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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쉽사리 눈을 뜨지 못함에 최초의 유혹이 찾아옵니다.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다시 잠을 청해 피로를 회복할 수도 아니면 박차고 일어나 또 다른 세계를 맛볼 수도. 후자의 경우를 선택했습니다. 각기의 선택 일면 뒤에는 연계된 상황이 뒤따릅니다. 살아온 시간이 이를 증명합니다.
안개꽃 바다가 피어있습니다. 몽환의 절경. 해가 떠있음에도 세상은 기억과 신비의 세계를 내보입니다. 밤과는 또 다른 모습. 장닭은 하루라는 세상을 목청 높여 선포합니다. 이름 모를 새들의 합창 군무. 암컷을 유혹함일까요. 아니면 새날의 찬미일까요.
산책길 깨진 항아리를 발견하였습니다. 무엇에 쓸 수 있을까요. 가만히 들여다보니 생명의 싹이 흙을 밟고 일어서있습니다. 신기합니다. 동심에 젖은 어른의 초롱초롱한 눈망울. 다시 새로운 밝음의 희망이 시작됩니다.
오늘 업무는 나뭇가지들을 치고 잔디를 깎는 일입니다. 푸른 나무와 수풀은 보는 것만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합니다. 도시인들은 이런 곳을 일부러 돈을 주고 보러오거나 쉬어가기도 하죠. 한데 막상 그 일을 담당하는 사람은 어떨까요.
예초기를 처음 사용해 보았습니다. 등에 짊어지니 적잖은 무게가 느껴집니다. 시동후 울려나오는 넘치는 소음과 힘. 길게 자란 잡초들이 사정없이 내동댕이쳐집니다. 매캐한 연기속 솟아나는 땀. 그러네요. 평화로운 전경 뒤에는 누군가의 귀한 손길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부산 감천 문화마을을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아니, 여행은 이방인의 단어이지 거주하는 주민들에게는 사치스러운 용어일 것입니다. 달동네였지만 벽화마을로써 알려진 이곳. 커다란 물고기와 어린 왕자, 여우상이 사람들의 사진 플래시와 포즈를 유발시킵니다. 멋있습니다. 높은 언덕에서 바라보는 시내며 바다가 한 폭의 그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삶의 질긴 질경이와 함께하는 이들의 시각은 어떨까요.
얼굴이 따갑습니다. 숨이 턱턱. 잠시 쉬었다 해야 되겠습니다. 건설 일용직이나 농부들이 중간에 참을 먹고 막걸리를 한잔 걸치는 까닭이 조금은 와 닿습니다. 힘들기에. 그 시름을 잠시라도 내려놓고 가자는 의미겠지요.
다시 작업 시작. 조금 손에 익을 찰나. 이런. 그러면 그렇지. 사고를 쳤습니다. 두터운 고무호스를 사정없이 잘라 먹었습니다. 어쩌나요. 에구.
바라봄은 아름다움입니다. 내가 속해있지 않고 멀리 있기 때문입니다. 동행은 힘듦입니다. 실제의 속살과 마주대하기 때문입니다. 남녀의 만남 및 세상살이도 그러하지요. 연애시절 꽃 같은 러브스토리와 결혼. 하지만 금세 현실이 찾아옵니다. 서울 봉천동 여덟 평 반지하방에서의 생활. 사연도 많았었습니다. 하지만 지나보면 그 인생은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자리합니다.
동행은 사연과 역사를 때론 헤어짐도 연출합니다. 하지만 과정속 서로의 손을 믿음과 사랑으로 더욱 단단히 잡게 만듭니다.
오늘은 어떤 동행이 자리할까요. 행복한 여름휴가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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