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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13일 10시 19분 등록

권고 사직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늘따라 양말부터 속옷까지  아내가 정성껏 다려준 의복을 차려 입은 만년 부장, 그는 길을 나섭니다.
집 앞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려니 제법 바람이 맵습니다. 어느덧 추위에 발을 동동거리는 자신을 발견 할 때쯤 버스가 정차합니다. 종점이 가까운지라 버스에 오르면 운좋게 지정석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그. 

지난 20년간 자신을 회사로 데려다 준 버스가 보여주는 거리 풍경이 새삼스럽습니다.


  버스는 큰 아이가 졸업한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현재 재학 중인 고등학교, 작은 아이가 다니고 있는 중학교를 지나칩니다. 이 동네 서민 아파트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하고 집을 늘려 이사를 했던 것이 오래전 일도 아닌지라 아직도 그 설레임이 생생합니다.


   시내로 접어드는 버스에 오른지 30분쯤 경과하면 그의 회사 앞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버스에서 내린 그가 회사 초입의 거리에 들어서며 동료들과 잘 가던 수제비 집을 봅니다. 오늘 점심은 거기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한 그의 눈에  복집, 중국집, 점심 식사 후 마시던 커피숍, 모든 건물이 새삼 정겹습니다.  회사 정문에 들어서자 수위 아저씨가 인사를 합니다. 로비에서 마주치는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엘리베이터에 올라 12층 버튼을 누른 그.


 책상 앞에 앉은 그는 숨을 한 번 고르고 컴퓨터를 작동시킵니다. 잠시 후 사내 메신저가 뜨고 인사부장의 호출이 있습니다. 그는 인사부로 가기 전 상무님실로 가서 그 앞을 서성입니다. 한 번 만이라도 상무님을 만나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그의 청이 받아 들여져 그는 상무님 방에 들어 설 수 있게 됩니다.


그는 간곡히, 그러나 초조해 보이지 않도록 애쓰며 얼마나 많은 일을 주말도 반납하며 지난 20년 간 회사를 위해 공을 세웠는지 준비한 자료를 보여주며 설명 합니다. 그러나 오 분이나 들어 주는 가 싶던 상무님은 ‘ 다 알고 있다’며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급한 일 때문에 자리를 뜹니다.


결국 그는 퇴근 시간까지 버티지 못하고 인사부의 권고사직을 받아들여 사직서를 써야 했습니다. 그리고 소기업에서 그것도 운이 좋은 케이스라는 일 년 계약직 계약서를 썼습니다. 이런 일이 있을 거라는 걸, 2주전에 알았지만 정작 돌아서며 뺨이 화끈 거리고 가슴은 이미 발끝까지 내려 앉았습니다.


  그를 위로하는 동료들과 술을 한 잔 한 후 그는 아직 대출금을 갚지 못한 집부터 당장 내놔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그가 이어폰으로 요즘 즐겨 듣던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라는 노래도 위로가 되지 못하는 칠흑같이 어둡고 바람 매서운 밤입니다.


  일 년 후 그는 어디를 오가는 버스를 타고 있을 런지, 교통 편리하고 시내와 가까운 이 동네를 지키며 계속 살 수는 있을 런지. 어느덧 내릴 시간이 다 된 그의 주머니에서 발견한 작은 쪽지를 펼치자 막내가 쓴 듯한 글씨가 눈에 들어 옵니다.


‘아빠, 속상해도 작은 집으로 이사 가면 되고, 우리가 건강하면 된다고 엄마가 그러셨어요. 술 먹지 말고 일찍 오세요. 이 십 년 동안 우리를 위해 너무 수고 많으셨어요. 제가 빨리 커서 취직할게요. 사랑해요. 아빠.


그제 이 상황을 전해 듣고 마음이 내내 무거웠습니다. 다행히 그는 퇴직후 무엇을 할지를 차분하게 준비해와서 연착륙은 가능하겠지만 생활규모를 줄여야 하는데 아내가 동의해 부동산에 집을 내놓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걱정말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건강한 가족, 하고 싶은 일이 있으니 말입니다. 모든 상황에는 시한이 있고 그 시한속에서 어쩔 수 없이 떠밀려 가는 것이 또 우리네 삶이니요.


변화경영사상가 구본형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곤란하고 어려울때 내 정신은 바짝 긴장하고 .... 중략.... 더우면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야 하고  그 쨍하는 겨울 바람속으로 자신을 내보내기도 해야 하는 것이다' 


회사와 내가 나눈 효용성으로 인해 부여됐던 안락함, 그 속에서 연착륙 할 수 있는 필살기 하나쯤은 갈고 닦아야 한다는거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바람이 찹니다. 따듯한 하루 보내시길요.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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