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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깊은 숲속. 아무도 없는 곳에 커다란 나무 하나가 쓰러집니다. 어떤 소리가 났을까요. 당연한 답변이 나오리라 여기겠지만 정답은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입니다. 설사 소리가 발생했더라도 듣는 이가 없었기에 나지 않은 것입니다. 무슨 뚱딴지같은 얘기냐고 하겠지만 이 질문은 사회과학을 다루는 심리학 개론 책에 기재된 내용입니다. 이는 인간을 주체로 여겨 통합이 아닌 이분법적 사고로 해석하였기에 가능합니다. 나와 다른 별개의 객체 대상으로 여기는 시각. 어떻게 생각하세요.
다른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여기 한사람이 있습니다. 어제의 과거란 시간을 겪었고 현재의 오늘을 살고 있으며 불확실한 내일의 미래를 꿈꾸는. 당신일지도 모르는 이 사람은 그럼 같은 인물일까요.
<뷰티 인사이드> 영화. 주인공은 십대후반 발병한 희귀한 질병에 시달립니다.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바뀌어있는 증상. 노인, 아이, 외국인, 다른 성별, 잘생긴 혹은 그렇지 않은 각양각색으로 변화됩니다. 그로인해 학업을 마치지도 못하고 자신을 아는 어릴 적 친구와 어머니를 제외한 모든 세상과 등을 지고 살아갑니다.
매일 낯선 얼굴로 대하며 이방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상황. 같은 사람일까요. 아니면 전혀 다른 존재로써의 삼자일까요.
이중적 모습. 학창시절 종종 들었던 말 중에 하나입니다. 처음 볼 때와는 달리 가까이 다가갈수록 다른 성격이랍니다. 그랬습니다.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명시된 캐릭터를 연출하고 싶었습니다. 일부러 꾸며서 웃고, 오버액션을 하며, 외향적 이미지를 보이며 ... 주위의 이목과 관심을 끌려고 하였습니다. 왜냐고요. 열등감에 사로잡혀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죠. 때론 불쌍하게 동정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누우면 허탈감이 밀려옵니다. 이게 아닌데. 이게 내가 아닌데. 스스로의 인정을 하지 못한 채 또 다른 나를 찾기 위해 적잖은 시간을 헤맸습니다. 부정적, 내향적 모두 나의 모습들인데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입니다.
최근 치과치료를 받는 와중 거울에 비친 치아를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바르지 못한 형태는 아니었을 겁니다. 세월의 흐름 속에 음식물을 씹는 노동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다보니 변해 갔을 테죠. 삐뚤삐뚤 간격의 균열이 일어나고 충치가 생기며 새로운 이를 심기도 합니다. 손가락으로 만져보았습니다. 부드러운 살과 무딘 뼈, 여러 신경들로 연결되어있네요. 새삼스럽게 느낀 것은 치아 하나도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인체의 여러 유기적 관계들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무엇이던 따로 떨어진 것은 없습니다. 나와 타인, 세상 그 연결된 형태의 맥락적 구조를 이해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삶을 살아가는 지혜의 하나라고 늦게야 깨달아집니다.
인연을 맺은 한분 한분이 귀하게 여겨지는 시간. 그들로 인해 내가 영향을 받으며 성장을 하였고 살고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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