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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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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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25일 08시 48분 등록

저와 최인아 부사장님의 끈을 연결해주신 분은 구본형 선생님이셨습니다. 현역 연구원 시절 참여했던 북페어에서 보기 좋게 물을 먹고 의기소침해 있는데 선생님께서 제게 이메일을 보내셨습니다.  

 

'쉬지 못하는 여자를 위한 휴식의 탐구'는 의미 있다. 그러니 그 놈들이 뭐라하든 또는 귀를 틀어막고 있든 세상에는 그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다만 그들이 땡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끝까지 쓴다. 매주 지금처럼 한 꼭지씩 올려라. 둘째, 인터뷰를 시작하여 꼭지의 싱싱함을 유지해라. 꼭지를 보완하고 탱탱하게 만들어라. 제일기획 최인아 부사장을 먼저 인터뷰해라. 미혼이지만 그녀에게는 인사이트가 있다. 네가 급땡될 것이다. 변경연에 관심이 있고 책에도 뜻이 있으니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얼마 후, 저는 최인아 부사장님을 만났고 그녀에 대한 글을 한 편 썼습니다.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클릭! http://blog.naver.com/jackieyou/80158564227) 그리고 잊고 지내다 작년 가을, 그녀를 다시 만났습니다. 그렇게 그녀를 <재키가 만난 구본형의 사람들>의 두번째 손님으로 초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와 나눈 이야기를 그대에게 전합니다.   

 

Q. 구본형 선생님과는 어떤 인연이신지요?   

선생님을 처음 만난 건 회사에서 안식년을 얻어 잠시 쉬어가던 40대 중반의 어느 해였습니다. 그저그런 자기계발서로 여기고 덮어 두었던 선생님의 책을 꺼내 읽고 푹 빠져 버렸습니다. 급기야 모 출판사에서 일하는 지인의 소개로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선생님의 말간 얼굴과 그윽한 목소리가 좋아 계절이 바뀔 때 마다 한 번씩 만나 안부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Q. 퇴직 후에는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2012년 12월, 제일기획에서의 29년간의 경력을 마무리하고 퇴직했습니다. 오랫동안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고 이를 나름 즐기기도 했지만, 저는 사장의 그릇이 아니라고 생각해 결단을 내렸습니다. 퇴직 후에는 하고 싶었던 공부도 하고 휴식도 취했습니다. 최근에는 알랭드보통의 인생학교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는 법'이란 주제로 강의를 합니다. 올 여름 쯤에는 책과 이야기, 사람들을 테마로 한 새로운 사업도 시작할 계획입니다. 

 

Q. 자신을 움직이는 동기는 무엇이었나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저를 움직이는 가장 큰 동기는 '오기와 대안없음' 이었습니다. 여자라고 진급에서 누락시키고 미스 최로 불리며 허드렛일을 해야했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나를 인정하지 않는 그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리라' 결심했고 '여기말고 다른 길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일에 더욱 몰입했습니다. 저는 '자기애'가 강한 사람입니다. 자아와 타자의 경계가 분명하고 '나'가 중심에 단단히 박혀 있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조직에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Q. 회사에서 소진된다고 생각하는 직장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회사에서 월급 이상 일하면 바보다'라고 생각하는 직장인들이 있는데요, '회사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저는 크리에이티브팀 본부장이 된 후 팀원들에게 '앞으로는 '일을 해준다'는 말을 쓰지 말라'고 지시했습니다. 남의 일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회사를 통해 일을 하는 기회를 갖게 되고, 그러면서 우리는 성장합니다. 회사가 바뀌고 업종이 바뀌어도 그것은 도움이 됩니다. 일을 대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일을 대하는 자세를 바꾸면 더 많은 성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Q. 회사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직장인이 있다면?  

