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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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다는 쪽빛 입김을 불어댔고
지붕이 받아내니, 하늘이다.
세월은 봄여름을 품어왔고
대지가 화답하니, 결실이다.
새들은 오색 물감을 떨어뜨렸고
수목들이 채색하니, 단풍이다.
오색 단풍, 쪽빛 하늘,
넘실대는 결실들이 저문다.
자네, 나그네여!
좀 더 머물다 가시지...
*
가을비는 야속하다. (아! 감성을 돋워주긴 하지.) 가뭄을 해갈하는 일 말고는 미운 구석 투성이다. 왠지 낙엽의 걸음을 채근하는 것만 같다. 어제 쾌청한 하늘과 쨍한 햇살이 비출 때에는 마냥 '와! 가을이구나' 싶었는데, 오늘 가을비를 보니 '나그네 같은 계절이 속절없이 지나가는구나' 싶다. 초겨울의 쌀쌀함보다는 만추의 낙엽 서걱거림이 좋아서일까, 짧지 않았던 가을인데도 자꾸 붙잡고 싶다. 계절은 가고 세월도 흐른다. 인생길을 함께 걷는 또 다른 나그네, 벗들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계절의 나그네 그리고 인생의 나그네.
영원하지 않기에 더 절절해지는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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