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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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편지에서 나는 공부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누구를 지배하지도, 또 누구로부터 지배받지도 않기 위한 것’이라 했습니다. 어느 독자로부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물음이 있었습니다. 공유하자면 나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누구를 지배하지도, 또 누구로부터 지배받지도 않는 나’를 이룬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회복’을 의미합니다.
간명하게 언급하고자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삶은 상처’입니다. 대부분의 우리는 그래서 훼손되고 일그러진 상태로 살아갑니다. 누군가가 세워놓은 규범과 질서를 따르며 살아가야 하는 삶의 운명 속에서, 혹은 어떤 체제가 만든 이념과 규칙을 이 땅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조건 없이 받아들이도록 강요받으면서 우리의 영혼은 수많은 생채기를 입어왔습니다. 우리에게 상처를 남긴 그 누군가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누군가의 자식이 되고 그 인연으로 인해서 받는 것은 사랑만이 아닙니다. 그렇게 부모와 가족 속에서 나라는 존재가 일그러집니다. 산업과 체제의 질서 안에 박혀있는 학교의 학생으로 살면서 그 시스템과 교사와 다른 학생들을 통해 우리는 또 다시 일그러집니다. (사내의 경우 특히) 군대가, 그리고 삶을 지속하기 위한 밥벌이의 터전이 본래의 나를 가혹하리만치 무너뜨려버립니다. 때로 내가 사랑한 사람과 이룬 가정에서조차 우리는 상처를 받습니다.
내가 이끄는 ‘자연스러운삶연구소’의 연구원들이 공부하는 이유는 성장하고 싶어서일 것입니다. 공부를 통해 도달해야 할 성장의 중요한 지점은 바로 그 ‘일그러진 자기 자신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훼손된 존재요 일그러진 상태로 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살아갑니다. 그들은 부모와 가족과 학교와 군대와 직장 등의 경로 위에서 자신이 얼마나 훼손되고 상처 입은 존재가 되었고 그 결과 ‘자신 아닌 자신’으로 그저 버텨내며 살고 있는지를 모릅니다. 누군가는 ‘그림자’를 보면서 그것이 ‘실체’라고 믿고 심지어 우기면서 살고, 나아가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조차 그 그림자를 추구하며 살라고 요구하고 강요하기도 합니다. 자신을 회복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래서 끔찍한 일입니다. 일그러진 채로 절뚝이며 살고 있는 자신을 본래의 자신으로 일으켜 세우지 못한다는 것은 또한 불행한 일입니다.
그래서 진정한 공부를 통한 성장이란 ‘더는 누군가로부터 지배받지 않는 내가 되어간다는 것’입니다. 시인 고은 선생님은 이것을 누군가의 혹은 무엇인가의 “노예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이라 했습니다. “우주에 빛나는 고독한 별 하나”가 되는 것이라 했습니다. “내가 태초이고, 시작이며, 빅뱅입니다. 내가 인생을 시작하고 내가 인생을 살고, 그러다 실패하는 것 또한 나입니다”라고 일러주고 계십니다. 실존의 존엄성을 그 누구로부터도 모독 받지 않는 것이라 했습니다.
결국 이 과정을 통해 자기를 회복해 가면서 그는 ‘그 누구도 지배하려 들지 않는 삶’을 추구하게 될 것입니다. 내가 그만큼 귀한 존재임을 알아채고 회복한 자는 결국 내가 마주하는 모든 타자 역시 ‘누구도 범할 수 없는 귀한 별’임을 알게 되니까요. 심지어 나를 통해 찾아온 자식조차 말입니다.
요컨대 성장을 꿈꾸는 이들이 만나야 할 첫 번째 대상은 ‘일그러진 나’입니다. 직면해야 하는 아픈 존재일 것입니다. 거기서 출발하여 끝없이 ‘자기의 상처를 극복하고 자기를 회복’하면서 멈추지 않고 나가는 것이 성장의 요체라는 것이 나의 대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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