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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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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19일 18시 01분 등록

 

세종특별자치시에는 새로 생긴 학교가 많습니다. 아시다시피 정부부처의 이전으로 도시가 새로 생겼고 이주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학교 또한 새롭게 생겨난 탓입니다. 얼마 전 그곳의 고등학교 선생님들로부터 아주 특별한 강의 초대를 받았습니다. 교사연수를 세종특별자치시에 있는 한 사찰에서 하는데, 산사로 찾아와 선생님들과 만나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몇 년 전 광주 상무지구에 있는 사찰에서 시민단체 사람들을 만나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그 특별하고 좋았던 느낌과 기억이 떠올라 흔쾌히 강의를 수락했습니다. 산사에서의 강의라.

 

가랑비가 내리는 오후, 산사의 뒷배를 이루는 숲의 좌우 능선은 작은 사찰로 제 골격을 흘리고 또 모아내고 있었습니다. 산사는 그 숲의 배꼽자리 쯤 되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숲이 키운 전체 계곡을 아늑하게 발원하는 지점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은 주지 스님과 절 내의 어느 큰 방에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댓돌 옆에 이미 놓여 있는 여러 켤레의 신발들이 가지런했습니다. 나도 그곳에 고요히 신발을 벗어두고 방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좌중은 고요히 움직여 빈 자리를 만들었고 스님은 그 자리에 두터운 방석을 내시며 자리를 권하셨습니다.

 

스님이 나를 배려해 당신과 선생님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지 설명해 주셨습니다. “내가 선생님들께 선()이 무엇이냐고 묻고 그 답을 듣던 중입니다. 선생님들이 선()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가르치는 학생들이 선한 삶을 살 수 있지 않겠어요? 그런데 대답이 신통치가 않아요.” 스님은 잠시 숨을 고르며 내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얼굴을 보아하니 당신은 선()에 대해 뭔가 좀 말을 하실 수 있을 것 같군요.” 그렇게 공을 내게 넘기려 하시다가 다시 아직 대답하지 않은 선생님들에게 되물었습니다. “()이 무엇입니까?”

 

선생님 몇 분의 대답이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다시 질문이 내게로 향할 듯싶어 나는 미리 마음속으로 나의 대답을 준비해 보고 있었습니다. 그대도 잠시 이 편지 읽는 일을 멈추고 대답을 준비해 보시지요.

나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산사로 올라오는 길에 노란색 민들레 몇 포기를 보았습니다. 비를 맞은 모습이 청초했습니다. 주차장 곁에서는 막 피려는 수국도 보았습니다. 그 민들레와 수국이 피워내는 꽃 속에서 선()을 보았습니다. 그 속에서 또한 진()도 보았고 미()도 보았습니다.’

 

장난기가 발동하는군요. 그대에게도 화두로 드리겠습니다. 일주일간 그 대답을 구상해 주시겠습니까? 다음 주 편지에 제 대답을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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