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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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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14일 18시 45분 등록

 

좋은 삶은 무엇으로 채워집니까?

더 빠른 속도?’

더더욱 편리한 나날?’

가공할만한 권력 또는 부의 소유?’

정의의 구현 같은 이념적 가치의 추구와 실천?’

주변의 인정과 칭송?’

품은 계획의 차질 없는 성취?’

채움이 아닌 비움?’

……?’

 

지난 주 드린 이 질문의 편지를 읽은 어느 분이 내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막장 드라마 같았어요. 긴장과 궁금함이 차오르는 절정의 지점에서 딱 멈추다니!” 내 안에 있을 가학성이 발동해서 그런 순간에 딱 멈추고 다음 편지를 예고한 것이 아닙니다. 나는 다만 당신이 스스로 생각해 보기를 바랐습니다. 당신 스스로 어떤 자각의 지점을 마주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나의 대답을 드리겠습니다. 정답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오랜 시간 숙고해서 도착한 지점의 사유이니 이놈의 사유를 곰곰 마주하고 당신의 사유와 견주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나의 대답은 다음의 두 단어로 집약됩니다.

 

........................................

.......................................기억

 

나는 이제 더 많은 지식이나 돈, 더 높은 명예, 더 견고한 신념이나 이념의 구축 또는 유지가 좋은 삶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삶은 오히려 사고의 영역이 아니라 몸의 영역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 위에 집약한 두 단어의 중간 부분을 완성하면 이렇습니다.

몸으로 경험하고 저장해낸 아름다운 기억들이 더 많은 삶

나는 이제 그것이 좋은 삶이라고 주장합니다. 삶의 마지막에 무엇이 남을까요? 아직 완성하지 못한 사업이나 프로젝트가 아닐 것입니다. 아직 오르지 못한 어떤 자리가 아닐 것입니다. 아직 도달하지 못한 성취의 계단이 아닐 것입니다. 숨을 거두면서도 여전히 자신과 함께 할 것은 틀림없이 살아온 삶을 통해 경험하고 정장된 기억의 장면들일 것입니다. 치매를 앓고 계시는 아버지는 이따금 전쟁을 겪었던 1950년 그 즈음의 기억과 지금을 혼동하는 말씀을 하십니다. 아버지의 그 기억을 들으며 나는 생각했습니다. ‘, 얼마나 끔찍했던 기억이셨을까!’ 아버지는 또한 이따금 나와 나누었던 과거의 아름다운 기억을 지금 나누고 있는 것처럼 말씀하십니다.

 

나는 한 인간의 삶에서는 어쩌면 그것이 전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 역시 벌써 지나간 시간, 내가 몸으로 경험하고 저장해낸 아름다운 기억들을 생각합니다. 딸 녀석과 함께 등산을 하며 장난을 치고 이야기를 나누고 녀석의 노래를 듣고 춤을 보며 박수치던 서울 수락산의 어느 주말. 이십대 그 여인과 떠난 아산만 여행에서 방조제의 철망 담장 너머로 물끄러미 시린 바다를 바라보며 가만히 나의 왼손으로 그녀의 오른손을 잡았던 기억의 장면과 손끝을 타고 전해오던 그녀 손의 체온. 스승과 함께 웃고 떠들고 헤헤거리며 걸었던 남도의 어느 계곡.

 

어떠세요? 좋은 삶은 거기 있는 것이 틀림없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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