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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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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13일 00시 01분 등록

모질게 다가오는 것들

 

순풍이 필요한 돛단배에게 역풍이 몰아친다면 그것처럼 모진 바람이 없겠지요. 그저 단비가 필요한 식물에게 도를 넘어 백일이 넘도록 주룩주룩 비가 쏟아진다면 그 역시 모진 비가 되겠지요. 싹 틔울 흙이 필요한 씨앗에게 돌무더기가 주어지는 형국도 참으로 모진 형국일 것입니다.

 

우리의 삶도 그와 같아서 살다보면 삶의 굽이굽이에서 모질게 다가오는 것들을 종종 마주하게 됩니다. 원한다면, 그 원하는 것을 향해 모든 것을 걸고 전진한다면 무엇이든 다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청춘의 날을 보낼 때에는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긍정의 신념으로 무장하면 삶이 무한한 가능으로 열린다는 말을 믿고 살았던 한 때에도 나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모든 존재의 삶에는 왜 모질게 다가오는 국면들이 놓여 있는지를.

 

낙우송Taxodium distichum이라는 나무를 보고 처음으로 어렴풋 짐작했습니다. ‘삶의 운행에 모질게 다가오는 것들이 배치되는 까닭이 있겠구나.’ 짐작컨대 낙우송은 물의 범람이 잦은 땅에서 태어나고 살았을 것입니다. 범람의 시간은 낙우송에게 모진 시간이었겠지요. 뿌리가 물에 잠긴 시간 그들의 뿌리는 호흡 곤란을 겪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낙우송은 뿌리에서 공기뿌리를 마치 혹처럼 밀어 올려 지상부에서 호흡을 빌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큰 꽃을 품은 목련이나 칠엽수는 잎사귀 모두 떨군 겨울에 가지 끝에 그 큰 꽃눈을 달고 겨울을 건너야 합니다. 그들에게 시베리아 동토에서 불어오는 차디찬 바람은 모질고 모진 바람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목련은 털가죽 껍질을 만들어 꽃을 지키는 데 성공했고, 칠엽수는 꽃을 감싼 껍질에 찐득한 기름을 발라 제 꽃을 지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삶과 조금 더 깊게 만나게 된다는 기쁨이요, 삶과 조금 더 깊게 만나게 된다는 것은 거저 살아지는 삶이 없음을 알아챈다는 농염에 이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제는 모질게 다가오는 것들이 모두 새로운 출구를 일러주려는 조물주의 신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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