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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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예뻐졌다
그녀를 만난 것은 10년 전, 워낙 키가 크고 체격 좋고 소탈해서
반쯤은 머스매 같고 조금은 덜렁대기도 하는 모습.
우리는 연구원 같은 기수라 주로 글을 통해 기억하는데
연구원 초기에 그녀가 달아 준 댓글이 어찌나 싱그러웠는지!
“한선생님 글은 지금 막 풀밭에서 풀잎을 똑 따 낸 것 같아요”
20대 초에 연구원을 할 정도로 그녀는 행동력이 뛰어나서
이미 그 시절 호주의 사막에 가서 원주민과 생활하고
팬플룻으로 거리공연을 하고.....
나는 그녀가 첫 책을 쓰고도 남을 자원을 갖고 있다고 믿어서
많이 안타까웠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녀가 3년간 장기여행을 다닌다는 말만 듣다가
다시 만났을 때 이게 누구?
블록버스터 영화의 여주인공 같은,
남미에 풀어놓아도 현지인과 구분이 안될 정도로
자유와 야성의 기운을 섹시하게 걸친 모습에 눈이 즐겁다.
대한민국 평균치보다 하나쯤 더 풀어놓은 단추 사이로
나 여행 좀 해 봤소!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실컷 보고 왔소
나는 나요!
긴 시간을 들여 세계를 한 바퀴 돌아 찾은 것은 바로 나요.
내가 나인 것을 인정하고 나니 사는 것이 즐겁소....
하는 속삭임이 들린다.
174cm? 어디를 가나 인사 듣기 일쑤인 큰 키와,
‘뮬란’을 닮은 얼굴과 건장한 체형이 아름답다고 말해 준 세계의 남자들의 눈을 통해
그녀는 다시 태어났다.
나도 아름다울 수 있어!
나는 예뻐!
이게 나야!
마음이 예뻐지니 얼굴도 예뻐지고 글도 예뻐졌다.
“태양이 내 머리 꼭대기에 냅다 꽂히는 6월의 쿠바”
이런 식의 간결한 입말에 넘치는 생동감, 내장된 에너지가 나를 두둥실 싣고 간다.
그 곳은 직관의 땅,
마음이 가는 대로, 감각이 가리키는 대로 걸어보고 부딪혀 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 곳은 자유공화국
인생이, 숙제가 아니라 즐기는 세상”
“세상 끝으로 가면 진짜 세상이 시작된다”는 것을 아는 자들의 영토.
살아가는데 이 태도만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그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찾았기에 진정 보기좋다.
조금은 허술한 듯(본인이 하는 말이다)
갈림길마다 헤매는 것 같아도
오답이 틀린 답이 아니라 나만의 답인 것을 알게 되어 멋지다.
“실제로 아무리 큰일도 그 순간만 지나면 모두 다 이야기가 되었다.”
그녀가 하는 말은 모조리 몸으로 부딪혀 배운 진짜라서 가슴으로 훅 치고 들어온다.
호주와 인도와 쿠바에서 발로 새긴 지혜가 마침내 흐르기 시작하여
타고난 긍정과 여유가 빛을 발한다.
“좀 많이 아픈 말이지만, 오랫동안 나 스스로를 쓰레기 취급했다.”
담담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갖게 되었다.
나만의 스타일과 나만의 이야기,
여기에서 나오는 힘이 독자를 매혹하고 충동질한다.
나다움을 찾아 헤맨
지난 10년의 시도, 10년의 회한, 10년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
품격있고 세련되기까지 해서
책 몇 권 쓴 나도 부럽다.
그 누구보다 자기다운 책을 썼기에 그 어떤 책보다 멋들어지다.
그녀가 도달한 땅에서 젖과 꿀이 넘쳐 흐르기를
연구원 왕언니가 큰 박수로 응원한다.
** 막 출간된, 연구원 동기 김글리의 <완벽이란 놈에 발목 잡혀 한 걸음도 못 나갈 때>를 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