 진료비 분담에 따른 갈등과 괴리감이 폭발. 감정이 격해져 서로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였습니다. 웃깁니다. 평소에 관심도 보이지 않던 나 자신. 뒤늦게 그들 간병에 대해 발 벗고 나서는 까닭이 뭘까요. 체감하지 못했던 혈육의 정이 그리워져서이었을까요. 

 

“왜 밤늦게까지 헤매고 다니는지.”

연애시절 마늘님에게 듣던 소리입니다. 바깥의 세계가 좋았습니다. 친구를 만나고 대학 MT를 가고 술을 마시고 그렇게 외부를 향했습니다. 집에 머무르는 때라야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재미가 없었지요. 반겨줄 누가 있는 것도 따뜻한 대화가 채워지는 곳도 아닌 위로받을 공간이 없었습니다. 그런 내가 병상에 누워있는 당신들 모습에 애간장이 탑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괜한 야속함이 느껴졌었습니다.


어머니와 형의 사후 냉정한 누나가 살갑게 안부 전화를 걸어오기도 핸드폰 문자로 하트를 뿅뿅 날리기도 합니다. 뭐죠. 이 반응은. 적응이 되질 않았습니다. 뒤늦게 웬 챙김이람. 푸념이 나옵니다.


식사자리. 수저를 들다가 매형의 말 한마디에 저민 가슴이 쓸어내려졌습니다.

“누나가 처남 온다고 며칠 전부터 이 갈비를 제어 놓았어.”

밑바닥 꾹꾹 눌려있던 애잔함.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릅니다. 울컥. 결국 눈물을 쏟아내게 하네요. 식사하다가 웬 촌극인지. 얼마 만에 느껴보는 남매간의 우애인가요. 괜한 부끄러움에 얼굴이 달아오릅니다.

“고마워.”

진심어린 화답을 합니다. 덕분에 생각지 않던 술자리가 주거니 받거니 함께하는 세상살이가 밤을 헤아리게 했습니다.


"뭐라고? 더시켰다고. 그것도 매형과 두 손 꼭 잡고 슈퍼에 다녀왔단 말이지.“

다음날 해가 중천에 뜬 시간. 목이 말라 일어난 후 전날 생각을 더듬습니다. 얼마나 마신 거죠. 당최 기억이 나질 않지만 식탁에 놓여있는 막걸리 빈 통들의 시간이 세록 역사를 되돌리게 합니다.


세상. 누나와 나 단둘이 남았습니다. 그녀가 동생을 위해 음식을 정성스럽게 장만했습니다. 얼마나 맛나게 먹었는지요. 끈끈함. 가족이란 이런 것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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