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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9일 07시 14분 등록

사람의 혀는 몇가지 맛을 느낄 수 있을까요? 학창시절 생물시간을 잘 더듬어 보면 아마도 4가지 맛이 있다고 배웠을텐데요, 기억나시죠? 짠맛, 신맛, 단맛 그리고 매운맛. 땡! 틀렸죠? 매운 맛이 아니라 쓴맛이죠?^^ 아래 그림을 보시면 더 확실히 기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혀에 위치한 미각의 분포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말들이 많은데요, 그림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해당 위치에서 정확히 그 맛만이 느껴지진 않는다고 하죠. 이를 개인차, 인종, 사는 지역 혹은 먹는 음식에 따른 차이 등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냥 그림과 같이 일반적인 개념으로 4가지 맛에 대한 미각의 분포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여기에 2가지 맛을 추가함으로써, 사람의 미각에는 총 6가지가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그 2가지가 바로 감칠맛과 지방맛이라고 하네요. 감칠맛은 과거에 라면 스프 혹은 첨가제에 많이 사용되었던 조미료의 맛이라 할 수 있는데요, 그 대표적 재료가 MSG(L-글루타민산 나트륨)로써 약간 달작지근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MSG가 주원료로 사용된 제품인 미원(1956년 출시, 2016년 환갑을 맞이했다고...)의 경우, 수많은 요리 불량주부(?)들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준 마법의 가루라 할 수 있었죠.

지방맛은 다른 말로 기름맛이라고 하는데요, 미국 워싱턴대 의과대학 페피노 마르타 교수 팀이 사람의 혀에 분포하는 ‘CD36’이라는 수용체가 지방과 반응함으로써 ‘느끼하다’라는 맛을 느끼게 해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하네요. 버터, 우유, 치킨, 삼겹살 등 고소한 지방(기름) 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들이 생각만해도 느끼한 고소함을 떠올리게 하죠?^^


이 6가지 맛 중 무더운 여름과 관련된 맛은 아무래도 땀과 연관이 많은 짠맛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오늘은 짠맛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소금'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소금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우리는 흔히 소금하면 바닷물을 모아 증발시켜 소금을 만드는 염전(鹽田)을 떠올리는데요, 이렇게 염전에서 만들어진 소금을 하늘의 태양빛을 받아 만들어진 소금이라 하여 천일염(天日鹽)이라 부르죠.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대부분의 소금은 예전 바다였던 곳이 지각변동에 의해 물이 증발되고, 소금만 남아 퇴적되어 바위처럼 굳어버린 암염(巖鹽)으로부터 얻어진다고 합니다. 연간 지구상에서 소비되는 소금의 양은 약 1억 5천만톤 정도되는데, 그 중 70%에 해당되는 1억톤 정도가 암염으로부터 채취되고, 나머지 30%만이 바다로부터 만들어진다고 하네요. 1억 5천만톤, 어마어마한 양이죠? 하지만 실제로 사람이 먹는 식염은 5% 밖에 되지않고 대부분은 공업용, 의료용(특히 링거액으로 많이 활용) 등으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소금은 예로부터 귀한 대접을 받는 식재료였는데요, 맛을 내는데도 중요했지만 냉장시설이 없던 시절에 생선이나 고기등을 절여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필수요소였기 때문이었죠. 또한 우리가 즐겨먹는 김치, 젓갈, 된장, 간장에도 소금은 빠져서는 안 될 재료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소금은 조미료의 역할 이외에도 부패방지, 발효조절, 탈수작용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필수불가결의 식재료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질문하나 드리겠습니다. 염전에서 얻어진 자연 그대로의 소금인 천일염과 공장에서 바닷물을 전기분해하여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정제염, 이 두가지 소금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짤까요? 쉽죠? 정답은 정제염입니다. 정제염의 경우 짠맛을 내는 염화나트륨(NaCl)의 함량이 99% 이상이지만, 천일염은 95% 수준에 나머지 5%는 칼슘, 마그네슘, 아연, 칼륨 등의 미네랄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천일염을 만드는 염전에서는 소금의 짠맛 외에도 미네랄 성분이 들어있는 천일염이 훨씬 더 자연친화적일 뿐 아니라 건강에도 유익하다고 강조하고 있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그게 좋겠죠?

