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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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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22일 21시 51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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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떤 책은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이끈다. 많은 식자들이 인문 고전으로부터 통찰, 지혜, 영감을 얻는다. 인문 고전은 탐나는 영역이지만, 오르기가 만만치 않은 산이다. 유익이 큰 만큼, 지적 임계점이 높다. ‘고전의 책장을 넘기다 보면 뭔가 달라지겠지’ 하는 기대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손쉽게 읽히는 베스트셀러보다는 책읽기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커야 한다. 진득한 노력을 싫어하는 이들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어서 일부 독자들은 인문 고전마저 가볍게 읽으려는 마음으로 쉬운 길을 찾는다. 결국 서너 권 만에 고전을 포기하고 본래의 독서 생활로 되돌아간다.

 

2. 인문 고전은 지적 히말라야다. 히말라야가 초보 산악인에게 자신의 정상을 내어주는 일은 드물다. 동네 야산을 오르는 샌들 차림으로 히말라야를 오를 순 없다. 인문 고전도 마찬가지다. 포기하자는 말이 아니다. 최근 몇 해 동안 인문 고전을 읽으라는 동기부여가들이 많았다. 인문 고전 읽기는 그들의 말처럼 수월하지는 않다.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효과적으로 준비해야 히말라야에 오를 수 있다. 쉽지 않음을 인식하고 출발하자. 샌들이 아닌 등산화를 신자. 기꺼이 지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태도로 지성과 감수성을 겸비할수록 즐겁게 읽어낼 고전이 늘어날 것이다.

 

3. 때로는 예술이 길을 안내한다. 영화 <히말라야>는 고전 읽기의 여정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초보 산악인들은 히말라야에 오르겠다는 꿈을 가졌다. 아무나 히말라야 원정대에 합류할 수는 없다. 그들은 우선 무거운 짐을 지고 북한산을 오르는 훈련을 통과해야 했다. 숱한 훈련을 감행했고, 여러 차례 작은 산들을 올랐다. 그렇게 등반가의 태도와 체력을 키우고 나서야 비로소 동료들과 함께 히말라야에 도전할 수 있었다. 인문 고전도 마찬가지다. 공부하는 마음을 다잡고, 기본 지력을 키우고, 좋은 동료와 함께 하면 좋다. 처음부터 히말라야에 오르기가 힘겹다면 북한산이라도 올라야 한다. 북한산마저 힘들다면 동네 뒷산이라도!

 

4. 지적 히말라야에 오르기 위한 핵심 훈련은 지성사에 대한 이해다. 요컨대 고전 읽기의 키워드는 ‘역사화’다. 당대의 역사적 상황 속에서 한 권의 책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인류의 지성이 성장해 온 흐름과 역사를 알수록 고전이 살갑게 다가온다. 문학이든, 철학이든 그 작품을 지성사의 맥락에서 해석하면, 고전 독해의 질이 달라진다. 지성사를 다룬 책들(문예사조사, 문명사 등)은 대개 엄청난 분량을 자랑하는데, 찰스 반 도렌의 『지식의 역사』는 그나마 도전해 볼 만하다. 고전 한 권을 읽기 위해 지성사까지 공부해야 한다고?’ 라고 의아해하지 않는 것이 고전 독서의 첫 걸음이다.

 

5. 목표에 이르려면 동력이 필요하다. 동력의 근원은 두 가지다. 스스로의 내면에서 동력을 끄집어낼 수도 있고(自力), 고전 읽기 모임에 참여함으로 구속력을 부여할 수도 있다(助力). 자력과 조력이 서로 어우러지면 최상의 결실을 맺는다. 독서 모임 참석이 주는 상황의 구속력은 분명 얼마간의 동력이 되지만, 임계점 돌파에 필요한 지적 노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동력의 고갈은 시간문제다. 혼자 읽든, 함께 읽은 작은 ‘결실’이라도 맛보는 것도 중요하다. 고전 읽기의 즐거움이나 의미, 유익을 경험하면 독서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투자되는 자원(시간, 돈, 노력)에 비해 고전 읽기의 결실이 지나치게 미미할 때에는 개인이든 모임이든 힘을 잃고 만다. 맹목적인 고전 읽기의 쓸쓸한 결말이다.

 

6. 멀리 내다보려면 거장의 어깨에 올라서야 한다. 고대 그리스의 고전을 여러 권 읽고 나서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면, 앙드레 보나르의 『그리스인 이야기』, 키토의 『고대 그리스, 그리스인』를 읽는 것은 어떤가. 도대체 왜 그리스 비극이 고전이 되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면 김상봉의 『그리스 비극을 위한 편지』를 권하고 싶다. 정상에 올라 선 이들의 감격과 깨달음이 가득한 책들이다. 아직 베이스캠프에 머문 이들에게는 정상 등정을 해냈거나 정상을 향하는 이들의 함성과 조언이 필요하다. 인문 고전 입문자에게는 이런 노력조차 힘들게 여겨지겠지만, 입문서 읽기는 결실이 크고 달콤하다는 말로 유혹하고 싶다.

 

7. 어떤 주제든지 탁월한 셰르파(안내자)가 존재한다. 르네상스 문학의 작품들을 읽는다면, 우선 <1417년, 근대의 탄생>을 읽는 게 좋다. 르네상스가 무엇인지를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는 책이다. ‘포조’라는 한 인문주의자가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발견하고, 번역하고, 필사하는 이야기를 통해 ‘르네상스’라는 단어가 영화처럼 생생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런 후 『햄릿』과 『수상록』을 읽으면 깊은 독서가 된다. 르네상스의 본질인 인문주의와 개인주의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읽는 『햄릿』은 우물쭈물한 주인공이 어색한 대화를 남발하는 삶의 고뇌 이야기로만 읽힐 수도 있다. 고전이 지난하게만 읽힌다면, 역사의 시대마다, 세계의 공간마다 존재하는 셰르파를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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