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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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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21일 01시 30분 등록

모처럼 여우숲을 찾은 특별한 집단에게 강연을 했습니다. 누군가의 어려움과 고통을 지워주는 일에 평생 복무하겠다고 처음 출발하는 사람들이 그 대상이었습니다. 그들의 연봉은 대부분 박봉에 가깝고 그들이 일을 통해 평생 마주해야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신체적·정신적 약자임을 나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마음에 새기고 힘들 때마다 꺼내어 자신을 지탱하게 할 철학과 지향, 가치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이 주제였습니다.

 

나의 전제는 여기 지금 이 공간을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은 좋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티켓을 받아든 사람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좋은 삶의 필수 요소 중 하나로 나를 위해 사는 데, 그 삶으로 누군가를 일으켜 세우며 사는 것을 꼽습니다. 자신의 일로 생계를 꾸리면서 동시에 그 일로 누군가의 어려움과 아픔을 위로하거나 도울 수 있는 삶은 얼마나 아름답고 숭고한가!, 이것이 그들에게 주려고 하는 내 메시지의 중요한 전제였습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정의롭게 살 수 있다면 그것은 얼마나 값진 일인가, 당신들이 얼마나 값진 삶을 사는 사람인가, 그 숭고함을 사랑하며 살아가기 바란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나는 강의의 극적 효과를 위해 이 시대에 좋은 삶을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요즘 좋은 삶은 더 좋은 집과 차와 외모를 갖고 유지하면서 동시에 누군가를 마음대로 부리며 사는 삶, 소위의 사회적 winner로 사는 데 있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 이 시대 그렇게 winner가 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소위 금수저를 물고 나오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리 보통사람은 속된 말로 전생(前生)을 고쳐야 한다. 둘째 전생에 나라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winner가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공부를 아주 특별히 잘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 그 중에서도 가장 출세할 수 있는 학과에 가는 것이다. 예컨대 그동안은 그 최고 대학의 법학과나 의대를 가는 것이었다. 셋째 방법은 앞의 두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의 충복으로 살아 온전하게 인정받는 것이다. 첫째 방법은 논외로 하고, 둘째와 셋째 방법을 깊게 생각해 보자. 그렇게 최고의 대학을 나온 사람들 중에 당신들이 아는 사람은 누가 있는가? 나는 몇 명을 안다. 당신들도 아는 사람이다. 누군가는 검사가 되었고 그 중에서도 출세를 한 몇 사람이다. 지금 한참 언론을 장식하고 있는 막강한 권력을 소유하고 휘둘러 왔거나 휘두르고 있는 사람들이다. 어떻든가? 그 사람은 소위 세상 기준에서 winner일지 모르지만 정말 좋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인가? 또 누군가는 그 최고의 대학의 의대를 졸업한 사람이고 그 의과대학의 교수가 된 사람이다. 그 역시 사회적 winner로 분류할 만하다. 그런데 그는 제자와 스승, 의료전문가 대다수가 누군가의 사망 원인에 대해서 절대 그렇게 사망진단서를 작성하면 안되었던 것이라고 질정을 하는 데도 어떤 연유에선지 그것은 병사가 맞으며 그것은 전문가로서 자신의 소신이라고 말하고 있다. 어떤가? 그 사람의 삶은 좋아 보이는가?’

 

참가자 절대 다수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단 한 명은 그것이 좋지 않은 삶이라고 말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그의 용기와 소신이 놀랍고 흥미로웠습니다. 나는 그와 긴 시간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강연의 방향을 끌고 갔습니다. 그는 세상에 정의라고 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자신은 정의 따위에는 관심도 없고 정의를 추구하며 살 생각도 없다고 했습니다. 심지어는 그 의사와 검사들도 모두 저마다의 사정과 사연이 있었을 테니 자신은 그들을 비난하지 않으며 동시에 그들의 사연 있음에 공감할 수 있다고까지 했습니다. 나는 그의 시선과 주장에 화들짝 놀랐습니다. 이 사람은 사회적·정신적·신체적 약자를 평생 돌보며 살겠다고 이 직업을 선택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더욱 놀랐던 것입니다. ‘각자의 사정이 있었으므로 그 사람의 옳지 못한 처신을 우리가 이해해야 한다고요?’ 그는 망설임 없이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 내가 이 수강생 중 누군가를 은밀하게 성적으로 추행하거나 폭행했다고 할 때, 그것도 나의 욕망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므로 양해될 수 있는 것인가요? 그는 이번에도 단호하게 !’라고 대답했습니다.

 

당신이 나라면 어떨까요? 그에게 동의할 수 있나요? 동의할 수 없다면 그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요?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편지가 길어지니 이 주제의 실화적 결말은 다음 주에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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