우선 정말 절실하게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고 싶은지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그리고 고민의 깊이가 깊다면 시간을 정해 몰입하고 집중해서 그 길을 찾아야죠. 저는 걷는 것은 정신적인 행위라고 믿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36일간 걸은 적이 있었습니다. 걷다 보면 생각의 주체가 내가 아닌 순간이 옵니다. 저는 걸으면서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디든, 무엇을 하든 몰입하여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을 갖길 권하고 싶습니다.  

 

Q. 막연하게 퇴직 후를 걱정하며 현재 일에 집중하지 못는 직장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시골의사 박경철은 '투자의 첫걸음은 자기 몸값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직장인은 연봉이 자신의 가치입니다. 퇴직 후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자신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노력과 성과는 정비례하지 않습니다. 계단식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다수가 정체구간을 견디지 못하고 탈락합니다. 성취하는 소수가 적은 이유입니다. 저는 그 정체 구간을 '불확실성의 구간'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단단한 소수를 가려내는 우주의 테스트입니다. 그런데 이 때 중요한 것은 능력이나 테크닉이 아니라 의지와 결기, 태도입니다. 어떤 태도를 가지고 상황에 반응하는가가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손석희가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인 것은 능력이나 전문성이 아니라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것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인 그의 태도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태도로 응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빛깔이 달라집니다.  

 

Q. 직장인으로 다시 되돌아 간다면 놓치고 싶지 않은 두 가지가 있나요?  

회사를 그만두고 제주로 내려간 후배가 SNS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서울에서는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갔다. 제주에서는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온다.' 대단한 통찰이지요? 우리는 일에 치여 계절의 변화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항상 잘 해야 한다는 강박에 눌려 있었습니다.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일을 조금 더 즐기면서 하고 싶습니다. 또 한가지는 몸에 투자하고 싶습니다. 일하느라 몸을 아껴주지 못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몸의 변화를 느낍니다. 미리미리 운동도 하고 몸에 투자하여 대비하기 바랍니다. 

 

Q. 직장생활 3년차부터 '내가 이 일을 왜 해야 하지?'라는 물음이 생겼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 일이 아주 싫은 것이 아니라면 지금 하는 일에 전력투구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더 넓고 깊게 그 일에 빠져 보세요. '내 일이야' 싶은 부분이 있는데 아직 그런 부분을 만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일에 온 몸을 담그고 일의 어떤 부분이 좋고 어떤 부분이 싫은지 알아보세요. 그리고 그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해 보세요. 그러면 뭔가가 보일겁니다. 

 

주옥같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다 옮기지 못했습니다. 1시간 반 동안 초대손님과 청중이 깊이 호흡하는 에너지가 느껴졌습니다. 술도 안 드시는데 와인 두 병에 소중한 시간을 나누어주신 최인아 부사장님께 고개 숙여 감사인사 드립니다. 또한 명랑한 바람잡이 역할을 자처해주신 양재우 연구원, 고맙습니다. 의미있는 시간을 사진으로 남겨주신 신재동 연구원과 양경수 연구원, 감사합니다. 의리로 장소를 빌려주고 물심양면 지원해주는 박중환 연구원,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뜨거운 관심과 성원을 보여주시고 자리를 꽉 채워주신 품격 높은 참석자들에게 감사 인사 드립니다.   

 

다음 토크쇼는 4월 15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에 마련됩니다. 초대손님은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의 저자인 김정은 & 유형선 연구원입니다. 책을 읽으며 가족의 위기를 극복했다는 이 부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놀러오세요. 또한 이번 토크쇼에는 구본형 선생님 소천 3주년을 기념해 선생님과 똑닮은, 선생님의 둘째 딸 구해언 연구원이 참석합니다. 아버지 구본형의 모습을 알고 싶다면 놓치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책맥(책 읽으면서 맥주 마시기)을 벤치마킹해 톡맥(토크하면서 맥주 마시기)을 할 예정입니다. 간단한 요기를 하시고 즐거운 마음으로 오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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