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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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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24일 06시 45분 등록

 



7년 전, 나는 작가 김글리, 그녀를 사진으로 먼저 보았다. 선배연구원들의 수업사진이었던 것 같은데 앳되어 보였다. 후리후리한 키에 발목까지 오는 롱 원피스는 잘 어울렸고 그 모습 자체가 자유로워 보였다. 난 그런 원피스가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그런 원피스를 입고 나갈 자신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느낀 자유로움이다

 

내가 연구원 된 이후 한 두 번 보았을까, 거의 본적 없다. 선배들의 오가는 말속에 들을 수 있었던 소식은 어디로 여행 갔다더라, 몇 개월째다, 들어 왔다더라, 또 나갔다 더라 정도였다. 그녀와 한번도 얘기를 한적도 없지만, 알게 모르게 의식하고 있었다. 20대 초반에 연구원을 했다는 사실도 관심거리였지만 고향이 지척으로 같았기 때문이다. 타향에서는 까막까치도 고향의 까막까치를 보면 반갑다고 하지 않던가. 고향, 그곳 만의 특성이 있느니 나의 고뇌의 어느 부분도 그녀와 닿아있지 않을까, 그 시골에서 저렇게 아름다운 아가씨가 나왔다니, 나는 동경만 하고 있는 세계 여행 중이라니....이런 거였다.

 

그러던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쌀롱9 마담으로 나타났다. 원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아니다. 여신의 모습으로! 미소는 더 부드럽고 그윽해졌고 표정도 여유로워졌다. 여행이 그녀를 성숙하게 했음이 분명했다. 무척 반가웠다 그러나 난 별 질문은 하지 않았다. 나는 좋아하면 더 멀리 서 있는 버릇이 있다. 멀리서 그 사람의 향기를 느끼길 더 좋아하고 천천히, 자연스럽게 알아가고 싶어진다.

 

그러고 또 몇 년 지난, 지난주 토요일 변경연 세미나에 그녀가 책을 들고 나타났다. , 그 사이 책을 썼구나 하는데 그녀는 책 소개를 하면서 완벽하게 감동을 주었다. 책을 쓰게 된 동기와 자신의 가슴속 이야기를 담백하고 솔직하게 털어 놓았기 때문이다.

나는 살짝 놀랐다. 아름다운 외모에 깊은 눈과 당당한 자태, 수려한 외국어 실력까지 갖춘 그녀가 마음속에 그런 눈물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 못했었다. 집에 와서 그녀가 쓴 책 <완벽이란 놈에 발목 잡혀 한 걸음도 못 나갈 때>를 들여다 보다 알았다. 지금도 완벽한데 더 완벽해지려고 하다 보니 힘들었겠구나 싶었다. 잘난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방황이다. 그녀라면 그럴만하지 라고 생각하며 웃었다.

 

작가는 서문에서 <완벽이란 놈에 발목 잡혀 한 걸음도 못 나갈 때> 이 책을 순서에 상관없이 아무 곳이나 펼쳐 읽으라고 했으나 나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었다. 그러고 싶었다. 나의 직관이 그렇게 하라고 시켰다. 그녀에게 관심이 매우 크기에. 그리고 평소 나는 시집이 외에는 중간부터 펼쳐보지 않는다. 시집은 펼쳐지는 대로 읽으면 늘 새로운 시를 읽는 것 같아 예전에 그림 나오는 쪽 찾기 놀이하듯이 펼쳐서 읽는다. 그 외에는 작가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목차를 짜고 책을 쓰는지 알기에 처음부터 정성껏 읽는다.

나는 이 책을 작가의 권유와는 달리 처음부터 차근히 읽어나가길 권하고 싶다.

 

<완벽이란 놈에 발목 잡혀 한 걸음도 못 나갈 때> 이 책을 읽은 나의 소감은 일단 재미있다! 멋지다! 이 책은 시종일관 발랄하다. 그리고 감동(메시지, 사색, 철학, 지침이라는 단어 중에 하나를 쓰려다 감동으로 쓴다)적이다. 이 감동이 세미나에서 넘어온 감동의 영향인지 살짝 헷갈리지만 굳이 감동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녀가 끊임없는 질문에 자신만의 해답을 달아놓았기 때문이다.

나는 왜 사는가? 나는 왜 이렇게 생겼지? 어떻게 살아야 하지? 나는 어떤 사람이지? 이런 질문에 답을 달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겸손하게 매력적인 오답이라고 말하지만 그녀가 답을 달았다는 것은 그만큼 치열하게 괴로워하고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는 것일 것이다. 1000일 동안 23개국을 여행하는 그녀의 발걸음에 고뇌가 느껴지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사색했을 그녀의 먼 시선과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 결이 느껴지기 때문에 감동스럽다.

