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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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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7일 11시 58분 등록

  

40대에는 놀기 좋았지요. 소읍에 살 때였으니 별 거 있나요. 맛집 찾아다니고 노래방 다니고 그랬지요. 그래도 그 안에 사소하지만 소중한 장면이 켜켜이 들어 있답니다. 하나만 살짝 공개하자면 이런 거지요. 글줄이나 쓴다 하면 모두 문인협회에 들어 몰려 다녔지만 그 지역에서 등단한 진짜 문인은 딱 한 사람이었지요. 어찌나 잘 논다고 소문이 났는지 그와 함께 노래방에 갈 날을 손꼽아 바래고 있던 중 드디어 기회가 이루어졌지요. 다른 멤버의 눈을 피해 슬쩍 속삭입니다. “나 오늘 소원 하나 풀었어. 아무개랑 노래방 가는 소원.” 대꾸 안 합니다.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대신 노래방책을 쓱 밀어 내 앞으로 밀어놓습니다. 그 팔의 표정이면 충분하지요. 너무 심각할 필요는 없지만 멀리 가지도 말아라! 이렇게 알아듣습니다.

  

 

40대는 일하는 맛도 알 나이지요. 소읍이다보니 내가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지역의 안목을 한 걸음 높이는 것임을 생생하게 느끼곤 했습니다. 나의 도전이 지역에 새로운 경험을 선물하는 거지요. 창업과 폐업, 별거가 모두 40대에 일어났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40대는 사춘기보다 더 역동적인 질풍노도의 시기였던 거예요. 인생이 송두리째 달라지는 경험, 이름하여 갱년(다시 자를 씀)인 거지요.

  

 

50대는 천직으로 나아가는 시기입니다. 50의 초입에 우연히 클릭한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홈페이지에서 신세계를 발견한 듯한 희열을 느낀 것이 생생하네요. 젊어서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내 삶에 무슨 일까지 일어날 지에 대한 데이터가 없어서 불안하고 선택하기도 어렵지만, 이젠 나에 대해서 파악할 만큼 파악이 되었고, 세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 이 일이 내 일임을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내가 이 일을 하려고 태어났구나 싶고, 어떤 노고를 치르더라도 이 일을 점점 더 잘 하고 싶으면 천직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60이 되었습니다. 연령에 대한 선입견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입 밖에 내기 어려운 말이지만 어쩌다보니 그리 되었네요. 체력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대체로 나쁘지 않아요. 무엇보다도 감사를 알게 된 것과 지금 여기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두 가지 만으로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분명하게 인식하고 반응할 수 있는 시간은 지금밖에 없습니다. 이만큼 살고보니 심장박동 소리를 듣는 것이  두렵다. 그렇게 여일하게 시간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라거나, “인생이 딱 한 번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그러니 지금을 누릴 수 있는 것이 고마울 밖에요. 감상에 젖을 때면 거의 기적같이 여겨질 정도입니다. 그래서 60대에는 품어줄 수 있게 됩니다. 나도 얼추 거친 문제를 껴안고 몸부림 치는 사람들을, 다 거쳐 온 사람이 품어주지 않으면 어쩌겠어요? 글쓰기를 중심으로 후진에게 해 줄 말이 있어서, 갈수록 내 일이 좋아지는 것도 그 이유구요. 그 심경을 애욕이 잦아든 자리에 후진양성이 들어섰다고 표현해 봅니다.

  

 

살아온 날을 되돌아 볼 때마다 신기한 사실이 있습니다. 나의 연령인식이 2500년 전에 살았던 공자가 한 말과 정확하게 겹친다는 것입니다. 마흔은 불혹이지요. 미혹되지 않는다가 아니라 미혹되지 말라는 말일 겁니다. 그만큼 내면이 흔들리고 외부에서도 유혹이 많은 시기니까요. 쉰은 지천명입니다. 하늘이 내린 소명을 알아차린다! 제 경험과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습니까! 예순은 이순입니다. 무슨 말을 들어도 원만하게 이해가 된다.... 이는 삶에 대한 경험치가 쌓여 어지간한 말은 다 소화할 수 있게 되어야 가능한 일이겠지요.

  

 

그대가 만일 40대라면 마음이 동하는 일은 다 해 보라고 하고 싶네요. 2의 사춘기답게 맘껏 흔들려봐야 다음 시기를 원만하게 맞이할 수 있거든요. 그대가 만일 50대라면 이제 남들이 보기에 좋아보이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시작할 때입니다.

  

 

자신의 자기와 자아를 진정으로 느끼는 사람은 스스로를 자기 세계의 중심으로, 자기 행동의 진짜 장본인으로 경험한다. 그것이 내가 말하는 독창성이다. 나 자신에게 기원을 두는 경험.”


에리히 프롬의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에서 이 문장에 접하고, 깊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는 삶의 독창성이라고 불렀지만, 진정한 자기중심성, 여기에서 나오는 주도성이 좋은 삶의 핵심이라는 생각에서요. 50대는 주도성이 무르익는 시기이고, 청춘이 따라올 수 없는 다채로운 가치를 추구하며 진짜 인생을 구가하는 때입니다.

  

 

돌아보니 지난날 모두가 좋은 날이었네요. “모든 것이 아프고 모든 것이 즐겁다. 인생이란 바로 그 생생한 번뇌에 다름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동시에 바로 지금이 제일 좋은 시기인 것은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더 많이 겪고 싶고, 더 많이 살고 싶은 그런 날입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귀한 하루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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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별하게 "자기에 대한 글쓰기" 에 공을 들이며

"귀차니즘(주도성)", "노후대책 없이도 잘 살기"같은 주제로 공저과정도 있습니다.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 --> http://cafe.naver.com/writingsutra/14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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