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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12일 00시 17분 등록

십대 후반. 시린 청춘을 버티게 하고 견딜 수 있게 해준 매개체. 라디오를 끼고 살았었습니다. 정오의 팝송, 두시의 데이트, 밤의 디스크 쇼 ……. 암울의 시기를 음악은 애써 버티게 해주는 친구였습니다.


산울림의 회상 그리고 청춘. 앞이 보이지 않는 당시의 일상을 어루만지고 젖어들게 합니다. 또 다른 미래가 주어질 수 있을지. 자조적 가사와 음률은 왜 그리도 구슬펐던 지요. 동화되었습니다. 치지도, 피우지도, 마시지도 못하는 기타와 담배, 술을 홀짝이기도하며 신세를 한탄하고 세상을 원망하였었죠. 절망이 오랫동안 내렸습니다. 그러면서도 여드름 얼굴 걱정 쟁이 아이는 거울 속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는 용기를 가집니다. 암울한 미래, 어떤 희망의 꿈도 꾸지 못하며 골방에 박혀 내다보지 못했던 그때의 나를 일어서게 하는 힘. 음악이었습니다.


들국화의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억눌린 어깨가 움찔. 그늘진 마음 한줌 봄볕이 내리쬡니다. 가슴의 설움을 날리고 동반자가 되어주었던 이들. 고마웠습니다. 음악이라는 것이 사람을 살릴 수 있음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한 대수의 물 좀 주소라는 노래제목처럼 목마른 사람에게 건네는 생명의 우물물과 같은 상징. 녹음기의 카세트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듣고 또 들었습니다. 해방구였습니다.


그때의 감정이 복고열풍을 타고 심심찮게 살아납니다. 레코드점이 아닌 TV 브라운관속 응답하라 방송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재현된 상황에 빠집니다. 흥얼거립니다.

음악이라는 무게감은 가볍지 않습니다. 볼 수 있는 시각적 미술 작품과는 달리 소리는 그 시대의 추억과 애환, 풍경을 고스란히 저 너머 묻혀있던 기억속의 그림을 다시금 꺼내게 해줍니다. 빛바랜 사진첩을 훌훌 들쳐보아 죽어있던 혹은 애써 묻혀두었던 첫사랑의 누군가를 되살리게 합니다. 춥고 사랑에 굶주렸던 시절. 푸른 청춘의 남자는 중년의 사내로 서있습니다.


다섯 가지 감각 중 듣는 행위에 민감한 편입니다. 타고났다기보다는 결함을 극복키 위한 환경의 산물입니다. 안구진탕이라는 질병. 아직도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 사물이 떨려 제대로의 인식이 어렵고 가끔씩 앞이 뿌옇게 보이지도 않게 하는 증상. 철모르는 사촌은 정신병원 가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습니다. 스무 살 신체검사 불합격. 내 탓이 아니건만 형에 이어 군대를 가지 못함에 자식에 대한 설움을 쏟아내는 어머니. 그런 당신 앞에 나는 절망의 상처를 다시 차가운 콘크리트 어둠에 박혀 음악에 기댔습니다.

남과 같은 삶이 아닌 남과 다르다는 것. 이것을 어떤 이들은 개성이라고 표현하지만, 이 다름은 또 다른 차별이었고 구분이었습니다. 운전을 하지 못하고 시각으로 판단하는 행위가 떨어지는 신체. 덕분에 귀로 듣는 청음이 발달함은 그마나 다행으로 여겨야 되겠지요.

 

하늘에서 나와 사람에게 깃들었다. 어느 공연장에서 음악 개념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천상에서 전하고자 하는 울림의 메시지를 지상의 사람에게 내려와 영혼을 흔들리게 하는 존재. 선물이었습니다. 그 역사를 오늘이란 현실에 되새김에 그것은 그리움으로 다시 다가옵니다. 지독히도 힘들었던 시절. 음악은 내손을 잡아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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