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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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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18일 09시 35분 등록

1.
달력은 일주일에 한번 휴일을 표시한다. 휴일은 내게 정리정돈, 여유, 홀로됨, 자유 등의 단어가 떠오르는 날이다. 어떤 이는 주일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휴일이라 부르고 또 다른 이는 일요일이라 한다. 나는 휴일(休日)이란 말이 좋다. 상형문자의 의미 그대로, 나무 옆에 기대어 쉬는 사람 이미지도 그려진다. 나무에 등을 기대어 본 적이 있는가. 대지에 맨발로 섰던 적이 언제인가.

 

산과 나무는 내가 좋아하는 자연이다. 대지는 생명과 역사의 어머니다. 나무에 기대고 대지에 서면, 자연과 역사의 근원에 맞닿은 것이다. 그때 인간은 성찰, 겸손, 꿈에 접속한다. 이것이 휴식의 의미리라. 돌아온 날을 되짚어보며 나를 성찰하고, 인생의 깊이와 우주의 넓이 앞에서 겸손해지며, 일상의 소용돌이에 내어주었던 꿈을 끄집어내어 기억하는 것 말이다. (일은 삶의 성취를 돕고) 쉼은 자기를 만나게 한다!

 

2.
책상 위의 작은 화분 속에서 자라고 있는 '하나의 우주'를 본다. 화분 속 돌 알갱이도 우주요, 그 속에서 생명을 뻗어 올린 식물도 우주라는 생각이 든 것은 직관적 감상일 뿐일까. 아닐 것이다. 자연과 세상 이해는 일상의 작은 사물을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저명한 과학 저술가 에른스트 피셔도 『과학한다는 것』에서 이렇게 말했다. "큰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아주 작은 것, 즉 원자의 세계를 이해해야만 한다."

 

화분에 물을 조금 주었다. 일상을 챙기고, 생명에 관심을 기울이며, 관계를 돌보는 사소하고 작은 행위에도 정성을 깃들이면, 인생살이의 여러 과업을 더 잘 수행할 용기와 에너지가 생긴다는 믿음으로 정성스럽게 우주를 챙겼다. 1분 남짓의 시간이 걸렸다. '이렇게 잠깐인데도 바쁠 때에는 관심을 두지 못했지. 여유가 우주를 보게 만드는구나.'

 

3.
무엇을 바라보든, 누구를 만나든, 눈앞에 있는 대상이 아닌 자기만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대화 도중에도 자기 생각에 빠져들거나 대화를 곧잘 자기 문제로 귀결시킨다. 상대에게 미안한 일을 하고서도 불편을 입힌 상대에게 관심을 두기보다는 '내가 왜 그랬을까' 하고 자책한다. 얼핏 생각하면 겸손하고 반성할 줄 아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타자가 배제된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이다.

 

대상을 통찰하지 못하고 매일 자신만을 성찰하는 사람들은 거울을 품고 사는 셈이다. 거울이기보다는 창문이고 싶다고 릴케의 말은, 자기 함몰에 빠지지 않고 세상을 제대로 통찰하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일 것이다. 사물과 세상을 있는 그대로 꿰뚫어보려면 거울이 아닌 창문이 필요하다. 거울은 자기를 보여주고, 창문은 세상을 보여준다.

 

4.
당신께는 지금 거울이 필요한가, 창문이 필요한가. 당신이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릴케의 뛰어난 자의식을 감안하면 그가 좋은 거울의 소유자임을 상상할 수 있다. 그가 창문을 열망한 결정적 이유는 그에게 거울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피셔 교수에 따르면, “어떤 과학자의 발견이 그 자신에게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관해 물어본다면, 그 과학자는 갑자기 할 말을 잃는다.” 세상을 꿰뚫어보는 과학자들에게는 거울이 절실해진다.

 

나는 내면에 거울과 창문을 품고 산다. 뛰어난 자의식과 과학적 통찰력 모두를 열망한다. 거울과 창문 중 무엇이 필요한가 하는 문제는 때와 장소 그리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빛과 어두움으로 세상 모든 밝기를 조절하듯, 거울과 창문 모두를 갖고 살며 자신과 세상 이해의 균형을 이뤄가는 게 중요하다. 휴일엔 거울과 창문을 닦을 여유를 갖고 싶다. 휴일은 나를 돌보기에도, 작은 우주를 통찰하기에도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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