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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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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31일 11시 12분 등록

문요한, 여행하는 인간, 해냄, 2016


 

나도 모르겠어. 어떤 본능적인 힘이 나를 이끄는 것만 같아. 히말라야를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지금 꼭 다녀와야 할 고향처럼 느껴져.”

 

19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던 저자가 안식년을 갖고 여행을 떠났다. 우선은 가족과 유럽여행, 그리고 혼자서 네팔, 다시 혼자서 남미까지. 네팔로 떠나기 직전 현지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40여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연히 걱정하며 만류하는 아내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꼭 다녀와야 할 고향.... 이만큼 명료한 의미부여가 된 여행이어서 그럴까, 그는 여행의 세례를 듬뿍 받았다.

 

그는 여행을 통해 실로 많은 것을 얻었고, 전공분야를 살려 그 의미를 새록새록 따져보며 이름을 붙였다. 그리하여 새로움, 취향, 도전, 유연함, 전환... 12개의 챕터가 탄생했다. 챕터의 서두마다 여행 장면을 넣고 뒤에서는 여행의 의미에 대해 본격적인 탐구를 했는데, 에피소드는 편안하고, 전문분야를 살린 후반부는 믿음이 간다. 여행과 관련된 독서는 물론 광범위한 심리학 지식을 아우르며 우리가 여행하는 이유,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소상하게 펼쳐 보여준다. 새로운 경험을 할 때 즐거움의 신경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도파민이 분비된다거나, ‘일상생활에서 절정경험을 얼마나 많이 경험하는지가 자기실현 정도의 척도가 된다(매슬로)’는 등의 전문지식들이 좋았다.

 

 

그러나 이 책의 진면목은 저자 자신이 여행을 통해 변모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데 있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어딘가에 우두커니 앉아 있곤 했다.

 

돌아보면 내 안의 슬픔 때문에 힘겨웠던 적이 많았다. 내게 젊은 날의 여행이란 슬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남몰래 낯선 곳에 찾아가 슬픔을 비우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 그 슬픔을 감당하지 못해서 정신과의사가 됐다.

 

잘은 몰라도 이런 표현들을 통해 볼 때 조용하고 규범에 맞춰 살아오던 한 사람이 여행을 통해 발랄한 본성과 유머, 주도성을 회복하는 과정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여행을 계기로 시간에 대한 주도권이 내게 넘어 온 것이다. 만성적인 조바심이 약해졌다.

 

내가 아는 이들이 지구 반대편에서 나와 발바닥을 마주하며 거꾸로 매달려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좋은 공기라는 뜻의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어떤 때에는 가족조차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그저 먹는 사람, 걷는 사람 자는 사람이 됐다. 행위가 있는 곳에 내 자아가 있을 뿐이었다.

 

저자는 그야말로 일체의 구속에서 벗어난 완전히 해방된 틈(루소)”을 경험하며 스스로 새로워졌고, 자신이 받은 것을 분석하여 독자들에게 내 놓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애정이 아주 많아 보인다. 이제껏 상담과 집필을 통해 이렇게 빛이 가득한 세상에서 혼자만의 어둠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독려하는 일을 꾸준히 해 왔다. 전에 썼던 글들이 이론적이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자신의 구체적인 경험을 질료로 하고 있다. 덕분에 글이 훨씬 더 잘 읽히고, 저자의 충심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저자의 다음 책을 기대하게 만든다.

 

삶에서 가장 좋은 것을 꼽으라면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여행글쓰기를 꼽겠다. 이 두 가지를 하기 위해서라도 인생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매너리즘에 빠져 늘어져 있던 가슴에 살포시 씨앗 하나가 내려 앉는다. 이 가을 열심히 일하고 겨울에는 장거리 여행 한 번 가고 싶구나. 이제 폭염 탓도 댈 수 없이 엄정한 생활의 현장으로 돌아가야 할 때, 이 책이 도움이 되어 줄 것이다. 우리에게는 언제고 떠날 자유가 있음을 상기시켜 주기에.

    

 

산다는 것은 경험하는 것이지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니다.

- 파울로 코엘료, “알레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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