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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25일 00시 50분 등록

별일도 아닌 일에 인상을 쓰며 잔뜩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는 남자가 있습니다. 왼쪽 팔뚝 알록달록 무언가가 둘러져있네요. 거기엔 상징적 서열을 의미하는 반장이라는 글자가 크게 써져있습니다. 어쩐지. 그래서인가요. 대개의 인간들은 그 완장이라는 감투를 받고나서는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하곤 합니다. 큰 벼슬자리도 아니건만 목에 핏대를 세우며 괜한 허세가 들어갑니다. 이 신분을 나타내는 계급장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은 적지 않습니다. 권력에의 감투싸움 및 여러 갑질 등의 폐해를 낳기도 하니까요.


완장의 착용은 책임감을 말함입니다. 하지만 때론 권한에 대한 능력이 있음을 과시하려고도 합니다. 이는 여성보다 남성에게 특히 중요하게 다가오는 점입니다. 군대라는 사회를 통해 싫든 좋든 익숙해져있기 때문입니다. 내무반에서 선임의 직함이 가지는 권한은 대단합니다. 수평이 아닌 수직적 구조의 조직문화. 우리 현실의 맨 낯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징표입니다. 그렇기에 모두가 사다리위의 세상을 꿈꾸는 와중 편승되지 못하는 이는 외톨이 및 낙오자로 남게 됩니다.


인간 본성의 근원적 행위를 밝혀내기 위한 ‘스탠퍼드 모의 감옥 실험(Stanford Prison Experiment)’.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는 수감자와 교도관의 역할 수행을 통해 일어나는 행위들을 관찰하였습니다. 공고를 통해 모집된 대학생들. 교도관의 완장이 주어진 그룹에서는 예기치 못한 반응들이 일어납니다. 수감자 역할의 학생들을 가혹하게 대하며 벌을 주고 가학적 행위를 일삼습니다. 주어진 무언의 상징성이 이들을 달라지게 한 것입니다. 거기엔 교도관이라는 힘의 악용이 작용합니다. 지극히 평범했던 사람도 역할의 격상에 따라 표출되는 행위가 다를 수 있음을 이 실험은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어쩌면 타고난 본성을 넘어선 환경의 산물을 드러냄 일수도 있습니다.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의 학습된 행위가 그것입니다.


비즈니스와 각종 모임 등에서 남자들이 낯선 이와 대면하는 방식은 대등 소이합니다. 상대방에 대한 탐색과 견제 그리고 우열을 논합니다. 자신의 손에 아무 무기도 들려있지 않으니 안심하라는 표징의 악수를 짐짓 청하지만 불거진 근육은 기선제압을 시도합니다. 외모, 체격 등으로 첫인상을 파악하고 수컷끼리의 등급 싸움이 시작되는 거죠. 이 같은 전통은 오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짐승을 사냥하고 여자를 소유물로 여겼던 당시. 당연히 외양과 완력이 중요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런 하드웨어 요소 외에 소프트적인 사항이 추가가 되기 시작합니다. 명함이 좋은 예제입니다.


직장 입사시 제일 먼저 하는 일중에 하나가 명함을 만드는 것입니다. 나도 이젠 사회구성원으로써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존재이구나 라는 상징적 발로의 표현방식입니다. 이는 현대적 의미의 완장으로 개인의 이미지와 결부된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아! 00회사 다니시는군요.’

이 한마디로 어느 정도의 성패는 결정이 됩니다. 직급, 대기업, 연봉, 전문직 종사. 내면적 깊이와 인간성은 다음기회입니다.

사각형의 종이가 뭐기에 때로는 먼지의 무게보다 무겁게 느껴지게도 하는 걸까요. 그럴싸하게 기재된 신분이 뭐기에 사람을 움츠리게도 하는지요. 웃음이 나옵니다.


새로운 선택지에서의 생활이 3개월로 접어드는 즈음. 나에게는 번듯한 명함이 없습니다. 자신의 얼굴이자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에 상실감이 찾아오기도 명함을 요청하는 상대방에 괜한 주눅이 들기도 합니다. 바른 결정이었는지 뒤를 돌아봅니다. 양복대신 작업복, 구두대신 운동화, 서류가방이 아닌 등산용 배낭의 행색. 여기에 어떤 완장을 부여할지는 전적인 개인의 몫입니다. 주어짐이 아닌 스스로의 당위성 부여의 중요성.


진정한 가치로서의 완장이란 무엇인지 생각나게 하는 그런 날입니다.

IP *.39.31.85

프로필 이미지
2016.06.26 13:36:02 *.170.63.28

선배, 기운내요.

그깟 명함 하나 파면 그만이지.

그게 뭣이 중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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