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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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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23일 21시 47분 등록

 

지난주 편지를 쓰지 못했습니다. 혹여 기다리신 분들에게, 그리고 염려의 말씀 주신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 전합니다. 제주를 포함, 한 주 내내 정말 먼 거리를 오가던 목요일 밤, 전남 장성 근처 어느 숙소가 딸린 강연장에서 밤늦게 강연을 마쳤습니다. 노트북을 펼치고 편지를 써보려 했으나 누적된 피로 때문에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워 도저히 글 한 줄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없었던 일이 이같이 생기는 까닭이 속절없이 나이 먹어가는 탓도 크겠지만, 주된 이유는 너무 무리한 일정들을 소화한 탓이었을 것입니다. 내가 글과 강연으로 세상과 마주하고 이야기 나누는 주제의 속성 상, 한 여름과 한 겨울을 제외한 시즌 동안 나는 강연 일정으로 무척 바쁩니다. 또 대부분의 강연 초대가 자연이 배경인 연수원 등의 공간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자연히 운전 거리도 먼 편입니다. 8년여 동안 계속 해오다보니 자연스레 강연을 요청하는 주제와 대상도 점점 확장되었습니다. 기업과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도서관이나 연구기관, 최고경영자들, 독자모임, 학교의 선생님들과 학부모, 학생들, 생태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부터 위촉받은 전문가 양성 강의……. 이렇게 저렇게 참 많은 분야의 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또한 신문이나 잡지에 이따금 혹은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하는 일, 이렇게 매주 목요일마다 한 편의 편지를 쓰는 일까지 글을 쓰는 것 또한 나에게는 꾸준한 일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따금 숲으로 찾아오는 지인들이나 예약된 방문객을 만나는 것 역시 내 일상의 하나입니다. 간혹 한 번씩 결이 맞는 방송에 출연하는 것 역시 포함된 내 역할 중의 하나입니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한 방송국과 몇 계절을 연결하여 완성하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고 있어 한 달에 두어 번씩 이곳저곳을 드나들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몸이 많이도 지친 지난 주 목요일 편지를 쓰지 못하는 사태를 만들고 말았습니다.

 

결국 펼쳤던 노트북을 닫고 자리에 눕고 말았습니다. 눈이 저절로 감겨 오는 와중에도 그 전 주말에 내가 좋아하는 여우숲 근처의 식당 사장님이 손님과 함께 찾았던 내 옆자리에 앉아 내게 들려주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거예요. ‘나 오늘 돈 안 벌 거야!’ 그런 생각이 드는 날에는 제가 미안하게도 김선상님이 부탁하는 예약 전화에도 저 오늘은 영업 안 해요!’라고 말하는 거죠.” 사장님이 말하는 그때는이란 당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어떤 날이라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쩌다가 낮부터 술을 마시게 된 날, 바깥 분과 갑작스레 교감이 일어 모처럼 설레는 날, 혹은 누구와 재미지게 몇 시간째 수다를 떨고 있던 날, 으레 손님이 찾아오거나 나처럼 전화로 음식을 주문하는 경우 그 사장님은 단호히 오늘 영업 안 해요!’라고 말씀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다 털어내지 못한 피로를 안고 다음 일정의 강박으로 깨어난 다음날 아침, 나는 여전히 사장님의 그 말이 맴돌았습니다. “, 돈 안 벌 거야!”

왜 그랬을까요? 아마도 그런 거겠죠? 내게 무언가를 해체하고 재구성해야 한다는 내면의 소리가 들리는 거겠죠? 식당 사장님이 던져주신 저 화두를 붙들고 깊게 고민해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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