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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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yes24
김현정, 김현정의 내숭, 조선앤북, 2014
한복이 이렇게 섹시한 거였어? 맵시 있게 틀어 올린 머리와 한껏 멋낸 한복 매무새가 너무 매혹적이라 화들짝 놀란다. 지나친 노출과 서구화 경향을 한 큐에 물 먹이는 고품격 ‘디스’가 통쾌하다. 신진화가 김현정의 그림 얘기다. 일단 그녀는 실력파다. 출간당시 27세였던 것을 생각하면 대가의 작품처럼 음전한 기운이 뿜어져나오는 동양화 앞에서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이 책에 나오는 그녀의 고등학교 시절 작품도 마찬가지다. 그 때부터 이미 그녀는 습작이 아닌 작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문외한의 눈에도 그녀의 그림은 동양화의 정통이자 일정한 수준을 보여준다. 한복이, 동양화가 이렇게 섹시한 아이템이었어? 등잔 밑이 어둡다는 것을 그림 한 장으로 깨우쳐주는 솜씨에 가벼운 충격을 느끼던 머리는, 옅은 구름처럼 퍼지는 치마 아래 비치는 엉덩이와 다리에 이르러서는 숨죽인 신음을 머금을 수밖에 없다.
유화는 덧칠할수록 무거워지지만, 동양화는 덧칠할수록 투명해지는 맛에 수묵화를 고집한다더니 “시스루” 한복치마가 일품이다. 얼음물에 퍼지는 커피 같고, 바닷가에서 빨리 움직이는 해무 같은 그녀의 한복치마는 그자체로 에로틱하다. 동양화의 대중화를 넘어 “우리 것”에 대한 재해석을 촉구할 정도로 강렬한 아름다움이다. 그녀의 개인전 “내숭올림픽 (2014)”은 가나아트센터가 오픈한 이래 최대의 관객을 모았다니, “겉과 속이 다른 여인의 내숭이라는, 일종의 비상식 내지 아이러니를 형상화함으로써 파격을 제시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는 충분히 먹힌 셈이다.
실력을 기본으로 하되, 기존에 따로 떨어져 있던 것들을 연결하거나 살짝 비틀기! 작품의 성공이든 그것의 여파가 가져오는 세속적인 성공이든 법칙은 동일하다는 것을 그녀가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김현정의 내숭>이라는 표지와 표지그림을 보는 순간 가슴이 콩닥거리면서 빨리 책을 넘기고 싶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생산자로든 소비자로든 이런 것이 인생 최고의 목표가 될 수 있다. 나도 그런 유전자를 타고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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