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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계절이 끝나가자 많은 철새들이 날아듭니다. 존재의 당위성을 알리듯 저마다의 외양과 갖가지 울음으로, 부지런히 몸을 놀리고 먹이를 찾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무, 풀, 꽃들 모두 어제의 그 살아있음이 아닙니다. 성장을 위해 생존을 위해 움직이고 살기위해 힘을 다합니다. 모든 게 영업(營業)입니다.
얼마 전 박람회장 부스에서 사람들에게 제품을 알리는 업무를 한 적이 있습니다. 영업 관리 부분은 해보았지만, 직접 제품을 들고 홍보 및 판매를 하는 것은 선뜻 내키지가 않았습니다. 이런 일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던 거죠. 쭈뼛쭈뼛. 당연히 행동은 소극적입니다.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 의식되고 말도 잘나오지 않습니다. 시간은 어찌 그리 더디게 가는 걸까요. 그러다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지나가는 고객에게 다가섭니다.
“저기, 이 제품은 …….”
“아, 됐어요.”
멀어져가는 뒤통수 하연 머리가 얄밉기만 합니다. 큰일입니다. 체면치례는 해야 하는데. 그러다 어렵사리 첫판매가 되었습니다. 안도의 한숨. 조금의 면목이 서자 목소리가 높아지고, 멀리 지나가는 분들을 애써 붙잡으며 설명도 이어집니다.
사흘째 막바지. 목이 쉬었습니다. 애쓴 증거이겠지요. 레이더망에 한사람이 눈에 띄었습니다. 1차 접근. 유사 상품을 사용하고 있답니다. 다른 품목을 들고 다시 2차 대시. 필요 없답니다. 오기가 생깁니다. 시간차를 두고 다시 3차 권유. 그제야 관심을 보이는 눈치입니다.
“이런 제품도 나오나요.”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합니다. 결국 구매를 성공시켰습니다.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 가운데 고객의 말이 가슴에 새겨집니다.
“참 영업 잘하시네요. 안 살려고 했는데 당신 때문에 구입합니다.”
영업을 잘한다고요? 나 때문에?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처음 발령받은 부서는 영업부였습니다. 땅이 꺼지는 한숨. 엄청난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옵니다. 한 번도 영업을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고 더욱이 그 일은 나하고는 상관이 없다고 여겼으니까요.
매출목표라는 화두는 신입과 경력직원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월 마감회의는 매번 심장을 옥죄이게 합니다.
“실적이 왜이래?”
“열심히 했습니다.”
“열심히는 누구나 다할 수 있는 말이야. 여기 열심히 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어. 중요한 것은 성과가 있어야지.”
마시지 못하는 술을 폭음하고 거래처장의 문을 애타게 두드리면서 뛰었지만 실적이 바닥입니다. 다른 이처럼 매몰차지 못합니다. 푸시를 하지도 못하고 본사보다는 사업자의 환경을 우선 고려합니다.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하는데 그러질 못하였습니다.
‘영업 체질이 아닌가봐. 어쩌나.’
부담감에 자다가 꿈에 눌립니다. 매출, 증원, 입금. 너무 힘들어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습니다.
그랬었던 나에게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고객에게 듣는 최고의 칭찬은 제품보다는 판매사원을 보고 산다는 말입니다. 신 내린 듯 상담에 가속도와 탄력이 붙습니다. 목표와 욕심이 생깁니다. 허참. 오래사고 볼일이네요.
새들마저도 삶을 영위하기위해 다시 날갯짓하는 오늘. 하루 세끼의 밥을 먹기 위해 가족을 위해 나섭니다. 각자의 상품을 짊어지고.
이 세상에서 우리가 가진 것은 우리가 팔 수 있는 것뿐이네.
그런데 웃기는 건 자네가 세일즈맨이면서 그걸 모른다는 거야.
- 아서 밀러 <세일즈맨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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