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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서리치던 여름의 퇴장에 이어 파스텔 톤 하늘 물감이 한껏 자리를 차지합니다. 청명한 바람과 너울너울 고추잠자리 흐늑이는 가운데 코스모스 한입 피어납니다. 가을이군요.
개강일. 마음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알아가며 치유하고 그 결실을 타인에게로 향하게 하는 여정입니다. 과목 특성상 접하지 않았던 불교 환경들을 대하다보니, 초면 상태에서 자연스레 두 손을 가슴에 모으는 합장과 인사가 이루어집니다.
오리엔테이션. 총괄 스님이 단상위에 등장하였습니다. 껌을 질근질근 씹으며. 수강생들의 시선이 집중됩니다. 뭐지?
“스님이 껌 씹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꼴값 떨고 있네.”
웃음이 나옵니다. 어떻게 알았지요. 그런 상태를 보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랍니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스스로는 더욱 꼴값을 떨고 있고나라는.
지금 이 순간 내가 나를 보는 것. 그것이 배우는 과정의 목표점입니다. 화남, 짜증, 불안, 욕망, 두려움 등 자기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알아차리는 것.
역설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스님 말씀의 잔상은 생각을 곱씹게 합니다. 현재 내 마음은 어떤가요.
공부라는 대상은 실질적 이익이외에 함께하는 이들의 나눔에도 자리합니다. 새로운 교수님, 다른 환경의 사람들. 그들이 내뿜는 각양각색 아우라의 화합은 또 다른 결실을 맺게 하겠지요.
파트너와의 과제 하나가 이어집니다.
“눈을 감고 내 마음에 물어봅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니 ... 자신의 좋은 점 두 가지를 찾아봅시다.”
눈을 감는다는 것은 외부에 대한 의도적 잠금이 아닙니다. 한 세계가 닫힐 때 또 다른 세계의 문이 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겹겹이 쌓여있는 마음의 세계입니다. 세상의 화려함에 사람들은 환호의 눈길을 보냅니다. 성공, 허세, 과시, 물질적 풍요, 문을 닫습니다.
질문을 되뇝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니. 어떤 좋은 점이 있을까. 느지막한 침묵 가운데 낯선 화답이 들려옵니다. 너는 이런 좋은 점이 있어. 정말?
발표시간. 경청, 도전, 완수, 열정, 따뜻함 등 다양한 소리들. 각기의 색깔들은 집단의 기운을 더욱 뜨겁게 일으킵니다. 일방적 전달이 아닌 스스로의 밝힘과 나눔의 과정. 주저하던 나는 마음이 곱다, 얼굴이 곱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얼굴이 달아오릅니다. 나의 마음은 어찌 이런 점들을 말했을까요.
이론적 지식과 정보를 습득함과는 달리 해우소와 같은 수업입니다. 세상에서 겪은 상처와 살아온 묵은 감정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귀한 시간입니다.
사색과 산책이 어울리는 한가위 연휴의 날들. 똑똑. 문을 두드려봅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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