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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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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1일 22시 40분 등록

 

알고자하고 깨닫고자할 때, 나를 변화시키고 더 나아지기를 열망할 때 인간에게는 스승이 필요합니다. 그때 열망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스승을 찾게 됩니다. 그런데 오늘날 스승을 만나는 일은 옛날에 비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 같으면 스승은 학교 과정에서도 만나지고 학원에서도 만나집니다. 책이나 각종 강연 같은 것으로도 만나지고, 깨어 있기만 하면 일상과 삶에서도 만나집니다. 그렇게 보면 계몽의 시대 이후 스승은 인물의 문제가 아니라 발견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스승에도 급이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스승 중에 가장 하급으로 치는 스승은 문자요 책입니다. 특히 단순히 지식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 나아가 변화와 성장에 이르기 위해 스승을 찾는 이라면 그에게 문자나 책은 틀림없이 가장 하급의 스승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종이에 새겨진 텍스트건 온라인에 떠도는 텍스트건 문자는 그저 매개의 채널일 뿐, 진짜 스승이 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텍스트는 깨달음의 진수를 담기가 너무도 어렵기때문입니다. 도덕경의 첫 구절처럼 名可名非相名, 道可道非常道인 것이 어떤 경지의 실체이기 때문인 것이지요. 그러니 문자나 책으로 어떤 설레거나 경이로운 차원을 마주했다면 반드시 그 저작자를 직접 마주쳐서 그 가르침을 들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단순한 지식을 넘어서고 있는 가르침을 어느 문장이나 어느 책으로 만났을 경우 가급적 그 저작자를 친견해야 비로소 하급의 스승을 버리고 진짜 스승과 만나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 배우려는 자들에게 불행한 것은 그렇게 문장이나 책의 저작자들과 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나는 드물기는 하지만 그 저작자의 전작을 탐험합니다. 전작을 탐험하게 되면 대개는 그의 사유와 사상체계에 대해 보다 또렷한 그림과 배경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그가 남긴 그 문장 하나가 어떠한 배경에서 연유했고, 그것이 그가 그려낸 전체 사상과 사유의 퍼즐 중 어느 조각에서 반짝이고 있는 것인지를 알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커지기 때문입니다. 친견으로 도달할 수 있는 중급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몇 개의 어느 문장이나 책 정도로 터득하게 되는 하급의 수준은 벗어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지요.

 

하지만 전작의 탐험이라 해도 여전히 친견이 주는 위대한 혜택은 누릴 수 없습니다. 여전히 직접 마주하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물론 친견 그 자체가 최상의 스승과의 만남을 보장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또한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물리적으로 너무 먼 거리에 있거나 그 분의 사정 등으로 친견이 어려운 스승도 많습니다. 이렇게 친견이 제약받거나 친견만으로는 보장받을 수 없는 문제를 풀고 하급이나 중급의 수준을 넘어 최상의 스승을 마주하는 방법에 관해 나의 생각이 있으니 그것은 좋은 질문을 갖자는 것입니다.

 

내가 아는 한 질문은 2D(2차원)에 머물고 있는 스승을 3D(3차원)로 모셔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어떤 사유나 사상이 담고 있는 깨달음이 평면에서 입체로 전환되는 기폭제가 바로 질문인 것이지요. 누군가의 사유나 사상을 객체가 아닌 주체로 마주하게 되면 - 그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는 한 - 반드시 질문이 일어서게 돼 있습니다. 질문을 품는다는 것은 그래서 위대합니다. 또한 질문을 품는 자는 문자나 문장, 혹은 책이나 그것의 저작자 같은 지식의 전형만아 아니라 일상과 삶은 물론이고 비와 바람과 하늘과 별과 햇살 따위조차 위대한 스승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최근 나는 우리 자연스러운삶연구소의 한 연구원으로부터 질문을 받아두었습니다. 그의 질문은 위대한 신화학자 조셉 캠벨의 한 문장에 관한 것입니다. “인간은 로서가 아니라 로서 이해되어야만 한다.” 이것이 무엇이냐는 그의 질문에 대해 나는 이번 주말 인문학 공부모임에서 만나 내 생각을 들려줄 작정입니다. 나는 또한 연구원들에게 몇 달 전에 질문을 던져두었습니다. “인류는 정녕 발전(진보)했는가? 발전(진보)했다면 그것의 본질은 무엇으로 요약되는가?” 나 역시 연구원들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런 문장으로 편지를 마치고 싶습니다. ‘질문하라! 더 깊게 질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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