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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16일 00시 01분 등록

우리에겐 많은 기억이 있습니다. 간직하고 싶은 혹은 그렇지 않은. 오감으로써 받아들여진 자극들은 뇌의 사진 현상과 인화를 거쳐 각기의 경험적 맥락으로 구성이 됩니다.

살아가는 무늬가 늘어날수록 기억해야할 용량은 많아집니다. 사람의 이름, 각기의 대상들, 전문적 지식, 학습 등. 반면 그만큼 적잖은 양이 잊히기도 합니다.


SNS를 통해 사촌동생이 오래된 흑백사진 한 장을 보내왔습니다. 결혼식 장면. 앨범을 뒤적이다가 발견하였답니다.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복스럽게 생긴 여인. 어머니. 잠시 회상에 잠겼습니다.

인생에서의 첫 기억은 평생을 이끄는 인자로 작용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 입학식. 사회인으로의 첫발을 내딛는 순간. 가뜩이나 겁이 많은 소년은 어색한 분위기에 더욱 위축이 되어 주위를 둘러봅니다. 웃음과 축하의 자리. 또래 아이들 손을 잡고 대동한 이들은 부모님입니다. 반면 소년의 손을 잡아준 이는 그 누구도 아닙니다. 어머니는 왜 오지 않았을까요. 이 장면은 무의식적 사실로 오랜 시간 따라다녔습니다. 그러기에 그 기억을 떨쳐 일어서기 위해 적잖은 시간을 보내어야 했습니다.

그 옆 반듯한 정장의 남자. 한참을 바라보지만 낯섭니다. 아버지. 그의 이미지는 전혀 남아있지 않습니다. 함께한 시간과 추억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사물을 자각하기도전에 떠나간 당신. 그렇기에 그를 닮았다고 하지만 무게가 없는 쓸쓸한 빈공간의 존재이기에 묻습니다. 누구신가요.


구본형 선생님 추모 미사일. 3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기억속의 그를 끄집어냅니다. 씨줄과 날줄 상황의 조각들이 봄날 벚꽃 잎처럼 흩날립니다. 생전의 모습, 미소, 수업, 메시지. 납골당 손때 묻은 물건들과 함께 되살아난 당신은 되묻습니다.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이들을 위해 너는 무엇을 하고 있니. 한 몸 보존하기도 답답한 현실. 고개가 숙여집니다. 부끄럽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앞날을 축하하는 결혼식의 자리보다는 망자를 위한 장례식장 방문 횟수가 늘어납니다. 검은 정장, 흐느낌, 향, 흰 국화. 유족에게 예를 표하고 앉아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살아생전 당사자와의 직간접 추억을 나눕니다. 누군가를 기억하고 마음에 담아 둔다는 것. 언제까지일까요. 남은 자는 살기 바쁘다는 구실로 서서히 잊힘의 상황이 되어갑니다. 절대적 영향을 미쳤던 어머니란 존재도, 닮지 않았으면 하였던 형이란 사람도 그러합니다. 잔상들의 흔적이 깊숙한 늪의 너머로 가라앉을 즈음. 손가락으로 부여잡은 바람에 날리는 모래알처럼 으스러지는 즈음. 어떤 느낌일까요.


마늘님의 핀잔,

“어떻게 그것을 기억 못해요?”

그렇습니다. 원체 관심 있는 대상에만 꽂히는 성격인지라 방문했었던 장소도 함께한 이야기도 처음인 듯 합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서운할 터. 어색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입니다.

“미안해.”

하지만 언젠가는 그녀도 망각이라는 손님이 찾아와 애써 붙드는 기억의 영상들을 데리고 가는 날들이 올 겁니다.


TV 드라마 한편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변호사 역할의 주인공. 어려운 가정환경을 겪은 터라 누구보다 세속적 성공에 대한 욕구가 높습니다. 악착같이 신분상승을 위한 동아줄을 붙들다보니 경쟁자인 타인들을 자연스레 짓밟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그는 그제야 자신의 환경을 돌아봅니다.

어머니의 가계를 방문합니다. 아내와의 데이트와 왕따였던 아들에 귀를 기울이며 가족과 어려운 이에게 마음으로 다가섭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아버지와의 아픈 관계는 어쩌지 못합니다. 악다구니를 하던 주인공. 독백의 넋두리가 나에게도 자리합니다.

‘알츠하이머가 좋은 점이 있네. 지우고 싶은 기억을 일부러 애쓰지 않아도 되니.’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는 순간. 기억의 잃음이 찾아온다면

그리움일까요.

남겨진 이의 길을 가기위한 신의 배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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