 

이 책을 읽는데 시종일관 그녀가 옆에서 이야기 해주는 듯했다. 나는 수요마담시절 간혹 그녀에게서 여행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와 느낌이 같다. 신나고 궁금하고 더 듣고 싶게 이야기한다. 짧고 군더더기 없는 글은 그녀의 몸매처럼 골격을 갖추고 있다. 이 책의 성분이 세계여행 10g+이야기10g+ 사색5g+ 충동질3g +방랑2.6g+한숨0.5g이라더니 딱이다. 아주 적절한 비율의 믹스로 감칠맛이 난다. 어느 파티, 어느 방황, 어느 자리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좋다.

 

개인적으로 책의 앞부분에서 놀라고 분개했는데 내가 부러워 마지않은 그녀의 스타일리쉬한 외모가 콤플렉스였다니! ‘이게 나의 골격이야라고 사진과 함께 당당하게 실은 장면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어느 놈인지 년인지 하고 많은 말 중에 골격이라고 표현하다니! 지금이라도 쫓아가서 대신 따져주고 싶다. 이제 이런 위로 필요 없겠지만 난 이 대목에서 그녀에게 이 말로 위로해주고 싶다.“골격보다 더 심한 말도 들어 봤어. ‘떡 대라는 말 들어봤어?”

 

같은 고향사람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아직도 양반선비문화의 고장으로 자랑하는 그곳에선 그녀의 시원시원한 서구식 외모가 입에 오르내렸으리라. 그건 단언컨대 부러움이자 호의였을 것일 테지만 그 많은 관심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 짐작된다. 유교적인 그 곳 친구들이 예쁘다던가, 멋있다던가 사근사근한 단어를 구사할 일은 별로 없었을 테니 부정적으로 다가왔을 듯.

내게 그런 경험이 있다. 시내에서 자취하는 고딩 언니를 만나러 갔다가 옆방에 살고 있는 나와 같은 나이의 친구를 알게 되었다. 난 한눈에 반했다. 작가 글리처럼 뽀얀 피부에 큰 키, 날씬하고 머리를 등뒤까지 늘어뜨린 모습이 너무나 예뻤다. 이름도 새봄이란다. 엄청 촌스러운 이름을 가진 나에겐 그 새뜻한 이름이 그 친구의 아름다움을 배가 시켰다. 나는 새봄이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 만났는데도 이것 저것 질문들을 해댔다. 알고 싶고 친해지고 싶어서.

작가의 고등학교 친구들도 그렇지 않았을까? 분명 멋있는 모습에 반해서, 친해지고 싶어서 무수히 많은 것을 물어보며 따라 다녔을 것이다.

 

이 책을

- 생긴 대로 못 살아서 욕구불만이 머리 꼭대기까지 차오른 분들

- 뭔가 다르게 살고 싶은데 용기가 안 나는 분들

- 나는 왜 이럴까, 나만 이상한가 하고 혼자 끙끙 앓고 계신 분들

- 인생이 피곤하고 별로 행복하지 않는데 딱히 출구가 안 보이는 분들

이런 분들에게 권한다 했는데, 이런 분들 꼭 읽어보라고 턱밑에 권하고 싶다. 제목처럼 완벽이란 놈에 발목 잡혀 한 걸음도 못 나가는 잘난 분도. 정말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민이 깊었던 사람이라면 더욱 더.

 

여기서 내가 이 책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 한다면 천기누설로 제 명대로 못 살지도.

딱 한가지만 더 얘기한다면 포장보다 알맹이가 훨씬 더 좋다는 것이다. 목차만으로도 매력적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내용의 깊이를 헤아리기는커녕 가름할 수 조차 없다. 꼭 알맹이를 꺼내 보기를 권한다. 

 

글을 마치려니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의 부러움이 밀려온다. 인생 시작하지도 않은 나이에 몸소 답을 찾았으니 부럽고 벌써 내적 외적으로 꽉 차 빛나는 그녀가 부럽다.

깨달은 대로 산다면 이제 어두운 눈물을 흘릴 일은 없을 듯!



포토1.jpg

사진_ 정야 류춘희(김글리인줄 알까봐...ㅋ)

 

IP *.174.13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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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8 09:17:50 *.49.92.225

이제서야 답글을 달게 되어서, 무척 송구스럽네요. 이렇게나 정성스럽게 리뷰를 써주셨는데 말이죠.

일단 감사합니다. 뭐라 말해야할지 모를 정도로 정성스럽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풀어주셔서 고마웠어요

읽으면서 슬며시 미소가 피어오르더라고요. 


그리고 이렇게나 절 좋게 봐주시다니. ㅎㅎ 그렇게 훌륭한 인간은 아닌데요.

그날 언니 만나서 많은 얘기나누면서 참 즐거웠어요. 


책을 써서 좋은 점은 그런게 아닐까...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거. 

이런 글을 만날 수 있다니, 책 쓴 보람이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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