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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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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7일 11시 54분 등록

 

1.
12월은 분주해진다. 실제로 연말 모임이 생기기도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마음이 바빠진다. 묵은 일들을 새해로 넘기고 싶지 않고 약속한 일들을 공언으로 남기고 싶지도 않다.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을까 싶다.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책보다는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 회포를 풀고, 술잔을 비우며 덕담을 주고받는 일이 중요하겠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배터리처럼 사는지도 모른다. 그들에게는 일상을 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고독과 충전의 시간, 독서가 필요하다. 방점은 독서가 아닌, '고독과 충전의 시간'이다. 충전의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테니까. 카프카는 글을 쓰려면 아무리 고독해도 충분치 않다고 했다. 나같은 글쟁이가 아니더라도 좋은 삶에는 최소한의 고독이 필요하리라.

 

2.
언론사에서 ‘올해의 책’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발표 시기로는 조선일보가 가장 앞섰다. 지난 5일, 10권의 책을 내어놓았다. “<올해의 책>을 2회에 나눠 연재한다. 이번 주는 '2015 올해의 책 10', 다음 주는 '20년 이상 사랑받은 스테디셀러 10'이다. 일 년에 한 번 단발성으로 그친다는 기존 결산 방식에 '지속성'과 '입체성'을 보강해보자는 취지다.”(12월 5일자, 조선일보) 스테디셀러까지 발표한다니, 몰랐던 책이 있을까 싶으면서도 반가운 기획이다. 1위부터 5위까지는 다음과 같다.

 

“동양고전을 현재의 맥락에서 어떻게 읽을지 고민한 '담론: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돌베개)와 삶의 마지막 몇 년을 의미 있게 보내는 새로운 제안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부키)가 출판 전문가와 독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 '올해의 책' 공동 1위에 올랐다. 3위는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창비), 4위는 '미움받을 용기'(인플루엔셜), '지적인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한빛비즈), '마션'(RHK) 세 권이 공동으로 차지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2/05/2015120500088.html]

 

3.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 받을 용기』, 오종우의 『예술수업』, 지그문트 바우만의 『도덕적 불감증』, 김영하의 『읽다』. 연말에 에세이 한 권 읽으려고 보아 둔 책들이다. 고르다 보니, 요즘의 수업과 맞닿은 책도 있고, 에세이보다는 시대적 메시지를 실은 묵직한 책도 들어왔다. 올해의 책 중 읽은 책이 달랑 한 권이기도 하고, ‘용기’는 언제나 내게 필요한 가치라 기시미 이치로의 책을 읽기로 했다. 

 

『미움 받을 용기』는 이미 알고 있는 지혜와 겹치긴 하겠지만, 42주 연속 1위로 최장기 베스트셀러 기록을 세워 관심이 갔던 책이다. (기존 기록은 혜민 스님의 39주 연속.) 타인의 기대만을 의식하고 충족시키려는 삶은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거짓말을 하게 된다는 메시지 등 몇 구절만 봐도 훌륭한 책임을 느끼게 한다. 

 

『도덕적 불감증』은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식을 다룬다.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아디아포라(adiaphora)’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아디아포라는 사회 정의에 대한 도덕적 감수성이 결여된 상태인 셈이다. “폭력을 매일 보면 그것은 더 이상 경악이나 혐오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폭력이, 말하자면 우리에게서 자라난다.” 히틀러의 모습이 아니라, 오늘 출근길에서 만난 행인들의 모습 속에 폭력이 있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담았다.

 

4.
나는 연말의 중요한 순간들을 더 멋지게, 더 신나게, 더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시간을 쪼개어 책에 바친다. 책이 좋아서가 아니라 내 삶을 사랑해서다. 어떨 땐 지독히 얄미운 내 삶이지만, 결국엔 이놈을 끌어안는다. 다름 아닌 내 삶이니까. 손택의 말이 내 마음을 제대로 읽어낸다.

 

“독서는 내게 여흥이고 휴식이고 위로고 내 작은 자살이에요. 세상이 못 견디겠으면 책을 들고 쪼그려 눕죠. 그건 내가 모든 걸 잊고 떠날 수 있게 해 주는 작은 우주선이에요.” 그녀에게도, 내게도 독서는 도피가 아니다. 충전이요, 위로요, 크고 작은 결심이다. 나는 책을 펼쳐 들고 죽었다가, 책을 덮으며 부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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