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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1일 00시 00분 등록

성당 기금 마련을 위한 청년 바자회 장이었습니다. 먹을거리와 물품을 팔고 있던 중 한 여인이 눈에 띄었습니다.

“좋은 일 하는데 초 한 자루 사시죠.”

어수룩해 보이는 수법이 통했는지 선뜻 돈을 내밉니다. 쾌재를 부르며 감사 보답이라는 명목하 찻집에서 차 한 잔을 나누었습니다. 그랬습니다. 우리의 첫 만남은 이렇게 이루어졌고, 나의 첫사랑은 그렇게 흘러 이십여 년이라는 시간으로 이어집니다. 그녀는 이야기합니다. 그날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아마도 당신이 떠난 빈자리에 나를 보내주지 않았냐고. 에구. 웬 닭살일까요^^ 적잖은 기간이 흘렀음에도 우리의 사랑은 이렇게 아직 현재진행형입니다.


신영복의 <담론>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결혼을 앞둔 여인이 친구로부터 그 사람과 결혼하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 여인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 사람과 함께 살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야.”

그녀는 첫눈에 반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습니다. 살을 맞대고 살아갈수록 세록 정이 솟고 좋아지는 사람입니다. 만남에서 이보다 더좋은 관계가 있을까요. 아마도 처음부터 불꽃이 틔었다면 싫증을 잘 내는 나의 기질 상 얼마나 오래갈 수 있었을 지요.

삼년의 연애기간. 가난한 연인이었기에 포창마차 가락국수 주 메뉴에, 초라한 주점 막걸리 한잔에 낭만을 담았었습니다. 곰 일레븐이라는 커피 집에서 눈물 흘리며 서러운 이별을 가슴아파하기도 하였지요. 전봇대 앞 첫 키스와 경주 여행은 어찌 그리 가슴을 두근대게 하였을까요. 사람의 심장이 그렇게 빠르게 뛸 수 있는지를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사람은 함께 살 때 보다는 떨어져 있어봐야 만이 서로의 소중함을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주말부부로써 현재의 삶. 소임지가 지방인터라 매주 한번 대중교통을 이용 네 시간이 넘는 거리를 왕복합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했을 때 걱정되었던 부분은 일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헤어져 지낸다는 점이었습니다. 지방 출장의 개념과는 또 다른 상황. 나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해야 할 터이지만 그 사람도 그랬습니다.

외로움의 극복. 일을 끝내고 빈방에 들어서노라면 반기는 이가 없음에 갖가지 상념이 교차합니다.

‘집에는 별일 없겠지. 직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사람이 그리워 TV보며 잠들고 있지는 않겠지. 밥은 제대로 챙겨먹을까. 아침잠이 많은데 출근은 늦지 않는지.’

전화기 너머 그녀의 목소리가 무거운 날이면 마음에 그늘이 집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그렇게 살 때도 되었지. 붙어있으면 싸울 텐데 잘되었네.


무궁화호 열차로 왕래를 하는 동안 처음의 들뜸은 가라앉고 지루함과 체력적 부담속 연애시절이 떠오릅니다. 서울에 직장을 잡은 터라 주말이면 내려가 월요일 새벽 마지막 심야버스를 타고 올라왔었지요. 피곤한 줄도 몰랐었는데 그 감정이 다시금 솟습니다. 설렘과 반가움.


외식 내내 한주동안 밀렸던 이야기를 재잘 되는 그녀. 말벗이 필요했던 거죠. 아직도 내 눈에는 꽃사슴처럼 보입니다. 몸무게가 늘고 허리 살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그녀는 나를 구원해준 희망의 아이콘이기 때문입니다.


부부는 소박한 꿈 하나를 세웠습니다. 조금 덜 벌고 조금 힘들더라도 손잡고 같이 살아가는 삶을 살기로.

새벽 옆에서 곤하게 자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소망합니다.

고맙습니다. 살아주어서.

앞으로도 함께하게 됨을.

우리는 이제까지와 같이 아름다운 인연을 맺어갈 것입니다.


그때 그녀와의 인연을 이어준 천사초도 두 손을 모아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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