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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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것들에 자꾸 마음이 쓰이는 사람이라면 아마 철이 든 사람일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다가오는 것들의 대부분은 내가 어쩌지 못하는 것들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그것은 가장 확실한 것들입니다. 흰 머리카락이 생기고 노안이 찾아오고 몸이 느려지고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얼굴에 팔자 주름이 생기고 목주름이 생기고 입가의 주름이 다가오고 등이 굽고 허리가 굽고 걸음이 무뎌지고 힘이 빠지고, 그리고 멀리 있는 듯 여기지만 언제고 반드시 찾아올 죽음까지 다가오는 것들의 대부분은 내가 어쩌지 못하는 것들입니다.
다가오는 것들에는 일생의 시간을 따라서만 오는 것들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다가섰던 대부분의 것들에서도 다가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내가 다가갔던 직장에서 나는 기필코 나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내가 사랑했던 사람과 반드시 이별해야 하는 시간이 언제고 반드시 다가오고, 그리고 내 힘으로 다가간 모든 것들과 결국 멀어져야 하는 순간들이 다가옵니다.
이제 나는 다가오는 것들의 필연을 알아채고 다가갈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좋은 삶은 아마도 그 어디쯤에 놓여 있을 것이라 믿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철이 든 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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