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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14일 07시 55분 등록

“동물들은 어느 쪽 성(性)이 더 예쁘게 치장을 할까요?”

초등학교 3학년. 얘기를 듣든 둥 마는 둥하던 아이들이 자연 해설사가 던진 질문에 손을 번쩍 들고 저마다 관심을 보입니다.

“네. 맞아요. 수컷 이예요. 인간들과는 다르죠. 이유가 뭘까요?”

동물들은 상대적 개체수가 작은 암컷을 유혹 자신의 후손을 잇기 위한 방법으로 수컷들이 멋진 모습을 연출합니다. 이는 사자나 공작을 비롯하여 곤충세계로까지 이어집니다.

“새끼를 낳아 기르는 암컷의 입장에서는 화려한 모양새를 할시 천적들로부터 위험에 처할 경우가 많아요. 그렇기에 어머니들이 집에서 꾸미지 않고 있는 것은 친구들을 위한 거라고 보면 되요.”

꿈보다 해몽이라고 했던가요. 그래서 대부분의 아내들이 밖에서와는 달리 자신의 거주지에서는 그런 소박한(?) 차림을 하고 있나봅니다. 이를 김정운은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저서를 통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여자의 화장은 남자와는 별 상관없다는 거다 ... 남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여자들보다 더 멋지게 보이려고 화장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독일의 어느 수용소. 모든 것을 체념한 여성들이 있습니다.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힘겨운 날들이 계속되던 어느 하루. 트럭 하나가 도착하였고 실려 있던 선물이 배분되었습니다. 뭘까요? 중요한 생필품이나 식량 아니면 생사를 알 수 없던 가족들의 소식인가요.

내용물은 예상치도 않은 립스틱이었습니다. 뭐죠. 남자들의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먹을 것도 아니고 성적 욕망을 채워줄 야릇한 책도, 오매불망 기다리던 담배도 아닌데. 이런 판국에 아무 쓸데없는 저런 물건이 왜 주어진 걸까요. 그런데 그녀들의 반응은 놀라웠습니다. 삶의 의욕이 없던 상황에서 호기심이 일어납니다. 저마다 거울을 꺼내들더니 입술에 능숙한 손놀림을 해댑니다. 싸늘한 죽어가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합니다. 무감각해있던 시선을 그제야 동료들을 바라보며 깔깔 수다의 꽃을 피우기도 합니다.


사람에게는 각자의 존재를 증명하는 도구들이 있습니다. 남자에게는 의자가 그러합니다. 저의 경우도 직장에서 사원, 대리를 거쳐 중간 간부의 직책을 달자, 좀 더 폼 나고 있어 보이는 의자에 눈길이 가게 되었습니다. 회전의자라는 유행가 제목이 달리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이는 의자와 자신의 신분을 동일시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자리와 가치를 드러내기를 원합니다. 이는 사회적 인정의 욕구로 이어집니다. 잊었던 스스로의 자아, 여성으로서의 자존감을 그녀들은 립스틱 하나로 인해 되살려 내었습니다. 아줌마라고 통칭되는 이들이 외출 시 빨간 립스틱 하나만이라도 칠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녀들이 평생 동안 먹는 립스틱 양이 3KG라든지, 립스틱효과(lipstick effect) 경제이론 따위 등을 논함이 아닙니다.

그렇구나. 아름다움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나는 여자이구나. 그녀들이 화장을 하는 이유는 다른 여자들보다 더 멋지게 보이려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존재의미를 드러냄의 수단입니다.


행사 업무로 생전 하지 않던 육체노동을 하였더니 몸이 버근거립니다. 무거운 박스를 나르며 드릴로 나사를 박고 텐트를 치고. 대학시절 노가다 이틀하고 도망간 부실한 몸이라 버겁습니다. 내려쬐는 태양빛. 밀짚모자 하나 사서 걸쳤지만 조금씩 얼굴 색깔이 바뀌어갑니다. 마늘님 얼굴이 괜스레 떠올려집니다. 사무실 근무자인 마냥 관리하라고 하였었는데. 먼지가 쌓인 스킨, 로션을 꺼내들었습니다. 사용치 않던 썬 크림도 목 뒷부분까지 듬뿍 발라봅니다. 내가 이처럼 신경 쓰는 이유는 뭘까요. 함께 이불 덮고 자는 그녀를 배려함입니다. 가족을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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