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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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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9일 00시 55분 등록

 

 

주말이면 우리 마을 주변의 길은 차들로 가득합니다. ‘산막이 옛길로 유명해진 주변 관광지로 몰려드는 전국의 관광버스와 승용차들이 빚어내는 혼잡의 풍경입니다. 그곳 입구에 널찍하게 마련해 놓은 주차장이 한참 모자랄 정도로 많은 차들이 주말이면 찾아오고 있습니다. 그곳으로 들어가려는 차, 나오려는 차들이 뒤엉키고 그것을 피해 아예 멀찍이 주차를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아랫마을로 이어지는 큰 길에까지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세워지곤 합니다.

 

먼 곳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그곳 지역에 경제유발효과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기도 할 것입니다. 음식점이 아주 많이 늘었고 이른바 펜션이라 부르는 숙소도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없던 찻집도 생겨났습니다. 자연스레 인근 땅값도 오르는 모양입니다. ()이 있으면 암()도 있는 법이고 그 역()도 성립하는 것이니 요즘 그 옛길 주변에서 펼쳐지고 있는 풍경에도 빛과 그림자는 고스란히 녹아 있는 듯합니다.

 

여우숲을 지키며 실무를 맡고 계신 실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들은 이야기인데,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더러 옛길을 찾아온 관광객들 중에 저녁 무렵이나 늦은 밤에 여우숲에도 숙박을 문의해 오는 관광객이 있다고 합니다. 그 중 아주 드물게 방을 빌려 묵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사전 예약 없이 늦은 시간에 다급하게 연락을 해서 묵고 가시는 분들 중 상당수의 방문객들이 머물고 떠난 자리는 통상 예약을 통해 찾아온 분들의 그것과 너무 다르다고 합니다. 흔적이 상대적으로 많이 남는 편이라는 것이지요.

 

왜 그런 차이가 있는지 혹시 아시겠는지요? 내 생각에 그건 아주 간단한 이유 때문입니다. 그간 여우숲을 다녀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자들이었고, 이따금 그렇게 찾아와 하루를 묵고 떠나는 사람들은 관광객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내 생각에 관광객은 말 그대로 구경꾼처럼 어디를 다니는 사람이고 여행자는 성찰과 발견의 갈증을 품은 사람들입니다. 관광객이 깃발을 꽂아 점령을 표시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라면 여행자는 그 공간과 시간과 문화 속에 리트머스 종이처럼 자신을 담아 보려는 사람일 것입니다. 여행자는 그 공간과 시간과 문화를 자신으로 물들이려 하기보다, 그것에 의해 자신을 물들여 삶에 새로운 빛깔을 더해보려는 사람입니다. 여행자로 어딘가를 찾는 사람들은 그래서 모두 철학을 품고 거닐고 철학을 키워 돌아오게 됩니다. 성찰과 발견과 철학이 빠진 여행은 아무리 화려한 코스로 돈다고 해도 가난한 관광이 되는 것이지요.

 

이런 구분을 가진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관광객보다는 여행자로 떠나고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내 삶의 여정까지도 나는 관광객이 아닌 여행자로 살다가 떠나고 싶습니다. 이유는 내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오줌을 싸놓은 자리마다 쫓아와 다리를 들고 제 오줌을 싸놓는 이와 달리, 나는 사람이니까요. 생명 중에 내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묻는 유일한 존재’, 바로 사람이니까요. 나는 돌아볼 줄 알고 내다보려 하는 유일한 그 생명의 한 구성원, 바로 사람이니까요.

오늘은 1천 킬로미터 정도를 달렸는데 여행자로 돌지 못했습니다. 거기 거쳐 저기 찍고 여기로 겨우 돌아온 여정이었습니다. 피로하고 공허합니다. 그래서 더 절박하군요. 더 많은 사람들이 관광객 말고 여행자로 살아가는 세상. 그리고 여우숲이 더 많은 여행자들의 여행지가 되는 꿈을 꾸게 되는군요. 그 여행자들과 만나는 시간을 더 많이 갖고자 오늘처럼 떠돌다 돌아오는 날을 줄이는 삶을 그리게 되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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