하지만 소금을 만드는 기업에서는 최근 바닷물이 오염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천일염에는 불순물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많아 위생적으로 안 좋다고 주장합니다. 게다가 미네랄이 포함되어 있다 할지라도 미량에 불과하며 그 또한 일반 식품 섭취를 통해 얻을 수 있으므로 굳이 비싼 값 주고 천일염을 사 먹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헛갈리죠? 누구 주장이 맞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천일염이 좋은건지, 아니면 정제염이 더 나은건지. 하지만 과거로부터 소금이 우리 곁에서 생활을 같이 하며 조근조근 건네온 이야기들을 생각해 볼 때 웬지 정제염이 주는 짠맛은 자연적, 인간적이지 않은 듯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뭐랄까요, 정제염의 역할이 싸고 편리하며 구입하기 쉬울 뿐 아니라 언제든 쉽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웬지 100% 짠맛만 내는 소금의 맛이 진짜 소금의 맛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가 박범신씨의 장편 <소금>에서 자본주의 숨막히는 일상에서 가출, 염전을 일구는 염부가 된 선명우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자 하는 젊은 시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소금이.... 어떤 맛이라고 생각하나? 소금은, 모든 맛을 다 갖고 있다네.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단것, 신것에 소금을 치면 더 달고 더 시어져. 뿐인가. 염도가 적당할 때 거둔 소금은 부드러운 짠맛이 나지만 32도가 넘으면 쓴맛이 강해. 세상의 모든 소금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맛이 달라. 소금에 포함된 미네랄이나 아미노산 같은 것이 만들어내는 조화야. (중략) 염전 바닥을 까뒤집어 고르게 하면 증발이 잘되니까 생산량 물론 높아지지. 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일세. 내가 지금 판을 까뒤집는 건 단지 생산량 때문이 아닐세. 갯벌 아래, 그러니까 저기 눌린 어둠 속에 미생물이 더 많아서 까뒤집는거야. 그것들이 많이 포함돼야 모든 맛이 균형 있게 녹아들어 하나로 합쳐지니까. 나는 짜기만 한 소금은 싫어. 예컨대 공업적으로 불순물을 제거한 정제염은 염화나트륨 성분이 거의 전부야. 거기엔 오로지 짠맛밖에 없어요. 젊은 사람이 이해할는지 모르겠지만, 소금은, 인생의 맛일세!“

작가의 말처럼, 소금이 인생의 맛임을 알게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됩니다. 소금이 가진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모두를 다 느끼기에는 더 많은 연륜과 사색이 필요할 듯 싶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점점 정제염처럼 디지털화되어 감으로써 더 이상 아날로그를 접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 아쉬움도 깊어지네요. 그런 기회가 점점 없어지고 있으니까요. 편하고 싸고 구하기 쉬운 것도 좋지만, 무언가 한번 더 생각하고 사색하게 만들어 주는 그런 아날로그, 그런 맛도 우리 삶에 반드시 필요한 것 아닐까요?



차칸양(bang_1999@naver.com) 올림




*****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공지 ***** 

1. <출간소식> 『인생은 소풍처럼』, 김달국 지음
변화경영연구소 꿈벗인 김달국님의 신간 『인생은 소풍처럼』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지혜를 짧은 글 150편에 담아 엮은 책으로, 남편 김달국님이 잠언시를 쓰고, 아내 서정애님이 찍은 사진으로 꾸몄다고 하네요.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나를 어떻게 키우고, 상대와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공부하면서 책도 쓰고 강연을 해 온 저자의 지난 10여 년간의 노하우가 다 녹아있는 책이라 하니 많은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2. <출간소식> 『여행하는 인간』, 문요한 지음
변화경영연구소 1기 문요한 연구원의 신간, 『여행하는 인간』이 출간되었습니다. 정신과 의사라는 생업을 접고 안식년을 보내는 동안 떠났던 여행을 통해 느꼈던 내용들을 책으로 정리했다고 하는데요, 새로움, 휴식, 자유 등의 주제로 여행을 깊이 들여다보는 이 책은 스스로 삶의 속도를 조절하고 오롯이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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