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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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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1일 16시 10분 등록

2016년 리우올림픽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8월 6일 개막하여 22일 폐막한다. 보름 남짓의 올림픽은 월드컵과 함께 전 세계 최대의 스포츠 축제다. 고대 그리스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약 2,300~2,700년 전, 그리스 영토에는 수백 개의 나라(흔히 도시국가로 번역되는 폴리스)들이 존재했다. 나라마다 다른 왕이 있었지만, 같은 언어(헬라어)와 공통의 신을 믿었다.

폴리스들은 스포츠를 통해 하나의 민족임을 확인했다. 4개의 스포츠 축제(올림피아, 피티아, 이스트모스, 네메아 제전)가 열렸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피아 제전이 가장 성대했다. 스파르타인들은 올림픽에서 우승하면 전투 때 왕 옆에서 싸우는 특권이 주어졌다. 이처럼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은 폴리스끼리의 연대감을 나누는 장이자, 전사를 양성하고 자국의 위용을 자랑하는 민족주의의 일환이었다.

고대의 올림픽 선수들은 팬티까지 벗고 나체로 달렸다고 전해진다. 그리스의 저명한 두 역사가(헤로도토스와 투퀴디데스)는 나체로 경기했던 관습을 문명의 기준으로 보았다. 나체로 달리기 그리고 옷 입고 달리기 중 어느 쪽이 문명일까? 두 역사학의 선구자는 옷을 벗고 달려야 문명인이고, 옷을 입고 달리면 야만인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자신의 관점이나 자국의 관습으로 세상사를 해석하기 마련이다.

『그리스 인생학교』의 저자 조현은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조차 건장한 신체와 나체의 찬미자들"임을 상기시킨다. 두 철학자는 신체가 발달하지 않은 청년을 비판하며 "건장한 신체를 갖춘 청년만이 시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찬미한 것은 건강한 신체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탁월함(아레테)을 추구했다. 아레테는 탁월함으로 번역되곤 하나 '사물의 기능이 가장 잘 발휘된 상태'로 이해해야 한다.

사물의 고유한 기능을 알고, 그것을 극대화시킨 상태가 아레테다. (나의 헬라어 지식이 짧은 탓인지 모르겠지만) 아레테를 인간에게 적용한 현대어는 ‘자기실현’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나는 금메달리스트를 보면서 종종 나의 소명과 천직을 생각하게 된다.) 1) 자기를 재능과 역할을 이해하고, 2) 자신이 가진 자원을 효과적으로 경영하여, 3) 자신의 존재이유를 점진적으로 실현해가는 과정이 자기실현이라면 말이다. 

올림피아 이야기로 돌아가자. 기원전 776년 전후에 시작된 고대의 올림픽은 전쟁 중에도 진행되었다. 고대의 그리스인들은 올림픽이 열리는 3개월 동안에는 휴전을 하고서 스포츠 축제를 즐겼다. 국민적 행사는 그 나라의 흥망성쇠와 함께할 수밖에 없는데, 올림픽은 펠로폰네소스 전쟁 이후 그리스의 국운이 기울어져간 후에도 계속되었다. 아테네의 황금기가 지나고, 주변국들에게 국력을 빼앗겼을 때에도 지속되었다.

기원전 4세기, 화려했던 아테네와 스파르타 시절은 지나갔다. 그리스 북쪽의 마케도니아 왕 알렉산드로스가 당대 최강의 폴리스였던 테바이를 점령했다. 그리스의 몰락이었다. 그리스를 숭배했던 알렉산드로스 왕 덕분에 동방으로 그리스 문명이 전파되었다. 헬레니즘 시대의 탄생이었다. 기원전 1세기, 지중해의 패권이 로마로 넘어갔다. 그리스는 로마의 속국이 되었다. AD 313년 밀라노 칙령으로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로 채택되었다.

기독교에 우호적인 로마 황제들은 그리스 문명의 흔적을 지워가기 시작했다. 그리스 신전이 파괴되고, 서기 393년에는 천년 동안 이어졌던 고대 올림픽도 중단되고 만다. 고대 그리스의 스포츠 축제는 1896년 프랑스의 쿠베르탱 남작에 의해 근대 올림픽으로 부활했다. 1,500여 년 만의 일이다. 스포츠가 전 세계인을 하나로 만드는 모습을 생각하면 이런 생각도 든다. ‘어떻게 천 오백년 동안이나 중단되었을까?’

올림픽이 현대인에겐 당연한 축제로 여겨질런지 모르지만, 기실 당연한 것은 없다. 1896년 이전을 살았던 중세인과 근대인에게 올림픽은 사라진 옛 전통이었을 뿐이다. 2016년은 올림픽이 부활한지 120년이 되는 해다. 세계사든, 자국사든, 개인사든 중단되어버린 역사가 있을 것이다. 부활시켜야 할 만큼 중요한 역사가 잠들어 있을 개연성도 존재한다. 리우 올림픽이 다가오니, 언젠가부터 중단된 (하지만 부활시켜야 할) 나의 개인사를 더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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