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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26일 09시 14분 등록

2013년 겨울, 모 인터넷방송에서 주최하는 저자 송년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었습니다. 수서에 위치한 모 고등학교 강당에서 저자들이 한 명씩 나와 자기를 소개하고 두 개의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 오프닝 행사였습니다. 저에게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주어졌습니다.


하나, 당신은 당신의 책 <그만둬도 괜찮아>에서 여성직장인들에게 회사를 그만둬도 괜찮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남성직장인들도 그만둬도 괜찮나?

둘, 직장인들에게 '새해에 이것만큼은 꼭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첫번째 질문에 대한 저의 대답은 "아내와 상의하라. 아내가 그만두라면 그만두고 그만두지 말라면 그만두지 말아라."였습니다. 폭소가 쏟아지더군요. 두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은 "새해에는 정말 하기 싫은 일 한 가지를 중단하라. 인생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낭비하기엔 너무 짧다." 대부분의 저자들이 '새해엔 더 열심히 살자!'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분위기라서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매일 아침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 MC 노홍철의 클로징 멘트는 항상 이렇습니다. "하고 싶은거 하세요. 뿅!"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있나' 푸념하며 보이지 않는 목줄에 이끌려 어디론가 향하고 있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과감한 시도를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광고계의 전설로 통하는 최인아 전 제일기획 부사장도 그 중 한 명입니다.


그녀는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고객이 OK할 때까지 OK SK!'와 같은 명카피를 남긴 카피라이터입니다. 삼성그룹 최초의 여성부사장으로 주목받기도 했지요. 3년 전 그녀는 오랜 직장생활을 마감했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생각의 힘'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최인아책방'을 오픈했습니다. 이곳은 아주 특별합니다. 유럽의 고풍스러운 도서관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에 책 많이 읽는 지인에게 추천받은 책, 5천여 권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베스트셀러나 신간도서 위주가 아니라 '불안한 20대에게 용기를 주는 책'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고민할 때' '서른 넘어 사춘기를 겪는 방황하는 영혼들에게'와 같은 12가지 테마별로 책이 분류되어 있습니다. (저도 책 추천에 작은 힘을 보탰지요. 저도 책 많이 읽는 지인이라는!)


그런데 그녀는 왜 책방을 냈을까요? 온 국민이 똘똘뭉쳐 책을 외면하는 스마트한 이 시대에 말입니다. 그녀는 이리 답합니다. "30년 광고쟁이의 삶을 살아오면서 책에 빚이 많다. 광고는 한때의 유행이나 히트작을 내는 작업이 아니다. 많은 돈과 에너지를 들여서 광고를 만드는 건 그 기업과 브랜드가 당면하는 과제를 풀어내기 위해서다. 그것은 생각의 힘으로 돌파해야 한다. 보통사람에게 요구되는 창의성은 피카소나 모차르트의 창의성과는 다르다. 솔루션으로서의 창의성이다. 그게 광고쟁이인 우리가 평생 해온 일이었고, 그 핵심 역량이 '생각하는 힘'이었다. 그 힘을 책방을 통해 사회 전체로 퍼뜨리고 싶다." 


최인아 대표는 책에서 얻은 강렬한 문장으로 그람시의 '옥중수고'의 한 대목을 꼽습니다. "이성이 비관한 것을 의지로 낙관하라" 그녀는 이 글귀가 흔들릴 때마다 자신을 붙잡아줬다고 말합니다. 책방을 시작하면서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몇 권을 팔아야하나' 걱정이 앞서지만 머리와 논리로 생각하기보다 의지로 돌파해갈 생각이라고 말합니다. 그녀에게 이 말도 해주고 싶네요. 마틴 루터킹 목사의 말 "계단의 처음과 끝을 다 보려고 하지마라. 그냥 발을 내딛어라." 저는 그녀가 이 책방을 잘 꾸려가길 바랍니다. 돈이 되지 않더라고 중간에 포기말고 힘껏 해내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곳이 지친 직장인들이 영혼의 에너지를 충천해갈 수 있는 사랑방으로 자리잡기를 바랍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생각의 힘을 기반으로 일과 삶에서 돌파구를 찾아내기 바랍니다. 왠지 이곳이 저의 아지트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최인아책방 전경.jpg  


이성이 비관한 것을 의지로 낙관하라.

계단의 처음과 끝을 다 보려고 하지 마라. 그냥 발을 내딛어라.

그대가 '정말 하고 싶은 일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

 

 

[알림] 최인아책방은 2호선 선릉역 7번 출구로 나가면 2분 거리에 있습니다. 주소: 서울 강남구 선릉로 521 그레이스홀 4층(1층에 비꼴리끄 매장) 전화번호: 02-2088-7330 자세한 내용은 최인아책방 페이스북을 참고하세요! https://www.facebook.com/choiina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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