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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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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2일 09시 02분 등록


지방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입니다. 주변은 조용합니다. 자리가 많이 찼는데 모두들 피곤한 모양입니다. 창밖 풍경을 감상하기에는 너무 어둡습니다. 기차가 워낙 빨라 풍경을 눈에 담기도 어렵습니다. 글을 쓰기에 안성맞춤인 상황이지요? 오늘은 저의 출장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공기업 전문면접관으로 일하느라 나흘간 집을 떠나 있었습니다. 직장 다닐 때는 출장이 반갑지 않았습니다. 어느 해인가는 두 달에 한 번 꼴로 있는 해외출장을 감당하느라 몸살이 끊이지 않은 적도 있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을 두고 가는 것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출장을 다녀오면 출장보고서에 경비정산에 해야 할 일도 산더미인 상황도 힘겨웠습니다. 하지만 1인 기업가로 일하는 지금은 출장이 반갑습니다. 왜 그럴까요? 일단 집안일에서 해방되는 것이 좋습니다. 청소와 요리, 육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낯선 곳에서 잠이 들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여정도 즐겁습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동지애를 느끼는 순간을 만끽할 수 있어 짜릿합니다. 이제는 1인 기업가니 돌아가 보고해야 할 사람도 없습니다.


면접 일정은 빡빡했습니다. 아침 9시에 시작해 점심시간 1시간을 빼고 6시까지 이어졌습니다. 10분 단위로 새로운 지원자를 들여야 하니 장시간의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돌아보니 기억에 남는 지원자들이 있습니다. 너무 떨어서 긴장 풀라며 물 한잔을 권한 이도 있었고 자신의 실수를 부끄러운 미소로 얼버무리던 이도 있었습니다. 특성화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앳된 얼굴의 지원자는 대학 진학을 원하는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일이라 답했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자신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기회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참 기특했습니다. 그가 어찌 되었는지 알지 못하나 어디에 있든 제 몫을 다할 인재가 되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 자신의 일의 의미와 가치를 깊이 인식하며 건실한 직업인으로 성장하기 바랍니다.


이번 출장이 더욱 즐거웠던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연구원 후배님이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나흘간 현지 가이드이자 로드 매니저 역할을 톡톡히 해낸 그는 저처럼 1인 기업가입니다. 대학에서 학생들도 가르치고 기업에서 강의도 하고 이런저런 컨설팅 프로젝트도 합니다. 우연히 전화 통화를 하다가 이번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손톱만한 능력을 가진 선배라 큰 돈이 되는 일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번에 함께 하게 되어 다행입니다. 이제 막 기회의 문을 열었으니 그가 이 길에서도 의미있는 인연을 많이 만들어내길 기대합니다.


내일은 분주한 하루가 될 것입니다. 밀린 집안일도 해치워야 하고 다음주 일정 준비도 해야 하니까요. 아이를 식사를 챙겨주신 시어머니와 저의 빈자리를 기꺼이 감당해준 남편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해야겠네요. 다음 출장이 언제가 될지는 아직 모릅니다. 단풍이 곱게 물든 10월 즈음이면 좋겠네요. 바다가 가까운 곳이라면 회 한접시 놓고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겠지요. 


손끝에 가을 바람이 느껴집니다. 가을이 이미 와 있었던가요?  

 


[알림] 1기 연구원이자 정신과 의사인 문요한님이 오는 9월 8일 목요일 '여행하는 인간'을 주제로 강연회를 엽니다. 강연에 참석하시는 모든 분께 책도 드립니다. 다음 링크로 들어가 신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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