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키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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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옛노래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멀리서 들리는 북소리에 이끌려 나는 긴 여행을 떠났다. 낡은 외투를 입고 모든 것을 뒤로 한채....' 어제 토크쇼 <재키가 만난 구본형의 사람들>의 첫번째 손님이었던 문요한이 그런 여행자입니다.
문요한은 말합니다. "내가 여행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여행이 나를 택했다." 그는 자유에 대한 갈망이 큰 사람이었습니다. 그 갈망을 더 이상 억누를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는 병원을 정리하고 자신에게 안식년을 주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가족들과 유럽에서 두 달을 보내고 돌아와 다시 홀로 네팔에서 한 달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남미 안데스에서 두 달을 머물다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여행들은 그의 삶을 통째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는 언제나 '의미'가 필요한 사람이었습니다.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일은 오래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의미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신화학자 조셉 캠벨의 말대로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은 삶의 의미가 아니라 '살아 숨쉬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염없이 걷다보면 무념무상 무아지경의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위대한 자연의 품에서 맞은 그런 순간들이 그에게는 살아 숨쉬는 것을 확인한 절정 경험이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그는 '이것이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인가?'라는 화두를 품고 살게 되었습니다. 13kg의 배낭을 매일 꾸리며 가벼운 삶을 연습한 결과입니다. 그는 앞으로는 더 가볍게 살고 싶다고 합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하고 철저하게 확인해야 마음이 놓였던 그는, 여행을 통해 불확실성 속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얻었습니다. 다음 여행지로 이동할 교통편이 막막하거나 오늘 밤을 묶을 방 한 칸이 없어도 그는 불안에 떨지 않았습니다. 이제 그는 삶의 모호함도 견딜만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란 것이 딱히 없게된 사연입니다.
문요한에게 여행은 '베이스캠프'입니다. 하루 종일 뛰어놀며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골목길과 맑은 얼굴로 대학시절 떠났던 배낭여행처럼, 여행은 삶이 고단할 때 언제든 머물며 기력을 회복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렇다고 그가 매번 일상을 탈출해 여행을 꿈꾸는 몽상가는 아닙니다. 오히려 일상이 여행인 사람이 되고자 노력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어떤 답을 얻고자 여행을 떠난다면 기대하는 답을 찾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통해 기대하지 못한 답을 얻을 수도 있죠. 저처럼요."
재키의 첫번째 토크쇼에 참석해주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진지하게 듣고 유쾌하게 웃고 의미있는 질문을 할 수 있는 안목과 품격을 갖춘 분들이 자리를 채워 주셨습니다. 막무가내 후배의 부탁에 한 달음에 달려와 주옥같은 이야기를 나눠준 문요한 선배님, 감사합니다. 근사한 장소를 무료로 빌려준 박중환 연구원, 사비를 털어 야쿠르트를 협찬해준 양재우 연구원, 잊지 못할 순간들을 사진에 담아준 신재동 연구원, 참석자 명단을 확인해주고 토크쇼 내용을 녹음까지 해준 김이미나 연구원, 고마워요.
다음 토크쇼는 3월 18일 금요일 저녁에 진행됩니다. 초대손님은 전 제일기획 부사장이자 삼성그룹 최초의 여성 부회장인 최.인.아. 선생님입니다. 현재 알랭드보통의 인생학교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는 법'에 대한 강의를 하고 계십니다. 그녀가 어째서 구본형의 사람인지 궁금하시다면 3월 토크쇼를 기대해 주세요!
[알림] 한명석 연구원이 운영하는 글쓰기 교실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에서 책쓰기 과정 9기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내 책 한 권 갖고 싶은 분들은 이 기회를 놓치치 마세요.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free&document_srl=806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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