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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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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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6일 08시 09분 등록

우리는 비행기에서 내려 차를 한 대 빌려 구룡포로 가서는 할매식당에서 전복죽 한 그릇을 먹는다. 한 그릇에 1만 2천 원 하는데, 전복 한 마리를 듬성듬성 썰어 내장과 함께 끓여 내온다. 가볍고 맛있는 요기를 하고 감포로 빠지는 해안도로를 타면 동해를 만끽할 수 있다. 감포를 조금 지나 문무와 해저릉 앞에서 꺾어져 아름다운 감은사 석탑을 즐기며 천천히 경주로 들어가는 산길을 넘는다. 새로 생긴 터널을 이용해도 되지만 시간이 많으면 옛길로 굽이굽이 넘어가도 좋다. 덕동호수를 만나면 보문단지가 금방 눈에 들어온다. 그러면 나는 동해의 바다 냄새를 풍기며 에너지에 차서 나를 쳐다보는 사람들 앞에 선다. 나는 먼 거리를 오느라 파김치가 된 강사가 아니라 삶을 즐기기 위해 떠나온 여행자처럼 싱싱한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한다.  

 

구본형 선생님은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에서 사모님과 함께 하는 강연 여행의 즐거움을 이렇게 그려 놓으셨습니다. 참으로 근사하지요? 두 분이 함께 하신 장면들이 생생하게 그려지는듯 합니다. 할매식당에서 전복죽을 먹고 달리는 해안도로의 바람이 손끝에서 느껴집니다.  

 

얼마 전 남편과 함께 삼천포에 다녀왔습니다. 면접관 요청이 들어왔는데 차로 4시간이나 걸리는 삼천포지 뭡니까. 잠시 고민하다 수락한 후 그 먼 곳을 어찌 가야하나 난감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회사에 휴가를 낼테니 함께 가자고 합니다. (회사에서 연말까지 남은 휴가를 다 쓰라는 지침이 내려졌다고 하네요.) 아침에 일어나니 어두운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큰아이에게 동생을 잘 챙겨 등교하라는 당부를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다행히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날씨가 개어 쨍한 가을 하늘이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마침내 삼천포에 도착했을 때는 남녘의 따뜻한 공기가 몸을 감싸니 마음까지 훈훈해졌습니다.  

 

우리는 회사의 채용담당자가 추천해준 앞들식당 2호점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부드러운 낙지와 각종 야채, 당면이 고추장 양념에 어우러진 낙지 볶음을 흰 밥에 쓱쓱 비벼 한 입 물었더니, 입속에 바다가 가득합니다. 통통한 계란말이와 짭조름한 고등어 구이가 뱃속을 더욱 든든하게 해줍니다. 잠시 짬을 내어 남일대 해수욕장에 들렀습니다. 이 곳은 통일신라시대 문장가 고운 최치원 선생이 남녘에서 가장 빼어난 절경이라 감탄하여 남일대(南逸臺)라 이름 지어졌습니다. 과연 절경이었습니다. 맑고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이 아담하지만 정겨운 풍광을 자아냅니다. 비온 뒤 눈부신 햇살 아래에서 바다를 보고 있으니 마음 속 거울이 티끌 하나 없이 닦이는 것 같습니다. 따뜻한 바다바람이 온 몸에 바다 냄새를 한껏 불어넣어 줍니다.  

 

면접은 한 시간 만에 끝났습니다. 저도 구본형 선생님처럼 여행자의 에너지를 가득 품고 면접에 임했습니다. (그동안 남편은 차에서 낮잠을 즐겼습니다.) 이제 다시 4시간을 달려 아이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오고 가는 길, 남편과 차 안에서 모처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런저런 일로 속상했던 사연을 털어 놓으니 남편이 저보다 더 흥분하며 제 편을 들어줍니다. 남의 편(남편)인지 알았는데 내 편이네요.  

 

문득 현재의 삶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멋진 풍광을 감상하고 일도 할 수 있으니 무엇을 더 바랄까요? 구본형 선생님의 말대로 인생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소소한 기쁨이 모여 행복한 인생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1인 기업가 재키는 원하는 삶의 모습으로 조금씩 다가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브라보, 마이 라이프!'라고 목청껏 외쳐봅니다. 그대의 삶은 어떠신가요?  

      

  

[알림] 1인 기업가 재키가 남일대의 절경을 사진에 담아왔습니다. 궁금하다면 클릭! http://blog.naver.com/jackie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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