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김용규
  • 조회 수 1366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6년 5월 13일 00시 01분 등록

모질게 다가오는 것들

 

순풍이 필요한 돛단배에게 역풍이 몰아친다면 그것처럼 모진 바람이 없겠지요. 그저 단비가 필요한 식물에게 도를 넘어 백일이 넘도록 주룩주룩 비가 쏟아진다면 그 역시 모진 비가 되겠지요. 싹 틔울 흙이 필요한 씨앗에게 돌무더기가 주어지는 형국도 참으로 모진 형국일 것입니다.

 

우리의 삶도 그와 같아서 살다보면 삶의 굽이굽이에서 모질게 다가오는 것들을 종종 마주하게 됩니다. 원한다면, 그 원하는 것을 향해 모든 것을 걸고 전진한다면 무엇이든 다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청춘의 날을 보낼 때에는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긍정의 신념으로 무장하면 삶이 무한한 가능으로 열린다는 말을 믿고 살았던 한 때에도 나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모든 존재의 삶에는 왜 모질게 다가오는 국면들이 놓여 있는지를.

 

낙우송Taxodium distichum이라는 나무를 보고 처음으로 어렴풋 짐작했습니다. ‘삶의 운행에 모질게 다가오는 것들이 배치되는 까닭이 있겠구나.’ 짐작컨대 낙우송은 물의 범람이 잦은 땅에서 태어나고 살았을 것입니다. 범람의 시간은 낙우송에게 모진 시간이었겠지요. 뿌리가 물에 잠긴 시간 그들의 뿌리는 호흡 곤란을 겪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낙우송은 뿌리에서 공기뿌리를 마치 혹처럼 밀어 올려 지상부에서 호흡을 빌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큰 꽃을 품은 목련이나 칠엽수는 잎사귀 모두 떨군 겨울에 가지 끝에 그 큰 꽃눈을 달고 겨울을 건너야 합니다. 그들에게 시베리아 동토에서 불어오는 차디찬 바람은 모질고 모진 바람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목련은 털가죽 껍질을 만들어 꽃을 지키는 데 성공했고, 칠엽수는 꽃을 감싼 껍질에 찐득한 기름을 발라 제 꽃을 지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삶과 조금 더 깊게 만나게 된다는 기쁨이요, 삶과 조금 더 깊게 만나게 된다는 것은 거저 살아지는 삶이 없음을 알아챈다는 농염에 이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제는 모질게 다가오는 것들이 모두 새로운 출구를 일러주려는 조물주의 신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IP *.120.7.31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56 위대한 스승을 만나는 방법, 질문 김용규 2016.09.01 1367
2755 예순네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서른 즈음 재키제동 2016.07.22 1368
2754 [화요편지]자신을 재료로 신화를 만들어내야 하는 작은 영웅들의 시대 아난다 2021.08.24 1368
2753 <알로하의 영어로 쓰는 나의 이야기> 꿈꾸는 삶을 위한 지도 [4] 알로하 2021.12.05 1368
2752 [월요편지] 내 인생의 단어장을 펼치며 [3] 에움길~ 2023.03.27 1368
2751 해질 무렵 돌아보니 생각나는 사람 한 명석 2016.01.13 1369
2750 마흔아홉, 올레 길을 걷다 2 書元 2016.01.23 1369
2749 내 길이 어떤 길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묻는 그에게 [1] 김용규 2016.03.03 1369
2748 당신은 무얼 할 때 가장 행복한가요? file 한 명석 2016.04.20 1369
2747 여든세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마지막 토크쇼 재키제동 2016.12.16 1369
2746 우리는 진짜 ‘노브랜드’를 원합니다 [2] 차칸양(양재우) 2016.12.20 1369
2745 <알로하의 영어로 쓰는 나의 이야기> 초등학생 영어 연수, 보내야 할까요? [2] 알로하 2021.04.25 1370
2744 <추석특집> 노화(老化)가 멈춰버린 나 차칸양(양재우) 2015.09.29 1371
2743 느티나무, 이토록 섹시한 도서관이라니! 한 명석 2016.01.20 1371
2742 교보문고를 애용하는 이유 연지원 2016.03.07 1373
2741 [알로하의 맛있는 편지] 부자의 빵 VS 가난한 사람의 빵 file [2] 알로하 2019.10.07 1373
2740 <알로하의 영어로 쓰는 나의 이야기> 어른이 된 어린 왕자 알로하 2021.08.29 1374
2739 [목요편지]아침 운동 [1] 어니언 2023.03.09 1374
2738 합작품 연지원 2015.08.17 1376
2737 먹고 살려면 書元 2015.11.14 13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